▣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2- 베테랑, 갑질 하는 놈 처벌하기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
쪽 팔리게 살지 말자!
그래, 모두 이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이 문젯거리 있겠나. 쪽팔리게 사니까 문제지. 우리 사회에 갑질 논란이 일더니 그걸 다룬 것 같다. 한 번 꽂히면 무조건 끝을 본다. 그만큼 감을 믿는다. 그러니까 베테랑이지. 서도철 형사는 정의파다. 행동파다. 필이 꽂히면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그걸 관철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아무리 권력으로 눌러도, 돈으로 눌러도, 정의를 위해 싸운다면 어딘가 길이 있을 터다. 사회정의, 그거 아무나 지키는 것 아니다. 말로는 누구나 정의를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 정의롭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의로운 척 사는 사람만 많을 뿐이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판단하여, 쪽팔리게 살지 않았다면 진정 정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죄 짓지 말고 살라고 그랬지." 서도철이 조태오를 두 번째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그러자 조태오는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라고 되받는다. “태오야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권력과 싸운다, 돈과 싸운다, 그거야 옷 벗으면 되니까 겁이 덜 난다면 덜 난다. 그런데 상대가 야비한데다,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긴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니까 두렵다. 야비하지, 사람 목숨 파리처럼 여긴다. 갑질의 일인자 조태오, 얘는 대책이 없는 애다. 재벌집 2세까지는 그런 대로 봐줄만 하다. 얘는 재벌의 첩의 아들인지라, 열등감이 심하다. 아버지의 재산이 자기 것이 될 것 같지 않다. 하여 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하려 전전긍긍해 한다. 게다가 약까지 한다. 약발 제대로 받으니 제정신이 아니다. 폭력은 밥 먹기보다 쉽게 한다. 잔인함, 자기 자신을 인간 이하로 여기고 사는 놈이라,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본다. 이런 놈한테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보통 배짱 아니면 이런 놈하고 싸우기 어렵다. 재벌들이 다 그런지 모르지만 보통 재벌들은 권력과 잘 연결되어 있다. 웬만하면 철옹성이다.
아무리 그래도 조태오, 이번에 상대 제대로 만났다. 오랫동안 쫓던 대형 범죄를 해결한 서도철 형사다. 그가 대형사건을 해결한 후 잠깐 숨 좀 돌릴 시간도 없이, 의문의 사건을 쫓던 중 그 사건의 배후에 누군가 있음을 직감한다. 재벌 3세 조태오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안하무인의 조태오, 조태오의 옆에는 항상 오른팔 최상무가 지킨다. 조태오는 건들면 다친다는 식으로 서도철에게 충고한다. 그럼에도 집념의 사나이 서도철은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럼에도 조태오는 다시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서도철의 포위망을 빠져 나간다.
“우리는 한 팀이야.”
“요즘은 쓰레기도 다 외국어해.”
“형사는 몸으로 역사를 만드는 겨.”
정황은 맞다. 심증은 100%다. 물증만 잡으면 된다. 그런데 이거 번번이 막힌다. 됐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온다. 다시 곡절 끝에 다른 방법을 찾아 들이대려면 다른 데서 압력 질이다. 이거 더러워서 해 먹겠나.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베테랑은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니까. 돈의 힘과 권력을 힘을 등에 업은 조태오는 용케도 법을 빠져나간다. 자기 회사 앞에서 아들과 운송료 체불 항의 시위를 하는 화물차 운전사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그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온갖 수모를 겪게 만들고도 모자라 그를 잔인하게 폭행한다. 결국 초죽음이 된 화물차 운전사를 고층계단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꾸민다.
그런데 서도철에겐 필이 꽂힌다. 의문이 있다. 그는 움직인다. 조태오는 만만치 않다. 그는 돈, 권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체력 단련도 단단히 하는 놈이다. 체력 단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장치, 이 모든 것이 그의 캐릭터이자 복선이다. 심복은 확실히 개처럼 기르고, 자기 수하에 있는 자들이라도 폭력으로 제 기분을 맞춘다. 수하직원에게 부상을 입히고는 돈으로 다 해결되는 줄 안다. 대부분 돈의 힘 앞에 고개를 숙인다만 그 안엔 원한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그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머리는 영리한 놈, 서도철은 그 놈과 맞짱을 떠야 할 판이다.
행동은 밉지만 조직에서 진급하려면 상명하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업인이기도 한 경찰들, 경제로부터 목숨 내놓기, 생존으로부터 목숨 내놓기, 이것을 걸지 않으면 싸울 수 없다. 그럼에도 서도철은 거기에 목숨을 건다. 베테랑답게 '그야말로 '전문가는 사람 다치는 거 신경 안 쓴다.' 그런데 조태오는 한 술 더 뜨는 놈이다.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간다는 거다.
'생각하고 저질러, 저지르고 생각하지 말고'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된다.' 는 이런 놈을 상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도철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 그 한 문장의 힘으로 산다. 그가 파고들수록 그를 무마하려 갖은 짓을 다한다. 목숨까지 위협한다. 심지어 조태오를 충견처럼 지키는 최상무는 온갖 짓을 다 사주한다. 서도철의 아내를 찾아와 명품백에다 돈을 주려한다. 서도철을 간접적으로 매수하여 수사를 멈추게 하려는 것이다.
“나도 여자야. 명품백 보니까, 그 안에 돈다발 보니까 마음 흔들리더라. 왜 나한테까지 찾아와 그런 거 주게 만드니, 서도철 우리 쪽 팔리게 살지 말자."
시큰하다. 그래 쪽팔리게 살지 말자. 형사는 조서로 죽이는 거니까, 겁낼 것 없지. 그런데 그 조서는 누가 결제하나? 여기서 또 막힌다. 또 또 또 막힐 일이 참 많다. 소신껏 일하게 할 수는 없나? 그런 모든 난관을 이겨낸다. 언론까지 장악하다시피 한 재벌의 힘 앞에서도 서도철은 결코 굴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밝혀내고야 만다. 그런데 서도철 형사, 그 모든 진실을 밝히고 나니, 희생양이다. 조태오의 수하 최상무 역시 희생양이다. 최상무는 모든 죄를 혼자 덮어쓰고 감옥으로 간다. 조카라며 따뜻한 몇 마디에, 달콤한 몇 마디에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행이다.
그 얄미운 조태오를 그대로 둘 서도철이 아니다. 제대로 증거를 잡아야 한다. 조태오의 적은 내부에 있었다. 체력 단련한답시고, 도우미를 아작 냈으니 원한인들 없으랴. 그러고도 돈만 쥐어주면 되는 줄로 알았지만, 돈을 받으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원한을 쌓아둘지 어찌 알았으랴. 가장 치명적인 암은 제 몸 안에 있듯이, 가장 확실한 증거는 제 주변에 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그런들 조태오 잡기는 쉽지 않다. 그를 비호하는 세력이 한 둘이어야지. 그래도 정도껏이다. 체력 단련한답시고, 도우미를 아작냈으니 원한인들 없으랴.
결론은 액션이다. 그만큼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은 부를 위한, 권력을 위한, 힘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디. 그러니 주먹이 법에 앞설 수밖에 없다. 억울함을 풀려면 주먹이 가깝다. 그런데 조태오 역시 싸움 하나는 서도철에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끝없이 체력단련을 한 덕분이다. 게다가 힘이 장사다. 조태오와 서도철의 맞대결이 엔딩에 앞서 최고조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자동차, 오토바이, 스피드 광폭의 대결이다. 그야말로 약 먹은 놈 그대로다. 보이는 게 없다. 아! 센 놈이다. 아프지만 해피엔딩? 정의의 승리로 영화는 끝난다.
"니들 정말 나쁜 새끼들이다."
영화만 그런 게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정권이 수없이 바뀌어도, 말로는 바뀌지만, 제도는 바뀌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나쁜 새끼들 수두룩할 것이다. 그 나쁜 새끼들 때문에 언론도, 법집행자도, 정치인도 제 할 일을 안하고 같은 개 새끼들로 산다. 힘 앞에서, 돈 앞에서, 권력 밑에서, 모두 개처럼 설설 긴다. 때문에 이런 저런 힘을 가진 놈들은 돈으로, 권력으로, 힘으로 모두를 제 앞에 설설 기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그럼에도 사회의 어느 곳엔 정의가 작은 씨앗으로 남아 있을 터, 그 씨앗은 언젠가는 발아를 시도할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살아난다. 유지되는 것이다.
영화는 끝나고 서도철 형사의 아내의 말이 와 닿는다. “나도 여자야. 명품백 보니까, 그 안에 돈다발 보니까 마음 흔들리더라. 왜 나한테까지 찾아와 그런 거 주게 만드니, 서도철 우리 쪽 팔리게 살지 말자." 부창부수라 했던가! 서도철이 정의를 가장한 이들에게 던지는 말을 실감한다. "니들 정말 나쁜 새끼들이다." 이 말은 돈의 힘으로 안하무인의 조태오, 돈에 영혼을 팔고 불의한 집단의 충성스러운 개로 전락한 최상무뿐 아니라, 재벌에 빌붙어 권력을 업고 권력의 힘을 휘두르는 정치꾼들, 거기서 목숨 걸고 충성하는 비열한 개 같은 놈들, 돈에 과잉 충성하는 개 같은 놈들, 제 진급만을 위한 이기적인 법 집행자들, 제 몸 사리느라 부하들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 집행자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니들 정말 나쁜 새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