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4-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인간이 만든 인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탄생

영광도서 0 1,564

미래의 어느 날, 지금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상상하는 것, 공상하는 것, 아니 망상이라고 하자. 인간의 생각 속에 있는 모든 것, 그것이 설령 개꿈처럼 비논리적이고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생각한 것이라면 언젠가는 모두 현실이 된다. 레오날드다빈치가 구상한 비행기 그림들도 현실이 되었고, 조지 오웰의 <1984년>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역시 현실화 중이다. 이처럼 지금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공상들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이다. 내가 없는 그날일지는 몰라도.

 

상상 속 미래는 아니라도 현재진행중인 문명의 이기들, 이를테면 내비게이션이니, 온통 설치한 전산시스템을 보자. 만일 위성이 문제가 된다면, 시스템의 오류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루아침에 지옥이 될 것이다. 첨단무기 역시 그렇고, 모든 시스템 역시 두려움의 대상이다. 문명화는 어떠한 괴물보다 사실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러한 미래 어느 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공상과학 영화라고 한다. 공상과학 영화는 오히려 소설이나 그림보다 더 실감나게 미래의 어느 날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종결자라는 의미의 <터미네이터>는 이러한 영화 중 대표적인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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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확정된 게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다’란 말로 영화는 막을 연다. 전편보다 업그레이드 된 기계 인간이 등장한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전편의 터미네이터가 등장한다. 늙긴 했지만 아직 쓸 데는 있다면 등장한 터미네이터, 하긴 업그레이드되었으니까, 늙은 터미네이터는 이제 인간처럼 조금은 감정을 가졌다. 기계는 감정이 없는 것을 상징한다면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상징한다.

 

새로 만든 기계는 더 완벽한 변신으로 인간을 흉내 낸다. 그만큼 기계는 정교해지면서 인간의 영역을 대신한다. 그것을 막으려는 인간의 편에 선 구식 터미네이터와 인류를 지키는 사명을 안고 태어난 이들은 정해진 운명대로 그들과 맞선다. 사라 코너는 정해진 운명대로 인류를 지키려 한다. 제네시스 시스템이 인간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려면, 그것을 막으려면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 미래와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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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지원군,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 또한 바꿀 수 있다는 전제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도록 수정하려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과거를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이 왜 없으랴만, 그게 가능할까? 과거처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어디 있다고. 그게 사람의 영역이겠냐고. 그럴 수만 있다면 제 과거를 다시 쓰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많으랴!

 

전편을 본 이들은 그렇고 그렇다. 전편만 못하다 그렇게 볼 것 같다. 처음 보는 이들이라면, 이 상상력을 즐길 만하다. 이병헌이 한참 나와서 설치고 다니는 장면도 볼만 하니까. 허리우드 영화에서 우리 배우를 만난다는 것도 의미 있고 좋다. 영화는 아직 의문은 남지만 분명한 건 미래는 열려 있다. 이제껏 정해진 삶을 살았지만 한번쯤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진한 키스도 있다. 물론 사라진 줄 알았던 터미네이터의 부활, 늙은 터미네이터도 매번 업그레이드된다는 설정이다. 그렇게 나타난 늙었지만 아직 쓸모가 있다는 그가 이번엔 감정을 더 갖추어서 나타났을 테니 다음 영화엔 늙은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사랑해서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아들이 태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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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간을 이미 넘어선 기계,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현실성이 있다. 인간이 인간의 운명을 만들고 인간은 그 운명을 깨뜨리려 한다.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라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인간과 기계와의 접점,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업으면서 기계는 인간을 능가할 것이다. 어차피 기계를 만드는 집단은 인간 두뇌 집단 중 최고의 집단이니, 웬만한 인간은 기계의 지능을 따를 수 없다. 다만 인간이 기계보다 나은 점은 융통성이나 감정이다. 그런 융통성은 이미 기계가 덧입고 있으니 이 또한 두려운 일이다.

 

세상은 그만큼 발전했다. 지금은 발전은 가속도를 낸다. 편리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기계화한다. 그러다 만일 기계가,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오류를 내면 어떻게 될까? 그때에 그것을 해제하지 못하면 재난 중에 재난이요, 통제 중에 통제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은 점차 높은 탑을 쌓아간다. 그 탑이 높아지는 만큼 통제 불능에 빠질 경우 해제란 점차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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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미 터미네이터는 작동 중이다. 다만 이것이 아직 편리란 이름을 안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기계를 만들고 기계를 통제한다. 여기까지가 최상이다. 그런데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통제하다가, 그 통제가 어그러지는 순간 기계가 인간을 통제한다. 그러면 인간은 기계를 통제 불가능하다. 그 상황에 들어가면 기계는 입력된 그대로 인간을 통제한다. 인간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재난이며 인류의 종말이라면 이 영화의 내용처럼 세상의 종말은 영화만이 아니라 현실이다.

 

발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 지금 우리 사는 사회도 은근히 기계의 통제를 받는다. 통제를 받으면서도 느끼지 못한다. 늘 불러대는 스마트 폰의 신호에 옴짝달싹 못하고, 작동 중인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출입도 못한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런 통제시스템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 영역은 점차 확대되는 반면,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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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넷이란 시스템, 인류의 적은 다름 아닌 스카이 넷, 인간을 말살 시킬 그 시스템을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든다. 그것이 진화하고 진화하여 인간을 통제하려 한다. 과학자는 자신의 과학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도록 연구하고 연구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하고,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그렇게 발명을 하면 언젠가는 인간은 그 발명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많은 상상을 한다. 그 상상들은 언젠가 현실화될 것이다. 지금 상상하는 미래들, 미래의 어느 날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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