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7- 맨발의 꿈, 맨발의 기적을 이룬 김신환 감독의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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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사족이 필요 없는 글이 있다. 어떤 사건 자체가 교훈이 된다면, 그것을 글로 쓸 때에 다른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 사건 자체로 감동을 주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자체를 독자에게 전달함에 있어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 사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면 나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다. 이처럼 사건 하나 자체로 아무런 다른 내용을 덧붙이지 않은 글, 사건이나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견해를 첨가하는 글, 사건을 소개하는 취지, 사건의 서술 그리고 마무리로 견해를 더하기한 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 이중 가장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는 사건자체로 감동을 줄만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가치 있는 실화가 가진 장점이라 하겠다.

 

<맨발의 꿈>,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동티모르라는 나라는 신흥 독립국으로 연속되는 내전으로 심한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인데, 그 나라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점이다.  東Timor는 2002년 5월 20일에 독립을 선포한 21세기 최초의 독립국이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후, 1975년까지 무려 4백년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25년간 인도네시아의 식민지였던 아픈 역사의 땅이다. 내전을 겪는 와중에 동티모르 인구의 1/4에 이르는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 험지에서 감동적인 대단한 사건의 주인공이 된 우리나라 축구선수 출신 김신환 감동의 기적 같은 실화다. 물론 영화에서는 이름이 원광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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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은 촉망 받는 축구선수였다. 그런 그가 축구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하는 사업마다 실패로 돌아가자 마지막 탈출구로 동티모르를 선택한다. 동티모르에서 커피장사로 대박을 꿈꾸던 그는 다시 사기를 당한다. 원광의 딱한 사정을 아는 대사관 직원인 인기는 그에게 귀국을 권한다. 달리 방법이 없는 원광은 인기의 충고를 받아들여 귀국을 결정한다. 원광이 공항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를 문득 멈추게 만든 한 장면, 그는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목격한다. 문득 원광은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아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원광은 그 사업만큼은 성공을 확신한다.

 

원광은 축구용품점을 차린다. 그리고 짝퉁 축구화 살 돈도 없는 아이들과 하루 1달러씩 2개월 동안의 할부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원광의 생각대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는다. 원광의 생각과 달리 그들은 계약을 지키지 못한다. 그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축구팀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돈을 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하루 1달러는 너무 큰돈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1달러 대신 다른 식으로 갚으려 한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돈 대신 닭 한 마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점차 아이들은 그 계약이 무모하다 생각하고 원광을 원망한다. 결국 아이들 중 견디다 못한, 또는 부모의 원망을 얻은 아이는 축구화를 반납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할 수 없이 원광은 가게를 접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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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축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과거를 떠올린 원광,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번만큼은 끝을 보고 싶다. 그는 무모한 사업을 하다 실패를 거듭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엔 축구팀을 결성하기로 한다. 원광의 제 2의 축구 인생이 시작, 선수로서의 축구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그는 감독으로서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물론 만만치는 않다. 

 

21세기 첫 독립국 동티모르, 아무것도 없는 불모의 땅, 식량 부족, 내전, 그리고 남은 것이 있다면 내전으로 남은 상처뿐이다. 내전으로 어른들도 서로 편이 갈려 있다. 아이들도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서로가 반목한다. 돼지를 걸고 한 시합에서도 같은 팀이면서도 서로 경계를 하며 패스조차 하지 않으니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키 작은 소년의 여동생은 오빠도 축구팀에 넣어 달라며 원광에게 로비를 한다. 어른들의 반목, 아이들의 응어리진 가슴, 원광도 지쳐간다. 모든 걸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아이들이 다시 멈춰 세운다. 누가 그래? 꿈도 꾸지 말라고! 돈 없으면 축구도 하지 말라고! 운동장에 서면 미국 애들이나 일본 애들이나 다 똑같단 말이다! 그는 꿈을 꾼다. 이 아이들을 끌고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경비를 어떻게 댄단 말인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들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호응과 후원으로 독지가가 생기고 이들의 경비는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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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히로시마로 날아간다. 뛰어난 발재간을 가진 라모스와 모따비오, 이들 두 아이의 마음만 합하면 잘 될 텐데, 그것이 문제다. 아무리 찬스가 생겨도 서로 원수처럼 생각하고 페스를 하지 않으니 번번이 찬스를 놓친다. 일본과의 첫 시합, 이들 둘의 반목으로 시합은 2:0으로 끌려간다. 차라리 둘 중에 한 명을 빼는 게 좋으련만 원광은 고집스럽게 이 둘을 그대로 기용한다. 라모스의 탁월한 실력만으로 일본에 한 골을 넣기도 어렵다. 하지만 상대 팀에 경계대상은 라모스, 라모스가 쓰러진다. 망설이던 모따비오가 그를 잡아 일으켜준다. 그것으로 이들은 화해한다. 이제 둘이 마음을 열고 경기에 열중한다. 기적은 이때부터이다. 둘의 맹활약으로 동티모르 팀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다. 그 후로 이 팀은 6전 전승 기적을 일으켜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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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 전 국민이 사랑하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꿈도 희망도 없던 동티모르. 그곳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이다. 2002년 사업차 동티모르를 찾았다가 우연히 공터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아이들을 만난다. 그후 무보수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맨발로 축구를 하던 아이들로 축구단을 결성한다. 그리고는 1년도 채 안 되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 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6전 전승 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바로 <맨발의 꿈>이다. 줄거리를 압축하면 이처럼 간단하다. 하지만 내용은 아주 처절하고 힘겹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이룬 기적이기에 더 평가할 가치가 있다. 실화이기도 하지만,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거짓 없는 반목과 대립, 그리고 화해하는 장면, 그래 너희들이 어른들보다 낫다, 그렇게 바라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하다. 작지만 깊고 그윽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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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상처를 그대로 떠안고 서로 반목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서로가 한 마음 한 팀으로 부활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흉내 낸다. 어른들이 서로 반목하니까 이들도 서로 반목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서로 적을 대하듯 한다. 어른들이 그러하듯 그렇다. 이것 하나하나가 그대로 두면 이들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비록 그런 상처를 안고 있지만 아이들의 눈빛만큼은 아주 순수하다. 어른들이 나눈 편 가르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하나로 묶기 까지 김신환 감독이 얼마나 자기희생을 치렀을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반목과 대립,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같은 공간에서 서로 피할 수 없으면서 서로 미워하고, 서로 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가? 어른들의 반목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어른들은 아니라도 이 아이들을 하나씩 한 팀으로 묶은 힘, 이 아이들로 인해 서로 편을 갈랐던 어른들이 아이들이 한 팀을 이뤄 상대와 싸우듯, 어른들도 화해를 시도할 것이다. 희망 없는 나라에 희망을 안겨준 한 사람의 위대한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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