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29- 위험한 상견례 2, 즐거운 상견례

영광도서 0 1,640

상견례를 해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얼마나 어색한지, 상견례가 이처럼 어색하고 긴장이 되는 건 상대 부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다. 제목이 상견례니까 이 영화 내용도 그런 것이겠지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될 것이다. 그래 좋다. 그 마음으로 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빵 터질 테니까. 전편도 엉뚱하고 재미있었는데, 2편 역시 웃을 만하다. 인생 뭐 있나. 때로 그냥 웃어 제키는 것이지.

 

욕심을 버리고 그냥 웃겨보자는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괜찮다. 웃기되 사랑 사건으로 웃기자니까, 그렇게 웃기니까 당연히 코믹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냥 웃고 즐기다 보면 기발한 사건들을 보는 재미, 러브 스토리의 고전적 수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 재치 있는 사건 전개의 재미, 나름 심심치 않은 액션을 보는 재미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듯이 우선 서로가 상종할 수 없는 가정과 가정의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자의 소속은 아주 악명 높은, 신출귀몰한 범죄 가족, 여자가 속한 가정은 온 가족이 경찰 가족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사회적 입장으로 봐도 영 안 어울리는 조합, 서로 다른 환경을 안고 자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성과 유사하게 시작한다고 치자. 요거 복선이다.

 

펜싱선수 영희, 영희가 좋아하는 놈은 다름 아닌 전통적인 쌍 철수인지라, 아주 옛날 교과서적인 쌍 영회와 철수가 되었더라. 영희의 아버지는 경찰이다. 그는 명예를 걸고, 평생 신출귀몰한 지명 수배자를 잡겠다고 나선다. 이제 은퇴를 얼마 앞둔 그가 명예를 걸고 잡으려는 지명수배자의 아들을 영희가 맘에 들어 하니 아이러니하다. 영희와 철수가 인연을 맺게 된 사건인 즉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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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유전인자를 받아선지 말썽만 부리던 철수란 놈이 갑자기 마음잡고 공부하겠단다. 철수의 부모는 범죄자 부부지만 금슬이야 대한민국 최고다. 애비는 달식, 에미는 강자로 일명 달식 강자 부부, 그 아들 철수 손발이 척척 맞는다. 부부를 잡으려 해도 도저히 잡을 수 없다. 영희 아버지는 누구냐고, 그 이름 촌스러운 만춘이다. 이름대로 만년 형사를 못 벗어난 만춘은 이번엔 제대로 벼루고 범죄자 잡겠다고 머리를 쓴다. 도둑 부부의 아들, 만춘이 철수를 미행한다.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고 만춘의 미행을 용케도 따돌리는 철수, 그 와중에 교통사고 유발한다. 불타는 자동차에서 철수가 처자를 구한다. 아이고야 공교롭게 그 처자가 만춘의 딸이라. 그때에 용감하게 그녀를 구해 준 철수, 그 바람에 영희와 철수 눈이 맞아도 제대로 맞은 거다. 그러고는 둘이 죽고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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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아들이지만 사랑에 빠지니 그를 사랑하겠다고 하고, 모처럼 예쁜 처자가 마음에 드니 그녀와 사귀겠다는 철수, 이들의 결합을 두 가족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를 어찌 막으랴. 만춘은 철수에게 경찰 시험에 합격하면 딸과의 교제를 허락하겠단다. 그때부터 평생 공부를 담 쌓고 있던 철수 코피 터지도록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가 경찰 시험에 합격하기는 영희 언니 뚱땡이 영숙이 미스코리아 되는 것보다 어렵다는 판단들이다. 그럼에도 철수는 죽어라 공부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다.

 

정작 영희 가족은 무사태평이다. 철수가 경찰시험에 합격할 리가 없으니까. 반면 철수 부모는 철수 공부를 적극적으로 방해를 시작한다. 아들이 경찰이 된다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철수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당연히 합격한다. 그래야 영화가 재미있으니까. 철수가 시험에 합격하다니. 그를 불합격으로 만들기 위해 철수 엄마가 나선다. 그녀는 철수 합격서류가 있는 곳에 교묘하게 숨어들어간다. 그리고는 그 서류를 조작하여 떨어뜨린다. 신출귀몰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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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시험을 보면 어떻게 막나. 양가에서 연합작전이다. 경찰 시험을 아예 볼 수 없게 막기 위한 두 집안의 방해 작전이다. 잠 못 자게 만들기 작전은 철수 부모가 맡는다. 시험 못 보러 가게 만들기 작전은 영희 가족이 나선다. 이들의 연합작전은 당연히 성공한다.

 

하지만 철수는 다음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철수 부모를 잡는 걸 평생의 목적으로 삼은 만춘, 하지만 그의 재주로는 잡을 수는 없다. 철수 부모는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능가하는 한 사람이, 딱 한 사람이 있다. 철수다. 철수는 만춘의 마음을 얻으려 부모 잡기에 나선다. 여지없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철수의 활약으로 철수 부모는 꽁꽁 묶여 만춘에게 대령 당한다. 만춘의 마음을 얻고, 영희와 결혼을 위한 공 세우기다. 이제 드디어 아름다운 영희, 마음에 든 영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레고 들뜬 철수,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람, 더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더니, 이번엔 영희가 철수에게 급 실망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모를 붙잡아 넘기는 건 아니라는 거다. 철수에게 실망했다며 그녀가 돌아선다. 철수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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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연애의 최대의 위기다. 하지만 연애를 위해 시작한 것, 본질이 전도될 수는 없지. 이제 마무리할 시간, 두 사람을 어떻게 다시 만나게 할까? 연쇄 성폭력범이 등장한다.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그 여자를 잔인하게 죽이는 일당, 이들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 이놈 일당을 잡으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사랑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진 아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자 철수의 부모가 나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철수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서다. 철수가 경찰시험을 못 보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모를 넘겨서 사랑을 얻으려 했다가 오히려 영희를 실망 시켜 사랑에 실패하는 바람에 다시 방탕생활을 시작한 아들을 어쩌랴. 부모가 나서주어야지. 그 신출귀몰한 재능 두었다 언제 쓸꼬. 이럴 때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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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영희와 결연을 선언하지만 영희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하여 부모의 도움을 얻어 영희에게 선물하고 싶다. 철수의 부모 역시 그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철수 가족이 함께 나선 것이다. 범죄자의 생리야 범죄전문가가 잘 아는 법, 신출귀몰 부부가 이들의 정체의 힌트를 알아낸다. 그 힌트를 철수가 영희의 사무실 유리창에 써서 알려준다. 이들에게 좁혀 들어가는 수사망,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자기들의 뒤를 쫓기고 있다는 걸, 이들이 다음 범죄 대상으로 삼은 건 공교롭게도 영희다. 영희가 이 흉악한 집단에 잡힌 거다. 영희를 공개적으로 찾을 수도 없는 만춘, 영희의 목숨을 살리려면 경찰에게 알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제 능력으로 딸을 찾을 수도 없다. 결국 만춘이 철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철수가 행동을 개시한다. 위기일발 상황에서 철수가 영희를 구하러 나선다. 철수 혼자 힘으로 영희를 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아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서도, 멋진 결말을 위해서도 철수 부모가 도우러 나설 터다. 철수를 도우러 철수의 부모가 나선다. 덕분에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흉악한 성폭력범들 일당 검거 성공이다. 고학력에 취직을 제대로 못한 놈들이 만나 결성한 범죄 집단인데, 그 중심에 현직 경찰이 끼어 있었으니 이들을 잡기 어려웠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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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영희와 철수의 해피엔딩이다. 물론 철수는 당연히 철수 가족의 치욕인 경찰 시험에 합격한다. 경찰 가족의 치욕인 최고 범죄자의 아들과의 결혼이다. 철수 부모, 그토록 많은 절도 사건을 저질렀지만, 그것이 나라 사랑의 마음으로 나라의 유물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나. 그럼에도 그걸로 호의호식했으니 당연히 나쁜 짓이지. 그럼에도 잡히지 않았던 이들이 아들을 위해 자수한다. 이제 겨우 초범이다. 초범인 듯 초범 아닌 전과자 같은 초범이다.

 

철수와 영희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을 하고, 철수 부모는 광복절 특사를 꿈꾸며 범죄자 호송차를 타고 간다. 철수의 부친은 도둑질을 하다 보니 개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덕분에 나중에 특사로 나오면 개 조련사를 하겠단다. 분장의 대가로 감쪽같이 박대통령으로 변신할 수 있을 만큼 분장 술이 뛰어난 철수 엄마는 허리우드에서 최고의 분장사를 해볼까 그 꿈을 꾼다. 철수 부부는 최고의 형사 부부가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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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인생 이야기를 내려놓고 가끔 가볍게 웃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영화가 딱 그럴 때 볼만한 영화다. 말 그대로 코믹 영화, 웃자고 만든 영화다. 이것저것 다 잡으려 안 하고 순수하게 웃기자, 그 생각으로 만든 영화인 것 같다. 그래서 괜찮은 영화다. 인생도 멋지게 넣고, 적당히 웃기자, 감동도 주자, 뭐 이런 식으로 욕심을 부렸으면 십중팔구 망할 영화인데, 이 영화는 그냥 웃자는 거다. 그래서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웃어 제키다 보니 때로 뭉클한 삶도 엿볼 수 있더라.

 

이 영화 재미있다. 상견례의 어색함을 웃음으로 바꾸어 놓는다. 상견례의 진지함을 웃음으로 비벼 놓는다. 세상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심각한 듯 심각 아닌 심각한 듯한 코믹, 코믹한 듯 코믹 아닌 코믹 같은 진지함. 뭐 이렇게 정리함 되려나. 이렇게 뜯어 해석하고 저렇게 뜯어 해석할 여지가 없는 그냥 재미로 볼 영화다. 요즘 세상에 이런 영화 많이 나오면 좋지. 웃을 일 없는데 실컷 웃도록. 별것도 아닌 것들이 진지한 척하고, 점잖은 척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마당에 그냥 웃지. 그냥 웃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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