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30-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탈리아, 인도 그리고 발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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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자기 앞에 생>에서 모모가 묻는 말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때로 사랑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때로는 진절머리 나게 하여, 사랑이란 단어가 흉측한 벌레처럼 생각조차 하기 싫은 때가 있다 할지라도, 다시 사람은 사랑을 찾게 마련이다. 사랑만 그러하랴, 사람은 생물인지라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니,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성경 말씀이 있듯이 정신의 양식이 왜 필요하지 않으랴. 이 영화의 제목은 그래서 우선 먹어라, 다음엔 기도하라, 마지막으로 사랑하라 이다. 인생을 3막극으로 본다면 먹어라 서막, 기도하라 2막, 사랑하라 3막이다. 그렇다면 이 등식을 대비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란 말이다.

 

먹으면서 발견하는 내 진정한 내 모습, 기도하면서 발견하는 진정한 나의 내면, 그리고 타인을 만나면서 발견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 그것이 인생의 완성이 아닐까. 그 결론은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그때엔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또는 외적인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라. 그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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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리즈가 기사취재로 인해 발리의 유명한 주술사를 찾아간 장면으로 시작한다. 리즈의 친구는 아기를 키우는 행복에 빠져 산다. 그녀는 리즈에게 여자에겐 남편과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즈, 그녀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다. 번듯한 남편도 있다. 뉴욕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번듯한 일도 있다. 이처럼 모든 조건은 갖춘 리즈는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자신의 삶이 진정 자신이 원한 삶인가 자문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기로 한다. 이제 모든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모든 짐이 트럭 한 채에 다 들어가는 모습을 그녀는 씁쓸하게 바라본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던가. 그녀는 우연히 이탈리어를 배웠는데,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다. 그녀는 그곳에서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리즈는 이탈리아로 떠나와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외롭다. 헤어진 남편이 그립긴 한 걸까. 다행히도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좋은 동행을 만나 다행이라 여기며 여행을 계속한다.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만난 친구와 피자를 먹는다. 친구는 5kg이 쪘다며 먹기를 거부한다. 리즈는 “이제 더 이상 전날에 먹은 칼로리를 계산하며 아침에 샤워하며 머리를 쥐어뜯지 않을 거야. 살찌겠다는 게 아니라 구속에서 벗어나는 거야. 난 그냥 먹을 거야. 나도 뚱뚱해지는 건 싫지만 먹을 땐 죄책감 없이 먹으려고. 오늘은 피자 다 먹고 내일은 축구경기 보고, 내일은 둘이 나가 큼직한 청바지 하나씩 사자.”라고 말한다. 로마는 먹기 위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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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인도로 떠난다. 그녀의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그런데 그녀를 보자 그녀의 심정을 어쩌면 그리도 잘 아는지 그녀의 마음에 정곡을 찌르는 말만 골라서 하는 이상한 아저씨를 만난다.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받는다. 그 사람, 세상 모든 일에 통달하고, 세상을 달관한 듯한 사람, 이상하게 끌린다. 그런데 이 사람 알고 보면 마음에 나름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산다. 아무렇게나 살아온 지난 삶을 후회한단다. 그녀는 인도에서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배운다. 쉽게 잊을 것으로 여겼던 이혼의 상처로 인해 괴롭지만, 기도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남자의 충고로 자신의 상처를 회피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당당히 상처에 맞서려 한다. 즉 기도와 명상으로 일어나려 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일들이 가끔은 떠오른다. 인생은 갈등의 연속이니까. 인도에서 명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리즈에게 전남편 데이비드에게서 전화가 온다.

 

일찍 전화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자신이 전화 안하면 아직 끝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한 후다. 그녀는 "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힘들게 살고 싶지 않은 거야."라는 말로 전남편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다. 그러나 전남편은 그녀에 대한 미련을 갖는다.

 

"난 아직도 사랑해"

 

"그럼 사랑해."

 

"근데 너무 보고 싶어."

 

"그럼 보고 싶어 해. 보고 싶을 땐 마음껏 보고 싶어 해. 오래가진 않을 거야. 영원한 건 없으니까."

 

리즈는 마음속에서 그를 떠나보낸다. 그렇게 한 사람을 마음에서 내보내면 다른 사람이 찾아들게 마련인가. 인도에서 만난 묘한 남자는 그녀에게 사원을 떠나며 리즈에게 남기는 한 마디. “노력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 다 포기하고 있어 보라고, 그럼 답이 나올 거야. 왜 과거에 매달려? 보고 싶을 땐 맘껏 보고 싶어 해. 먹보 아가씨, 언젠가 사랑이 또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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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온 리즈는 주술사로부터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받은 대로 행동한다. 리즈는 자전거를 타고 발리의 시골길을 달리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한다. 그러다가 운명적인 사랑의 대상을 만난다. 사랑에 상처받은 그녀는 주저하고 망설인다.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그러자 남자는 무인도로 건거가면서 함께 건너가자고 말한다.

 

“아트라베이시모(함께 건너가자)!”

 

하지만 그녀는 인도에서 겨우 찾아낸 마음의 균형을 깨뜨리기가 두렵다. 때문에 그녀는 새로 찾은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뉴욕에 돌아가려고 한다. 그때 주술사 할아버지 카투가 묻는다. “리즈, 간으로 웃으라는 말 잘 지키고 있지요?”라면서 남자 친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리즈는 “제가 끝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카투는 이해 할 수가 없다고 반문한다. 리즈는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라고 대답하자. 카투 님이 다정하게 충고한다.

 

“리즈, 때로는 사랑 때문에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살아가는 과정이에요.”

 

카투의 말에 용기를 얻은 리즈는 남자가 떠난 섬으로 그를 찾아 나선다. 아주 아름다운 헤피엔딩 장면, 잘 어울리는 자연의 풍경, 자연이 사랑을 부르고 사랑이 자연을 부르는 듯, 아름다운 남녀의 되찾은 사랑이 살갑다. 리즈의 마지막 대사다.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그게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외면의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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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사람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모든 삶의 조건이 완벽한 사람이 어느 날 삶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기도 하고, 외면적으로는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가나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이 행복하다는 이도 있다. 그러니 인간의 만족이나 행이나 불행은 마음에 달려 있는 거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밥보다는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이며, 의미보다는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사랑 없이는 모든 것이 무화되어 버리는 것, 그것이 삶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 먹고는 이탈리아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먹으면 된다. 그럼에도 살이 찔까 봐 먹지 못한다면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려고 온 마당에, 자유를 찾아 온 마당에 아무 의미가 없지 않는가. 마음먹고 떠난 여행, 잊으려고 떠난 여행이지만 과거가 깡그리 잊힐 리는 없다. 돌아보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던 과거라도 그 중엔 아름다운 시절, 행복한 시절, 좋았던 시절도 더러는 섞여 있으니까. 인간처럼 과거를 돌아보며 곰씹어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동물은 없으니.

 

다음엔 기도하고, 그 장소는 인도다. 먹었으니 비운다. 비운다는 건 기억을 비운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편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다 비워내려 하지만 완전히 비워내기 어렵다. 일로 상처를 입으면 일로 치료해야 하는 것처럼, 사랑으로 입은 상처는 달리 치료가 없다. 사랑으로 치료해야한다. 그래서 비울 듯이 비울 듯이 다시 채워지는 것이 삶이 아니던가. 용기를 내서 떠나면 어디서든 살게 마련이다. 떠나본 사람은 안다. 사람은 어디에 가든 다 살게 마련이라고. 세상 구석구석, 요소요소엔 우연을 가장한 만남들이 나타나 우리를 돕도록 되어 있으니까. 다만 용기만 내면 된다. 그렇게 비우고 또 채우는 것이 인생이듯이, 또한 여행이듯이, 인생은 여행이란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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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그녀는 발리에 있다.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해서 기도로 비우고 정신을 살찌우고, 발리에서 사랑하려 한다. 그런데 두렵다. 어렵게 찾은 마음의 균형을 잃을까 두렵다. 그래서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서 도망치려 한다. 때로는 사랑 때문에 균형을 잃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카투의 말씀에 리즈는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누구나 한 번쯤 꿈꾸지만 “머무르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떠나는 일이다.”라는 대사처럼,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아름다운 건, 생생하게 마음을 자극하는 건 내가 꿈꾸었거나 꿈꾸는 일이지만, 그리 할 수 없으니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라'로 축약 가능한 이 영화, 볼수록 아름답다. 이탈리아에서는 먹고, 인도에서는 기도하며, 발리에서는 사랑을 한다. 리즈가 찾아간 이탈리아의 무너진 성, 결론에 이르면 무너지면 다시 복구하면 된다는 상징이리라. 리즈가 잃은 사랑, 삶의 오점 이혼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수리하고 복구하면 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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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하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찾아간 인도, 이탈리아에서 육체를 위한 음식을 먹었다면 인도에서의 기도와 명상은 외적인 비움이지만 내적으론 내면을 채우는 것이니 육체와 정신의 신진대사의 윤활, 그것이 균형 있는 삶은 삶이지만, 거기에 사랑이 빠지면 내용 없는 균형이 아니겠는가. 점술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성공만을 위해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후회, 삶의 균형을 찾는 시간, 평온해진 것 같으나 사랑이 없으면 공허한 게 인생 아닐까.

 

결국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하고, 사랑으로 얻은 상처는 사랑으로 덮어야 덮을 수 있는 것, 결론은 사랑이다. 다시 사랑하려면 멋모르고 사랑한 날들보다 엄청 더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렵지만,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없으니 눈 딱 감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시작을 할 수밖에. 사랑하는 일엔 늦은 때도 없고 이른 때도 없으니, 사랑하고 싶을 때 용기를 내어 사랑하라. 사랑 없는 균형은 공허하다. 모든 사랑의 기준점, 균형의 중심은 사랑이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육의 양식, 정신의 양식, 사랑의 양식,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의 양식이라. 배고픔, 갈급함 그리고 사랑, 이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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