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35-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재미와 감동을 준 영화

영광도서 0 1,926

참 잘 만든 영화다! 들어갈 거 다 들어간 영화다. 휴머니즘과 로맨스, 오락과 액션, 정의와 불의, 스릴과 반전을 고루 녹여 넣은 영화다. 갖춰야 할 것 다 갖추었음에도 그 모든 게 어색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제대로다. 웃음을 준다. 그리고 감동을 준다. 눈물까지는 아니라도 가끔 웃음 속에 녹아든 콧등 시큰한 정도의 진정한 대사가 있다. 아주 잘 짜인 각본, 자연스러운 연기, 여러 장치와 소품들을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게 잘 챙겨 넣은 영화다. 탐정 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소품과 복선의 연계가 아주 돋보인다.

 

 

765556982_3XfRqvPg_fb562a8f4d77f05a5109a 

   

 

 

 

시리즈 영화인데 그 두 번째이다. 정조 19년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은 외딴 섬에 유배중이다. 그는 유배지에서 이것저것 시도한다. 폭탄 제조며, 날아가는 도구 만들기, 왜 저걸 하지? 유배지에서. 그게 다 뜻이 있는 거다. 나중에 요긴하게 써 먹을 것들이니까.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긴 있다. 그와 늘 함께 활동하는 파트너 서필이다. 또 있긴 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린 소녀가 찾아온다. 소녀는 그에게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달라고 찾아온다. 그는 한때는 아주 잘나났다. 왕의 밀명을 받는 특사였으니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미은 털이 박혀 외딴 이 섬에 유배당한 것이다.

 

김민에게 일이 생긴다. 조선 전역에 불량은괴가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민의 잠자고 있던 탐정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김민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유배지를 이탈한다. 그는 일단 불량은괴 유통사건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다음으로는 소녀가 매일 그에게 부탁한 행방불명 된 동생을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두 사건을 해결하려고 조선 최고의 명탐정 김민과 그의 조수 서필이 나선 것이다.

 

 

765556982_p4IM5Tux_6c72995c051f83a2d3495 

 

 

 

 

 

 

우연은 필연이다. 우연한 히사코와의 만남, 적으로 만났으나 이상하게 느낌이 좋다. 그런데 이 여자 또 만난다. 다른 모습이나 느낌이 그녀다. 그녀의 정체가 이상하다. 그렇게 그녀를 추적하기 위해 나름 소경인 체 일하는 놈을 잡아 내 편으로 만들었다.

 

위기를 당했다. 구원이 있는 패거리들에게 딱 걸렸다. 그들은 이들을 죽이려 한다. 이들을 피해 관으로 들었으나 거기서 구해준 관리, 동문수학하던 선배다. 그 선배의 도움으로 풀려났으니 분명 같은 편이다. 이 관계가 뒤집어진다. 이들의 편인 줄 알았던 소경 양씨는 적 중의 적이요. 도움을 주었던 선배는 그들과 한통속으로 돈을 탐하는 탐관오리다.

 

오히려 그들의 편은 히사코, 이상하게 느낌이 좋더라니, 어릴 적 소녀로 강제로 끌려가 가짜 은을 만드는 공장에 잡혔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본의 관리의 집에 팔려가서 성공하여 돌아온 기생이다. 또한 그들을 집요하게 잡아 죽이려는 불량패들이다.

 

 

765556982_A7T5bOaE_cb5ae4faa71e2b15a146c 

 

 

 

 

사건의 실마리가 숨겨져 있는 세견선이 대마도로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거대한 바다로 그의 수사 영역을 확장한다. 때문에 사건 해결을 위하여 이들은 우선 陸(육)전을 펼쳐야 한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산과 들, 저잣거리를 누빈다. 조선 땅에 처음 불량은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김민과 서필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검계 무리의 일원으로 위장 잠입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두목에게 정체를 들킨 그들은 검계 무리에 쫓긴다. 그들은 산과 들, 저잣거리를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불량은괴 유통사건의 진실을 찾는다.

 

다음엔 해전이다. 그들은 강을 헤엄치고 바다를 건넌다. 위기의 순간이다. 그들은 검계 무리에 쫓겨 낭떠러지까지 몰린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자 김민은 서필에게 절벽 밑 강으로 뛰어내리자고 제안한다. 서필은 제안에 따라 강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런데 김민은 혼자 절벽을 기어 내려온다. 서필은 김민의 속을 모르고 또 속은 것이다. 김민의 말 때문에 서필은 강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다.

 

 

765556982_OgaoD1pt_8f70061bbf4bcaa807415 

 

 

 

 

다음엔 공중전이다. 사건의 결정적 단서는 외딴 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왕 나선 것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둘은 외딴 섬에 잠입해야 한다. 육로로도, 해로로도 갈 수 없는 곳이다. 난관에 봉착한 김민과 서필은 궁여지책을 구한다. 앞에서 기구를 만든 것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비거, 조선판 대형 행글라이더이다. 중요한 건 단 한 번도 비행에 성공한 적 없는 발명품이라는 점이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김민과 서필은 비거에 몸을 던지며 조선 최초의 비행을 시도한다. 물론 처음엔 당연하 실패한다. 검증이 되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타고 바다를 건넌단다. 서필이 이미 실패한 것을 본 터라 겁을 내서 타고 건너기를 꺼린다. 그러자 그는 "왜 실패를 했는지를 알았으니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라 한다. 그렇게 성공하여 적진에 침투한다.

 

반면 동생을 찾아달라던 소녀 다해는 바다를 수영으로 건너다닌다. 그런데 그들은 결국 바다에 둥둥 뜬 시체로 변한 다해를 만난다. 어떻게든 동생을 찾으려 애쓰는 그 기특한 아이, 결국 아이는 죽지만 그 아이의 바람대로 탐정은 다해의 동생 도해를 찾아 엄마에게 건네준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노비의 딸이라 꿈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단다. 영화가 끝날 무렵 노비의 딸의 꿈은 이렇게 변한다.

 

“저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을 테니까요. 잡초처럼 뽑혀 버리지 않아도 되고 잔디처럼 짓밟히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나 예쁨을 받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765556982_nzWswuyO_4c6357ae48c235cd21543 

 

 

 

 

어린 소녀 다해와 명탐정 김민, 두 여인와 김민의 만남의 대비다. 꽃이 된 여인과 꽃이 되고 싶은 소녀다. 진한 사랑은 나오지 않지만 은근한 사랑, 웃음을 선사하는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 들어 있다. 김민과 히사코의 은근한 사랑,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난다며 결국 김민의 곁을 떠나는 조선여자이지만 일본 이름을 가진 히사코, 그들이 눈빛으로 애석한 사랑을 나눈다. 김민은 히사코에게 "조선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말한다. 그러자 은근한 여인 히사코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렵니다. 어디서든 조선의 딸로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녀는 잡초 중에 꽃이 된 여인이라고나 할까.

 

반면 동생을 찾으려는 가난한 소녀 다해, “꿈이 무엇이냐?” 그가 다해에게 묻는다. "뭐가 될 수 있습니까 제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해야만 하는 아이의 말, 아프다. 신분이 아프다. 시대가 아프다. 그렇게 대답했던 아이가 이제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을 테니까요. 잡초처럼 뽑혀 버리지 않아도 되고 잔디처럼 짓밟히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나 예쁨을 받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765556982_1GJQElqI_20425dbb2992348347b7f 

 

 

 

 

가난한 노비의 아이들은 잡초처럼 뽑히고, 잔디처럼 짓밟혀도 아무 반항을 못하는 시대의 아픔, 그 속에서 살아난 잡초 중에 꽃이 된 이도 있나니, 히사코인가? 그러니 잡초도 뽑힐 때 뽑혀도 꽃이 되려는 꿈을, 잔디로 살아 밟히고 밟혀도 거기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예쁨을 받을 꿈인들 꿔야 할 터. 아름다움이 힘이라면 꽃이 되어야 할 것이며, 돈이 힘이라면 돈을 벌어야 할 것이로되 정의를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니라. 소녀는 꿈을 이루지는 못한다. 적어도 이승에서는, 그러나 저승에서는 그 꿈을 이루었으리라. 그녀는 진정한 꽃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다해와 김민, 어린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김민, 동생을 생각하는 다해의 기특한 마음, 신분의 차이가 서로 접근하게 못할 입장이지만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사람은 누구나 사람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의식을 가진 김민, 그의 세상을 읽는 방식은 휴머니즘이다. 그것이 히사코를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인다.

 

아이들, 죄 없는 아이들, 그들 중에 노비의 자식들만 끌려가서 갇혀서 온갖 괴로움을 겪으며 가짜 은을 만다는 데 동원되었다가 죽으면 바다에 버려져서 떠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건 김민의 마음씨, 요즘 이런 양반 있나?

 

태평성대, 한 백성이라도 억울하게 죽거나 먹을 것이 없어 굶는다면 그게 태평성대냐? 관리들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니겠는가? 돈이 세력이고, 세력이 끈이라 믿는 관리들, 그 돈을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탐관오리들, 지금 그들의 후손은 없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