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36- 리스본 행 야간열차, 문득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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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한 장의 열차 티켓으로 시작된 마법 같은 여행, 나는 지금 리스본 행 야간열차를 타고 있다!”

 

참 낭만적인 말이다. 이 말로 영화는 펼쳐진다. 그러면서 그 안에 또 다른 책이 있다. 책의 내용이 있다. 책의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 얽힌 사연이 있다. 그러니 세 권의 책을 영화 한 편으로 만나는 것이라고나 할까.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까?

 

이 영화 <리스본 행 야간열차>, 제목부터 호감이 간다. 야간열차, 갑작스럽게 떠나는 여행,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저 일시적인 그 무엇, 자석에 끌린 듯이 떠나는 여행, 그것도 야간에, 오늘 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행, 새로운 뭔가 일어날 듯싶은 낭만적인 여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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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고전문헌학을 강의하며 새로울 게 없는 일상을 살아온 ‘그레고리우스’에게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이란 다름 아닌 그의 소소한 일상을 깨는 색다른 일과의 만남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다. 그는 강의를 하러 간다. 그의 눈에 띈 빨간 외투의 아가씨,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그가 그녀를 구하려다 바람에 그의 우산이 날아가 강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강의 자료는 길에 뒹군다. 자살은 자살이고 그 상황이 미안한 그녀는 그를 돕는다. 그녀를 대동하고 돌아온 그는 평상시처럼 강의를 한다. 젖은 외투를 교수실에 걸어놓은 그녀 역시 강의실 한 구석에서 본의 아니게 강의를 듣는다. 그러다 강의 도중 그녀는 밖으로 나간다.

 

그녀를 살피느라 제대로 강의를 못 이어가던 교수는 그녀의 빨간 외투를 집어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녀를 찾을 길 없다. 그런데 그녀의 외투에서 나온 책 한 권 <단어의 금세공인>이다. "우리 안의 삶의 작은 부분만 살아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로 시작되는 그 책에서 열차 티켓이 떨어진다. 그녀는 이 책을 읽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열차 티켓? 그는 그 티켓이 곧 출발할 리스본행 열차표임을 확인하고 역으로 달려간다. 그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끌림으로 의문의 여인과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를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아마데우 프라두의 책 내용에 깊이 빠져든 그는 일단 빨간 코트의 주인을 찾고자 한다. 다른 한 편 그녀를 자살로 이끈 책의 저자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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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다른 장소에 있거나 이전에 일어난 것들은 과거이다. 그리고 대부분 잊힌다. 무엇이 일어날 수 있을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시간과 함께 열려 있으며 완성되지 않은 자유 안에서 깃털처럼 가벼운 그리고 납처럼 무거운 불확실성 안에서 소망일까,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삶의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일어선다는 것이, 그러고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줄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떠난다 해도 우리는 거기에 머문다. 거기에 다시 가야만 우리가 다시 찾을 수 있는 우리 안의 사건들이 거기 있다. 어느 장소에 간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삶을 살아간다. 얼마나 짧은지는 상관없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여행하는 것은 스스로의 고독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고독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마지막에서 후회할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이유가 아닐까?"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무엇을 달성하고 경험해야 하는지를 경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설명될 수 있다. 계획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 만약 우리가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갑자기 모르게 된다. 더 이상 전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

 

"삶의 진정한 감독관은 사고이다. 잔혹함, 동정심, 황홀한 매력으로 가득 찬 감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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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의미를 담은 책, 그는 무작정 리스본에 머문다. 그의 삶의 방향은 어떻게 바뀔까? 아무런 계획 없이 그의 일생에 이런 일도 있을까 싶을 만큼 어떤 강렬한 유혹에 끌려 리스본에 그는 도착했고 그는 머문다. 숙명, 이를테면 삶의 전환을 하게 만드는 일은 항상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든다. 그 우연한 사건이 그의 삶의 방향을 확 바꾸어 줄 것이다.

 

아마데우가 그런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알고 싶은 그는 그 비밀을 조금씩 찾아본다. 그는 아마데우의 누이동생을 찾아가서 만나고 거기서 하나씩 사연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에게 우연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가 자전거 탄 이와 부딪치는 바람에 안경이 깨진 것이다. 그는 안경을 맞추러 간다. 여안경사가 안경을 맞추어 주려고 그의 시력을 확인한다.

 

좋아졌나요?

 

나빠졌나요?

 

그 말들의 반복에 삶의 의미가 있다. 눈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그녀의 말처럼 깨진 안경을 새로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의미이다. 단지 안경을 바꿀 뿐인데 세상은 달리 보인다. 그러면 그 우연한 사건은 소리 없이 조용히 삶의 방향을 바꾸어준다.

 

좋아졌나요?

 

나빠졌나요?

 

그가 책의 저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안경사에게 묻는다. 눈을 읽어달라며. 우울하기도 하고 희망적이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끈기가 있기도 하고 모순적이네요.

 

좋아졌나요?

 

나빠졌나요?

 

느낌이 어떤가요?

 

깨끗이 보이네요. 초점이 잘 맞춰졌네요.

 

삶의 초점, 그 점을 우린 잘 맞추고 사는 걸까? 제대로 맞추고 사느냐고, 우리 삶이 뭔가 허전하다면, 뭔가 무료하다면 초점이 잘 안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결정적인 순간은 방향이 완전히 바뀌질 때 드라마틱하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혁명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진행된다. 그리고 이 환상적인 침묵 안에 특별한 고결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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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그가 안경이 깨어진 일, 그건 사건이었다. 그가 안경사를 만난 일, 그건 사건이었다. 이 모두 우연의 일치이지만, 우연은 항상 숙명을 대동하고 오니까. 아니 숙명이 우연을 가장하고 오니까. 그래 환상적인 고요 속에 내 삶을 바꾸어줄 혁명이 다가오는 것이다. 안경사 그녀의 삼촌이 이 책과 인연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통해 그녀의 삼촌 주앙을 만나면서 그 책을 쓴 이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주앙은 혁명의 주동자였으니까. 주앙은 그들의 거처를 알려주지 않으려 팔을 뭉개는 고문을 참아낸다.

 

주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아마데우의 친구 조지, 아마데우의 여동생 마리아나 ,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억의 신동 스테파니, 혁명군을 처단하는 멘데즈 등이다. 형명군의 주동자인 주앙을 따르는 열혈당원 조지는 다름 아닌 아마데우의 친구다. 아마데우가 귀족 출신으로 수재라면, 조지는 그와는 정 반대로 하인과 같은 존재며 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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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둘은 아주 친한 친구로 지냈는데 아마데우는 의사가 되었고, 조지는 약사가 되었던 터였다. 조지는 아마데우가 병원을 하면 그 건물에 약국을 차라겠다고 할 만큼 둘은 우정이 두터웠다. 아마데우는 의사로 누이동생이 죽을 위기에 있을 때 그녀를 과감한 수술로 살려냈다. 그때부터 마리아나는 오빠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그런 어느 날 아마데우는 혁명군을 압제하는 멘데즈를 살려냈다. 혁명군에게 얻어맞아서 죽을 위기에 처한 멘데즈를 의사의 소명으로 살려낸 거였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멘데즈는 혁명에 가담한다. 그 그룹에서 그가 만난 스테파니, 그와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녀를 죽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혁명 가담자를 모두 암기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인물이라는 것이다. 그 지령을 조지가 전해준다. 하지만 이미 둘은 사랑하고 있다. 둘이 도망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스테파니는 조지의 애인이었던 것, 둘은 육체적 관계를 맺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는데, 아마데우를 소개 받으면서 스테파니는 한눈에 아마데우에 빠지고, 아마데우 역시 스테파니에 빠진 것이다. 그들은 진압군으로부터 도망을 치다가 골목에서 진하게 키스를 한다. 하필 이 장면을 목격한 조지는 질투로 그녀를 죽이고 싶어 한다. 키스를 하다가 사라지는 조지의 모습을 본 그녀 역시 이젠 잘 되었다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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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도망을 치려는 그들 앞을 가로막는 조지, 그는 차마 총을 쏘지는 못한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국경을 넘다가 검문에 걸린다. 혁명 가담자를 가차 없이 처분하는 멘데즈의 이름을 팔아 둘은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그렇게 트렁크에 숨은 채로 스테파니는 아마데우와 함께 국경을 넘지만, 두 사람의 삶의 방향은 서로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둘의 사랑은 여기서 끝난다. 그녀는 어느 날 아마데우의 부음을 듣는다. 그의 장례식에 참여한 스테파니는 거기서 조지와 만난다. 그녀는 아마데우를 죽게 한 것이 조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오해를 받으며 조지는 약국을 경영하며 살아간다.

 

혁명의 주동자 주앙은 요양소에서 살아가고. 조지는 스테파니를 보는 순간 사랑을 느꼈고 그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아마데우를 죽였다는 오해를 벗지 못한다. 그의 우정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그 아름답던 스터파니는 그 오해를 안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혼자 늙어간다. 그녀는 아마데우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밀어낸다. 서로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데우는 그녀를 사랑하기에 앞서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시를 쓰고 싶어 한다. 그 덕분에 그는 그 책을 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떠났던 그가 알아낸 사실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을 추적하며 그는 그 책 속의 사연들을 알아냈다. 그리고 다시 빨간 코트의 여자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바로 멘데즈의 딸이었다. 별다른 삶이 아니었던 그녀는 아마데우의 책을 읽고 자기 아버지의 죄상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부끄러워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들판은 실제로 푸른 것보다 묘사할 때 푸르게 된다. 어릴 적에는 우리는 불멸의 존재인 양 살아간다. 불멸이 우리 지식수준에서 춤을 춘다. 간신히 우리 피부에 닿는 찢어지기 쉬운 종이리본처럼 언제 우리 삶에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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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날 때 우리 스스로 뒤에 뭔가를 남긴다. 우리가 가버린다 해도 우리는 거기에 머문다. 거기에 다시 가야만 우리가 다시 찾을 수 있는 우리 안의 것들이 거기에 있다. 어느 장소에 간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삶을 산다. 얼마나 짧은지는 상관없다. 이제 그는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다시 돌아가면 아이들을 가르칠 게다. 그러면서 그는 안경사 아드리아나의 질문을 받는다. 둘은 모두 혼자라는 것을 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너무도 진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이들의 삶,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 그런 와중에 사랑에 빠지고, 질투에 눈이 멀고, 혁명을 하고, 그들을 처단하는 이들의 생동감 있는 삶을 바라본다. 그들의 삶은 진정 활력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 부럽다.

 

내 삶은 어디에 있을까? 삶은 활력이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결국 모두 조각낸다. 하지만 살아났다. 내 삶은 어디에 있을지 지난 며칠을 제외하고는. 그가 혼자인 것은 그와 결혼했던 여자가 그가 지루하다며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드리아나는 그에게 재미있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웠어요. 제가 지루하지 않다고 말해줘서요."

 

"이제 다시 돌아가네요."

 

다시 그가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리스본에서 열차를 탄다. 그를 아드리아나가 배웅한다. 그녀의 눈빛, 그녀는 그를 좋아한다. 그가 열차를 타려 한다.

 

"왜 그냥 머물지 않으세요?"

 

그녀의 말, 그는 열차에 오르지 않는다. 뒤로 돌아서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열차는 그를 뒤로하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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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그를 지루하다 했다. 누군가는 그를 재미있다고 한다. 누구도 옳고 누구도 옳다. 누가 누구를 만나느냐 그 차이다. 우연한 여행, 어떤 끌림, 그 끌림이 그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삶의 방향을 확 바꿔놓았다. 소리 없이 다가와서 말이다. 그리고 그 방향이 그가 꿈꾸던 삶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제 그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책 한 권 들고 리스본 행, 리스본 행이 아니면 어때, 목포행을 타거나 여수행을 타거나 부산행을 타도 괜찮겠지. 거기에서

 

좋아졌나요?

 

나빠졌나요?

 

느낌 어떤가요?

 

라고 물어줄 아드리아나와 같은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깨끗이 보이네요.

 

초점이 잘 맞춰졌네요.

 

라고 대답하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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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때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준다. 잘만하면 새로운 인생의 분깃점이 될 수도 있다. 하긴 우리 모두는 인생을 여행하고 있잖아. 늘 새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날인데, 어제와 같은 오늘로 생각하며 살긴 하지. 그러니 새로울 것도 없고 무료하지. 그날이 그날인 듯 사는 거지. 하긴 늘 같은 일들의 연속이니까. 많은 세포가 수시로 죽고 새로 생기지만 나는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없잖아.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다고 한들 실감이 나야 말이지. 해서 삶이 무료하고 별 다른 일도 없이 흘러갈 때, 전혀 가 본 적 없는 곳으로의 여행은 얼마나 설렘과 알 수 없는 불안이 찾아들까?

 

누군가 "지금 당신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즉흥적으로 생각하면 글쎄 내가 무슨 꿈이라도 꾸었나, 꿈은커녕 말로만이지, 솔직히 말하라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산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빨간 외투를 남기고 홀연히 떠날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누군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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