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38-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잡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실패자도 아니다. 우선 왕년의식을 버려야 좋다. 흘러간 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그뿐이다. 과거의 나, 우등생의 나는 이제 없다. 현재의 나만 지금 흐르고 지금 살아 있고 지금 움직일 수 있다. 과거의 학교의 우등생은 이제 없다는 의미다. 지금은 사회의 열등생인 나만 살아 있다. 그럼에도 남보다 좋은 머리가 있다면 아주 좋은 조건이다. 과거를 잊고 좋은 머리로 현재를 슬기롭게 산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못하니까 좋은 두뇌는 오히려 삶을 방해한다.
우선 영화는 같은 면을 같은 색으로 맞추는 큐브를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큐브 맞추기,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한두 개만 맞추면 완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웬만한 사람은 간다. 그런데 여기서 넘어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삶도 그렇다. 그 단계를 넘어야 한다. 그 문제를 풀어야 삶이 풀린다. 인생의 큐브 맞추기에는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이 복선을 읽노라면 이 영화의 의미를 쉽게 읽을 수 있다.
달러는 원래 스페인의 통화 단위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 통화로 달러란 이름을 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독립 선언서를 기초한 5인 중에 한 명이다. 이 독립선언서에는 행복의 추구란 단어가 두 번 나온다고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거기서 따온 <행복을 찾아서>란다. 독립선언서에 나온 문구 그대로라니까 아마 원제로는 <행복의 추구> 일 듯싶다. 영화의 제목이기 때문이든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가 그 말을 한 때문이든, 무엇이 먼저이든 크리스 가드너는 미국 동전을 만지작거리면서 제목인 행복의 추구를 말한다.
인생의 위기를 딛고 행복한 삶을 찾아내기에 성공한 한 남자, 바로 크리스 가드너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학은 나오지 못했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누구보다 머리 하나는 좋다고 자부하는 크리스 가드너, 그는 작은 시골학교지만 거기서 항상 1등을 독차지한다. 학생 수는 12명밖에 안 되긴 하지만, 다른 경쟁자가 없으니까 그는 머리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다.
하지만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학교의 우등생이 었으나, 사회에 나와서는 사회의 낙제생이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무진 애를 써서 기어이 사회의 우등생으로 올라선다. 그러한 과정에서 삶의 교훈을 주기도 하고 신선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유익한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크리스 가드너, 그는 전 재산을 의료기 생산에 투자한다. 그렇게 생산한 의료기 하나 팔아야 한 달간 생활비를 건진다. 그럼에도 하나 팔기가 쉽지 않다. 시대에 앞서는 게 아니라 뒤처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의료기는 좀체로 팔리지 않고 그의 아내 린다는 그에게 늘 불만이다.
자존심 구겨 가면서 그는 여기 저기 의료기를 팔러 다닌다. 어느 날 그가 의료기를 팔러 다니다 멈춘 건물 앞,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해맑다.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한 것 같다. 그는 생각한다. ‘다들 행복한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거기서 만난 한 사람에게 그가 묻는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상대는 증권 중개인이란다. 대학을 나와야 그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그가 다시 묻는다. 상대는 그에게 대학은 안 나와도 되고, 다만 숫자와 사람만 다루면 된단다.
그는 결심한다. 증권 중개인을 해야겠다고. 아내 린다는 그에게 의료기나 열심히 팔라며 툴툴거린다. 그럼에도 이 남자 한 번 하려고 마음먹으면 기어이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분야인지라 많이 서툴다.
첫 번째 장 멍청한 짓.
그가 이력서를 내러 간다. 그러나 의료기를 들고 이력서 내러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거리에서 노래하는 히피 여자에게 의료기를 잠깐 맡아 달라하고 1달러를 준다. 그렇게 맡겨놓고 부랴부랴 인턴지원서를 내려하나 마침 용지가 떨어졌단다. 지원서 내기는 글렀고, 문득 의료기 생각이 난다. 급하다. 급하게 그는 뛰쳐나왔으나 의료기를 맡은 히피가 그걸 들고 달아난다.
두 번째 장은 그래서 달리기다. 한 달 생활비를 들고 도망가는 여자, 그가 기어이 따라잡아서 그걸 빼앗는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그는 증권 중개인을 다시 만나 그와 함께 택시에 동승한다. 그 안에서 그는 큐브를 맞춘다. 그가 기어이 맞추었을 땐 그 남자는 내린단다. 간 길을 되짚어 오다 보니 택시비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줄행랑이다. 그런데 아차 의료기를 두고 내렸다. 간신히 그걸 다시 찾아서 그는 달아난다. 갑작스런 상황에 얼떨떨한 택시 기사가 따라오기 시작한다. 다행일까? 무사히 도망쳐서 지하철에 허겁지겁 타긴 탔는데 팔은 안에 있는데 손에 잡은 의료기는 밖이다. 결국 그걸 놓을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껏 들고 온 의료기를 그만 잃는다.
그에게 행복은 멀고도 멀다. 린다가 그를 떠난다는 것이다. 린다를 보내더라도 그는 아들 크리스토퍼만은 못 보낸다. 아내는 행복을 찾아 떠나고 아들만 데리고 남은 그는 이제 집도 내주어야 할 판이다. 세를 내지 못하니 말이다. 사정사정하여 일주일 연장한다, 하지만 그가 그 집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조건이다. 그가 페인트칠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경찰이 들이 닥친다. 그는 영문도 모르고 잡혀간다. 벌금을 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그는 유치장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 문제는 문제다. 크리스토퍼를 어린이집에서 찾아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아내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고도 아침에 유치장에서 나오자마자 인턴 면접에 가야 한다.
그는 집에 들를 시간이 없다. 그냥 그 차림이다. 페인트칠하던 차림으로 면접에 들어간다. 엉터리 옷차림의 그는 그래도 임기응변엔 능하다. 게다가 그는 답변 하나는 솔직하다. 그 덕분일 것이다. 그는 합격이다. 그런데 고민거리 또 생긴다. 인턴과정은 무급이다. 여기서 20여 명과 경쟁해서 1명만 뽑는단다.
고민이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는 아들을 데리고 모텔로 전전한다. 그가 아들을 데리고 옥상 농구대에서 말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네가 못한다고 해도 절대로 듣지 마. 꿈이 있다면 그건 지켜야 해. 뭔가를 원하면 그걸 쫓아야 해."
다음날 아침 아들이 그에게 에피소드를 말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지나가던 배에서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물었대요. 그러자 물에 빠진 사람이 "아니요. 신이 도와주실 거예요."라고 대답했대요. 두 번째로 지나가던 배가 또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물었대요. 역시 "아니요. 신이 도와주실 거예요."라고 대답했대요. 그러다 결국 그 사람은 물에 빠져 죽었대요. 그러자 물음을 던진 사람이 신에게 "신이시여, 왜 그를 도와주시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신이 하시는 말씀, "배를 두 대나 보냈잖아."라고 대답했다는 거예요.
아들이 한 말에 깨달음을 얻은 걸까, 그는 그날부터 인턴에 임한다. 인턴들에게 주는 건 전화번호부, 그걸로 그 과정 동안 고객 만들기다. 한 번 실수한 그는 이번엔 젊은 히피가 아닌 나이든 히피에게 의료기를 맡겼다가, 마침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그 노인을 발견한다. 그를 쫓다가 결국 자동차에 부딪치는 바람에 몸도 다치고, 그 사람도 놓치고, 신발 한 짝도 잃고 들어온다. 참 지질이도 안 된다. 그는 자문한다. ‘독립 선언문에서 행복의 추구는 두 번이나 언급했는데 나를 방해하는 것은 뭘까? 나는 잘하고 있을까?’
애써 전화를 한 중에 한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또 일이 꼬여서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실패한다. 그럼에도 아들 데리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갔다가 풋볼 경기를 관람한다. 그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명함을 주고 상대의 명함을 받는다. 덕분에 의료측정기 6대 다 팔았으니 이제 얼마간 여유다.
세 번째 장 세금 납부.
그의 전 재산이 이제 없다. 고장 난 의료기 한 대뿐.
그대 지치고 서러울 때
두 눈에 어린 눈물 씻어 주리라.
아 고난이 와도, 오 물리치리라
외로운 그대 위해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그대 괴롭고 외로울 때
그대 지친 영혼 위로하리라,
아 재난이 와도, 오 물리치리라
외로운 그대 위해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친구마저 찾을 수 없을 때 험한 세상의 다리처럼. 내 몸을 내어드리리. 그는 피를 팔아 생활한다. 아들이 "엄마는 나 때문에 간 거예요?"라고 묻는다. 그는 "아니, 엄마가 원해서 간 거야."라고 답한다.
"아빠는 좋은 아빠예요."
"원래 처음에는 다 재미있지만 두 번째는 재미없거든."
인턴과정이 끝나간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는 마음을 비우고 그동안 마케팅으로 전화했던 이들에게 아무런 사심 없이 감사의 전화를 한다. 학교에서는 원하는 성적을 얻었던 그, 그때는 뭐든 될 줄 알았던 그는 사회에서는 이렇게 고전이다.
내일은 발표다. 그를 임원들이 부른다. 그에게 묻는다.
"오늘은 정장차림이네요."
"네, 오늘이 인턴 마지막 날이라 서요."
"내일도 그렇게 정장으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와우! 그는 합격한 것이다. 그 수많은 경쟁자들, 차열한 경쟁을 뚫고 그가 합격한 것이다. 단 한 명의 사원으로.
"그동안 어땠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합격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다. 아들을 데리고 노숙도 하고 성당에서 자는 등 전전긍긍하면서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요령도 부리지 않았다. 전화를 걸면서 수많은 거절을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전화를 했다. 그 시간을 단축하려고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은 채 다이얼을 눌렀다. 그리고 늘 예의를 지켰으며 감사의 말을 빼지 않았다.
약속을 어기면 찾아가서 인사를 했다. 다시 그 광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함께 풋볼 경기를 보았는데 거기서 만난 고객의 사원들과 명함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그들이 그의 증권관리 고객으로 들어온 것이다. 30여 명이나. 그는 드디어 행복을 얻었다. 그는 실제로 사원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나중에 회사를 설립해서도 크게 성공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들려준 이야기처럼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을 돕지 않는다. 신은 그렇게 한가한 분이 아니다. 그러니 제 일을 충실히 하면서 신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신이 나를 돕는다. 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세상을 감동하게 해야 한다. 그럴 때 찾아오는 세상의 기운, 그것이 하늘이 돕는 신호다.
행복은 멀리 있지도, 밖에 있지도 않다. 바로 내 안에 있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러니 행복한 마음을 먹어라. 그러면 행복을 배설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가서 잡는 것이다. 도망가려는 행복을 악착 같이 잡는 것이다. 그려면 행복은 달아나기를 멈추고 머물 것이다. 한 번 잡힌 행복은 여기 저기 달아나기 싫으니 거기 그냥 머물 것이다. 그러니 일단 잡아라. 단단히 잡고 자리를 다져 앉혀라. 그러면 행복은 너의 살아가는 날 너의 것으로 언제든 머물 것이다.
삶이 쉽지는 않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 참 어렵다. 하지만 풀릴 듯이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도 풀고 풀면 풀리고, 맞을 듯 맞을 듯 애태우던 큐브 맞추기도 끈질기게 맞추다 보면 맞추어지는 것처럼, 내 삶을 끈질기게 부여잡고 노력하면, 거기에 진실을 담고 사람을 대하면 거기에 행복은 찾아올 테다. 행복이니 삶이니, 그건 끈질기게 맞추어 가는 큐브 맞추기일 수도 있고, 잘 안 풀리는 때로는 쉽게 풀리는 수학문제와 같은 것, 끈기를 가지고 풀다 보면 풀어낼 수 있는 게 삶일 거야. 큐브를 제대로 맞추는 것처럼 삶도 그렇게 맞아떨어지면 행복한 거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나면 대견한 것처럼 행복한 것일 거야. 그래 삶이란 게 그런 거지. 숫자 잘 다루고 사람 잘 다루면 성공하는 거야. 사람 다루기, 거기에도 끈기 필요해. 인내 필요해. 배려 필요하고, 사심 없는 진실 전달 꼭 필요해.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