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42-사대명포 3-종극 대결전, 그림자를 지우며 빛의 길을 여는 사람들

영광도서 0 1,647

중국 영화는 다른 나라 영화에 비해 보기는 참 편하다. 메시지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의 또는 선은 승리하는 권선징악이거나 고진감래다. 대략 그런 정도가 중국영화의 주제를 이룬다.

 

아무리 악인이 선인으로 가장해도 언젠가는 정체는 들통 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충신을 가장하여 역모를 꾸민다 해도 언젠가 역적임이 드러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인과관계로 짜인, 이를테면 시작이 있고, 시작하면서 심긴 씨앗이 있고, 그 씨앗은 드디어 결실을 얻어내기까지엔 반드시 중간과정은 있다. 이러한 과정에 희생양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 영화 사대명포3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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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의 부모는 황상에게 멸문을 당한다. 아무리 황제라지만 황제는 그녀에겐 철천지원수일 수밖에 없다. 그녀의 부친은 충신이었는데 죽임을 당했다. 이때 그의 부친을, 가족을 죽인 12명 중 한 명이 철수대형이었다. 그 사실을 안 그녀는 철수대형을 피해 신후부를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무정은 제갈 선생의 설득으로 철수대형의 참회를 받아들여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지낸다.

 

그런데 삶에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게 마련, 무정은 마침 민심을 살피러 행차 나온 황상과 맞닥뜨린다. 무정과 황상의 우연한 만남, 민심을 알아보러 나온 황상이 공교롭게도 급습을 당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황상은 이제 채승상의 흉계로 갈 곳이 없다. 모두 그를 배신한것이다. 그가 의지할 곳은 그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제갈 선생의 신후부다. 그는 신후부로 피신한다. 마침 황상이 위기에 처한 것을 목격한 무정은 신후부로 들어선 황제를 사로잡아 감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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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이 숨을 곳이라곤 신후부뿐임을 안 반역세력은 신후부를 공격한다. 신후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침 외출에서 제갈정아와 냉혈이 신후부로 돌아온다. 제갈정아와 사대명포의 활약으로 반역은 실패한다. 반역이 일단락되자 황상을 죽이고 싶었던 무정이었으나, 그녀는 황상의 사람다움에 마음이 흔들린다. 차마 그녀는 황상을 죽이지는 않는다. 무정은 황상을 전부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묵계하며 냉혈과 함께 황제를 돕는다.

 

그 와중에 제갈정아는 무정의 숙모와 결혼을 선언한다. 서로가 증표를 교환한다. 숙모는 비녀를 그에게 증표로 준다.

 

한편 무정은 냉혈을 좋아한다. 그런데 냉혈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한 무정, 그녀와 제갈정아는 냉혈을 도울 겸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 신후부를 비운다. 그들이 나가자 신후부는 불길에 휩싸이고, 숙모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제갈정아의 활약으로 황상은 살아남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다. 제국은 이제 반역자들의 수하에 들어가고 황상을 지키는 이들은 소수다.

 

그럼에도 황상은 용기를 내어 마지막 대결을 벌이기로 마음먹는다. 반역의 배후에 채 승상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 황상은 무정, 추명과 함께 군대를 소집하여 마지막 결전을 준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려면 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던가. 냉혈을 사랑하기에 차마 떠나지 못한 무정은 황상을 돕는다. 그가 평소 원수로 여긴 황상을 돕기로 한다. 죽음은 두렵지만 모두가 죽게 마련이니, 죽음이 두렵다면 기댈 사람을 찾으라 했으니, 무정이 냉혈에게 기대랴. 남자는 나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나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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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낸다. 그가 그나마 무정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은 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구걸하지 않은 덕분이다. 채승상을 조종하는 유선문의 수괴는 워낙 강하다. 그럼에도 최후의 승자는 제갈정아. 그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죽었음을 알고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게 없다. 악당이 그를 만만하게 보지만 그는 말한다. 잃을 게 없는 자보다 강한 자는 없다고. 결국 권력을 탐하던 육선문의 수괴는 제갈정아의 비녀에 찔려 최후를 맞는다. 사랑하는 여자, 무정의 숙모에게서 받은 비녀의 힘이 악을 물리친 것이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여인, 무정의 숙모가 돌아온다. 제갈정아는 행복을 꿈꾼다. 냉혈은 새로운 육선문의 책임자가 되고, 무정은 황상으로부터 사과를 받는다. 그녀의 가족을 죽인 건 오해였음을 그제야 그는 안다. 채승상의 간계로 충신이 역적으로 바뀌었던 것, 거기에 황상이 속는 어리석음을 범했던 것을 서로가 안다. 진실을 알고 난 무정은 가벼운 마음으로 냉혈을 따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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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는 보고 나면 후련하다. 결말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으로 승자는 늘 정의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재미있다. 긴박감이 있다. 결론은 그렇다 해도 중간 중간에 살아감, 삶의 지혜랄까, 사람의 도리랄까,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또는 당연히 지켜야 할 도덕률을 슬쩍 슬쩍 보여준다. 우정은 왜 필요한지, 용서는 왜 필요한지, 복수는 왜 필요한지, 인문학적인 질문이랄까, 그런 해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한 영화의 행간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무예의 찬란한 긴장감을 맛보는 재미로라도 충분할 것이다. 인생의 덕목, 더불어 삶의 덕목을 가르치려는 게 중국영화의 본류 아닐까. 골치 아프다면 그냥 화려한 무협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족할 것이다.

 

이 영화, 빛에다 여러 색을 합하면 백색이 되지만, 물감 여러 색을 합하면 흑이 된다는 것, 흑 속에 백이 있고, 백 속에 흑이 있으니, 사람이라면 영원히 원한을 품으면 안 된다는 복선으로 시작한 이 영화, 그림자가 있으면 반드시 빛이 있는 것. 그림자를 지우는 빛인 존재가 있어 세상은 유지되는 것이지만, 그림자가 드리운 후엔 어쩔 수 없이 억울한 누명을 쓴 자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엔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하던가.

 

무협 속에 우정과 배신, 오해와 복수, 충성과 반역이란 빛과 그림자를 행간에서 읽는 재미를 느끼며 영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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