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0- 고흐, 위대한 유산, 불운한 천재 화가의 광기

영광도서 0 1,789

반 고흐, 노란 해바라기를 그린 화가, 짝사랑하던 창녀에게 귀를 잘라준 광기 있는 천재화가, 이 정도가 내가 아는 반 고흐였다. 재능은 타고 났고, 아주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알았다. 그의 삶을 그린 영화 <반 고흐>를 본 후의 나의 생각은 아무리 예술이 좋아도 이 사람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예술을 한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고흐 자신을 삶의 작품으로 평한다면 그는 불편한 작품이다. 감상하기 불편한 불량품이다. 불편하게 하고 짜증나게 한다.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고 제멋대로 사는 광기, 아주 이기적인 남자, 상종 못할 남자, 가까이 올까 겁나는 남자, 인간적인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남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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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귀찮게 구는 남자 고흐, 부모도 그의 재능은커녕 사람다운 사람으로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누이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재능을 인정한 건 그의 동생뿐이다. 동생은 그가 공부할 수 있도록 전심을 다해 돕는다. 그는 고흐에게 용기를 주려고, 고흐 몰래 기자들과 접촉한다. 기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고흐에 관한 좋은 기사가 나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동생은 형이 용기를 얻게 하려고, 고갱에게 돈을 지불하고 고흐와 작업을 함께하도록 꾸민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 고갱이 고흐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고흐는 실제로 고갱이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동작업을 하자는 줄 알고 오만을 떤다. 늘 불평이다. 제멋대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오직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한다.

 

그의 그림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다만 그림 한 점을 어떤 여인이 구매한다. 그것도 실제로 는 그의 동생이 그녀와 짜고, 그녀가 그림을 산 것으로 하고, 실제 그림 값은 동생이 치른다. 동생은 형에게 아주 헌신적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고흐는 기회만 되면 여자와 놀아나기를 즐긴다.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자기 삶은 제대로 누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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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의 못난 행동은 결국 아버지를 심장마비로 죽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의 동생은 형의 그림을 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어떻게든 형이 그림을 그릴 용기를 얻게 하려고 그는 형에게는 비밀로 하고 대신 자신이 모든 돈을 지불하여 형이 예술성을 인정받은 줄 알게 하려 한다. 가정에 분란을 일으켜도, 여자들과 문제를 일으켜 가정을 혼란스럽게 해도 동생은 형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한다.

 

동생은 자신의 모두를 바쳐서라도 형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한다. 그 덕분에 고흐는 고갱과 작업을 할 기회를 얻는다. 당대 가장 훌륭한 화가라는 평을 얻은 고갱, 잘나가는 화가로 자리매김한 화가 고갱은 고흐에게 말한다. 모델은 필요 없다, 자신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훔친다, 자연에서 작품을 훔친다, 아무것도 모방하지 않고 재창조한다고.

 

반면 고흐는 모델을 앉혀 놓고 그 대상을 그린다. 여인을 앉혀놓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그 여자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사를 벌인다. 그는 광인이다. 예술을 향한 광기, 여자를 향한 광기, 그 광기가 발동하면 제어가 안 된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피해를 주고 괴로움을 안겨준다. 고흐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다가 쓸쓸한 종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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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작품이 빛난 것은 그의 사후다. 시대를 앞서간 탓일까. 살아선 불운했던 고흐, 그럼에도 그를 불멸의 화가라고 칭한다. 그의 예술의 독창성 덕분일 것이다. 광기가 일종의 예술혼이라면 광기가 빚은 작품 덕일 것이다. 고갱의 말대로 고갱은 자연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재창조를 한다. 반면 고갱은 모방에만 관심이 있다. 모델을 앉혀 놓고 그것을 그린다. 모방과 재창조 사이, 그게 고흐와 고갱의 예술관의 차이다. 때문에 고갱에겐 모델이 필요하지 않다. 자연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고흐에겐 모델이 필요하다. 그러니 일단 번거롭다. 주변에 피해를 주기 십상이다. 때문에 고흐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피해를 준다.

 

고흐, 자신의 예술만을 추구한 광기의 화가, 예술가이기 전에 사람다운 사람은 아니었던 화가 고흐, 예술가다운 기질은 그런 것이라면 예술가는 인간답지 않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오직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해야 한다. 아주 이기적이어야 한다. 그것을 예술가다운 기질로 용인해야 할까?

 

광기, 그 무엇을 향한 광기, 그건 넘치는 삶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활력 넘치는 광기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느냐에 따라, 그 광기는 때로 예술작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넘치는 열정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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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향한 광기와 예술을 향한 광기, 고흐의 예술은 한 마디로 광기의 예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걸러지지 않은 광기를 진실이라고 한다면 그는 진실하다. 그 진실함이 배인 게 그의 예술이다. 가식 없는 삶 자체가 남에게 불편을 주고 피해를 주지는 그게 진실이긴 하다. 그 진실이 독창성을 부여하긴 한다. 인간이길 포기한 고흐는 광기로 예술을 얻었다고나 할까. 진실은 가끔 주변을 힘들게 하고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것도 이 영화를 보면서 얻은 인간적 진실이라면 진실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 그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고흐에겐 자존심 상할 일도 많았다. 그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했다. 남에게 피해만 주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그는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였다. 살아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였고, 남을 힘들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의 천제적인 재능은 너무 시대를 앞섰기 때문에 당시엔 그의 작품이 좋은 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고흐처럼 살 수도 없고 살지도 않겠다. 예술과 인간을 바꾸지는 않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린 나의 가치관이다. 고로 나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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