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57- 사막에서 연어낚시, 인내와 관용이 필요한 사랑
삶에서 무엇을 낚아야 할까? 기왕이면 사랑을 낚아라.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보다는 자기 삶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 삶의 의미나 가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른다. 살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고 자기 삶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 삶의 가치는 우선 자신을 사랑기에서 온다. 실상 말은 쉬우나 진정으로 내 삶을 의미 있다, 가치 있다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온전히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분위기를 아주 잘 타는 동물이다. 때문에 그 무엇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부여한다. 이를테면 누군가든 무엇이든 그것을 사랑할 때다. 사랑을 얻으면 모든 것이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 사랑을 잃으면 모든 게 헛일인 것 같다.
잘나가는 아내가 있는 과학자 프레드 존슨, 그러나 그는 아내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다. 아내는 늘 해외출장으로 바쁘기 때문이다. 아내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외국출장을 결정하곤 한다. 그럴 때면 일터에서 돌아오면 그는 늘 혼자다. 때문에 그는 물고기들의 먹이나 주면서 물고기들에게 말을 걸면서 지낼 때가 다반사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그에게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가 떨어진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하게 하라는 프로젝트다. 많은 보상을 약속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다. 과학자로서 사기를 치는 느낌이라서 그는 처음엔 안하겠다고 한다. 이번 일을 제의한 측은 예멘 왕자인데다 영국정부가 적극 나서서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거절할 수 없다. 마침 아내도 출장 중이다. 어쩌면 집에서 물고기와 대화를 하며 지냈으니 그것과 기가 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에 적임자로 추천한 사람은 헤리엇이다. 그녀가 이 프로젝트에서 그의 파트너다. 헤리엇은 미혼이자만 애인은 있다. 그녀의 애인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이다.
연어는 사막에 살 수 없다. 우선 수온이 안 맞는다. 그런데다가 이번 사막엔 건기가 많다. 건기엔 연어를 살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황당한 일을 해달라니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다. 그 대신 돈은 얼마든 준단다. 오일국가니까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일을 맡아 사막으로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두 사람은 예멘으로 출발한다.
그가 예멘 왕자와 만난다. 그는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두려워하고,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다. 또한 그는 낚시꾼의 유일한 미덕은 물고기가 잡힌다는 믿음으로 언제까지고 기다리는 것이란다. 그 인내와 관용이란다. 왕자도 그 프로젝트가 말도 안 되는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이 신을 찬양하게 하고 싶고, 국민들을 하나로 묶고 싶어서란다. 그 믿음 하나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신을 찬양하도록 하려 한다는 것이다.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기는 프레드는 왕자에게 이론상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영혼 없이 말한다. 불가능하다는 이론도 없으니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단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면서는 많은 난관에 부딪친다. 일단 영국에서 연어를 1만 마리를 사막으로 가져와야 하는 문제다. 정부에서는 연어를 잡으려 한다. 그런데 반대 운동이 일어난다. 난관에 부딪치자 이번엔 아이디어를 내서 양식 중인 연어를 가져가기로 결정한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레드와 헤리엇은 점차 가까워진다. 성격적으로 서로가 잘 맞는다. 서로 이해도 잘한다. 그런데 그녀의 애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녀는 절망에 빠져서 그 프로젝트를 아예 포기하려 한다. 동료의 슬픔을 위로하려고 프레드는 먹을 것을 만들어 그녀를 찾아간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한다. 아픈 마음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몸을 기댄다. 둘 사이에 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점차 가까워지면서 그들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녀가 힘든 만큼 프레드도 힘들다는 것을 그녀는 이해한다. 프레드의 아내는 제네바에 있고 플레드는 예멘에 있는 상황, 프레드는 헤리엇에게 코이 잉어들만 집을 지키고 있다며 자신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말한다.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그녀는 그에게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며 위로한다. 그러면 그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단다. 서로가 나름의 아픔을 간직한 채 둘은 그 프로젝트를 계속한다.
어느 날 프레드와 왕자가 낚시를 하는 중에 왕자를 암살하려는 암살범이 총을 겨눈다. 마침 헤리엇이 그들을 찾으러 오다가 그를 부른다. 프레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마침 총을 겨눈 남자를 발견한다. 급한 김에 그는 낚싯줄을 던져 그 남자를 감아 버린다. 그 바람에 놈의 암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왕자는 그 은혜를 꼭 갚겠다며 감사를 표한다.
프로젝트 중에 프레드는 집에 잠시 돌아온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돌아와 있다. 그녀는 의아해 한다. 남편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해 한다. 필시 파트너 때문이라고 아내는 생각한다. 그는 아니라고 부인한다. 아내는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단정한다. 그러자 그는 아내에게 그렇다고 말한다. 아내는 그에게 "여섯 달 뒤엔 당신은 다시 받아달라고 애원할 거야. 당신의 DNA가 그러니까."라며 빈정댄다.
그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예멘으로 간다. 그와 헤리엇이 다시 만난다.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 같으냐고. 그는 상류로 헤엄쳐 오르는 연어란 존재의 근원을 믿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의 고백에 그녀는 평소 프레드의 말을 따라 이론적으론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멘의 연어낚시처럼 가능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좀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는 얼마든지 기다리겠단다.
난관에 부딪쳤던 연어 일만 마리 구하기를 해결한 그들은 드디어 연어를 영국에서 공수해 온다. 이미 댐이 만들어져 있으니 건기 문제는 해결이다. 실제로 현장점검을 해보니 그곳의 물의 온도는 차가워서 가능할 것 같다. 수송되어온 연어를 댐에 풀어 넣고 그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처음엔 하류로 내려가던 연어들이 방향을 바꾼다. 성공이다. 물막이를 한 경사진 곳을 만난 연어들이 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리면서 하늘로 뛰어오른다. 연어들이 물막이 벽을 넘는다. 두 사람 기쁨으로 가득 찬다.
그들이 즐거워할 즈음, 새로운 기적이 또 일어난다. 헤리엇의 애인 로버트가 그 현장에 도착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애인의 돌아왔다. 그녀는 뛸 듯이 기뻐하고 프레드는 절망에 빠진다. 로버트는 영국의 영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그에게 쏠려 있지만 정작 당사자 프레드의 관심은 그의 애인 헤리엇에 쏠려 있다.
그날 밤, 그녀는 에인과 함께 잠자리에 들지만 그와 정사를 나누지는 않는다. 묘한 심리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헤리엇의 애인 로버트는 프레드에게 자신의 애인에게 잘 대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한다. 그러자 그는 주저 없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절망스러운 표정의 프레드를 로버트는 씁쓸하게 바라본다.
그날 영국 총리가 그곳을 방문하여 예멘 왕자와 연어 낚시를 하는 행사가 시작 된다. 낚시를 하면서 드디어 예멘 왕자가 연어 낚시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온다. 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려는 무장 세력이 침입하여 상류의 수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물이 밀려오는 바람에 죽을 위험에서 프레드는 다시 왕자를 구했지만 애써 성공한 프로젝트는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물결이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왕자는 그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프레드는 말한다.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헤리엇은 애인과 함께 떠날 것이다. 그럼에도 왕자는 느긋하게 “때가 되면 알겠지요.”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로버트와 함께 떠나려던 헤리엇이 마지막으로 프레드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다고 하자, 로버트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사막에 버려졌을 때 난 당신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어. 미안해 할 것 없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표한다.
그녀가 프레드를 만나러 간다. 그녀가 그에게 묻는다. 여기 남아 프로젝트를 계속 할 거냐고.
그러자 프레드는 당신도 없고 연어도 없는데 남아 있을 의미가 없다며 절망적으로 말한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누군가 대신 이 일을 수습할 것이라고 그는 그녀에게 힘없이 말한다.
바로 그때 기적이 일어난다. 그렇게 휩쓸려간 하천 바닥에서 연어 한 마리가 뛰어오른다. 그 모습을 보자 프레드는 거기 남을 거라고 그녀에게 말한다. 처음 프로젝트와는 다르더라도, 작게라도 그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에게 묻는다.
"조수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주수라고요?"
"파트너요?"
"파트너라고요? 파트너는 꼭 있어야지요."
그녀가 남을 것임을 알아차린 프레드는 뛸 듯이 기뻐한다. 로버트는 그들을 바라보다 떠난다. 두 사람은 힘찬 포옹을 한다.
사막에서의 연어낚시 프로젝트, 그 사막에선 그 어떤 고기도 낚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가 아닌 이론상으로는 안 될 것이 없다. 또한 이론상 가능하다면, 그것을 믿고 언제까지고 인내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사막에서의 연어낚시는 가능하다, 지금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믿음과 인내 그리고 관용으로 하나씩 조건을 갖추어 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론상으로 사랑은 언제든 어느 사랑이든 가능하다. 사랑엔 나이의 제한도 없고 국경도 없고, 어떤 환경의 제약이 없으니까. 사랑이 없는 곳은 사막이다. 그 사랑의 사막에선 아무것도 낚을 것이 없지만 이론상으로는 낚을 것이 있다. 그 낚을 것은 조건을 만들면 가능하다. 사막에 물이 흐르게 하기, 수온을 맞추기,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면 추진하면 가능하듯이, 그것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가능한 것이 사랑이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면 그건 일시적으로만 사랑일 뿐이다. 바라보는 방향, 그래서 함께할 수 있을 때 그 사랑은 진정으로 살아 있다. 사랑은 사막을 사람 살기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어 준다. 마음의 끌림이 있다면 거기에 사랑은 살아 있다. 그저 빈껍데기의 제도적인 사랑을 유지하기보다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 프레드의 사랑,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능하다. 사막에서 연어 낚시를 하듯, 모두가 마음의 문제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저 관습에 따라 흘러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그는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 그러자 그는 사랑을 얻는다. 그는 사막에서 연어를 낚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낚은 것이다. 이론으로 가능하다면 질제로도 가능하다는 신념, 그 신념을 가져라. 그러면 사막이 아니라 사막보다 더한 곳에서도 연어 낚시를 할 수 있고, 어떤 조건이든 상황이든 이론상으로 가능한 것이 사랑이니, 마음만 다부지게 먹으면 못 이룰 사랑 없다.
참 알 수 없다. 인생이란 것,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사랑이란 것, 어떤 사랑이 잘 하는 사랑인지를 알 수 없으니.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하는 기적이 찾아온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