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72- <웃는 남자>, 사람들의 위선을 비웃는 남자

영광도서 0 1,646

몸, 영혼의 집에 불과한 몸, 그러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영혼보다는 보이는 몸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내용물과는 상관없이 그릇만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것이다. 몸은 추해도 고귀한 영혼을 가질 수 있고, 고귀한 신분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 허우대는 멀쩡해도 악마의 영혼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선입견으로 상대를 보고 그걸 기준으로 평가한다.

 

 

 

정의로운 사람, 그가 왕의 부당함에 맞서다가 죽음을 당하고, 그의 두 살 박이 아이는 악명 높은 인신매매 자하드콰논 박사에게 넘겨진다. 거기서 온갖 고통을 당하던 아이 그윈플렌은 함께 있던 두 살 박이 여자 아이, 같은 처지인 아이를 들쳐 안는다. 자신이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이 아이 역시 앞으로의 삶을 예감하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기특한 마음으로 그녀를 안고 눈보라 속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이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사람 하나 없다. 눈보라 속을 헤매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집은 우르수스가 살고 있는 허름한 집이다. 그가 아이들에게 말한다. 여기는 초라하고 먹을 것도 없으니 부자들이 사는 마을에나 가라고. 아이는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게 기독교의 자비니라." 역설적인 이 말이 뼈저리게 아프다. 유랑극단 공연자인 우르수스는 기이하게 찢어진 그윈플렌의 입을 보고 깜짝 놀라지만, 두 아이를 불쌍히 여겨 그윈플렌과 데아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데아라는 아이는 손을 내저어도 반응이 없다. 눈이 먼 아이기 때문이다. 우르수스는 아이들을 한 놈은 허우대는 멀쩡하나 입이 아주 길게 찢어져 우스꽝스럽게 생겼고, 한 여자에는 눈이 멀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비를 가지고 아이들을 자식처럼 기르기로 마음먹는다. 비록 살림은 넉넉지 않을지라도, 그는 들판에서 식물을 채취하여 사람들에게 약초로 팔아 간신히 둘의 끼니를 잇게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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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가 손님을 맞아 그렇고 그런 수작을 부리면서, 그윈플렌에겐 마을에 가서 우유랑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그는 아주 흉하고 길게 찢어진 입을 감추기 위해 항상 스카프로 가리고 다녀야 한다. 심부름 간 아이의 모습에 가게 주인은 그가 언청이라서 입을 가린 줄 안다. 동네 아이들이 그를 놀리며 따라온다. 강제로 그의 스카프를 걷어보려 한다. 마침 우루수스가 주변에 있다가 아이들을 쫒아낸다. 그에게 우르수스는 말한다.

 

"사람들이 항상 나쁜 건 아냐. 그들이 두려워할 때가 위험한 거야. 사람은 자기와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거란다. 네가 커가면서 너의 상처는 커질 거야. 그럴수록 사람들은 너를 거부할 테고."

 

우루수스는 "나라고 살면서 울어본 적이 없겠니."라며 그를 애써 위로한다.

 

그윈플렌과 데아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 우르수스는 생계를 위해 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거리에서 약을 판다. 그는 그럴 듯한 제스처로 구경꾼들에게 약을 사도록 유도하며 "우리 영혼은 신이 지켜주시지만, 우리 몸은 자연이 지켜줍니다." 애써 액 효과를 설명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놀라는 표정들이다. 그는 자신의 몸짓이 재미있어서인가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아하, 그윈플렌이 뒤에서 자신의 몸짓을 흉내를 낸다. 그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상황을 이용한다.

 

"자 보세요. 이 아이에게 악마가 씌웠는데, 이 아이가 이렇게 크게 웃자 악마가 달아났습니다. 자 악마를 쫓아내는 신통력이 있는 이 아이의 머리칼이 필요하신 분 조금만 받고 잘라 드립니다."

 

그의 재치 있으면서 진지한 입담, 사람들은 그걸 진실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그의 머리칼을 구입하길 원한다. 그러자 이때부터는 이제 그는 아이의 머리칼을 조금씩 잘라서 판다. 아이의 머리칼을 파는 데 재미를 붙인 그는 이제 아이의 찢어진 입을 내세워 돈벌이를 시작한다. 마을에서 아이의 머리칼은 대단한 인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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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톡톡히 보면서 이들 무리는 이번엔 도시로 나간다. 거기서 멋진 물 컵 연주를 하는 아이, 실뱅을 만난다. 이번엔 그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윈플렌과 데아, 이 두 아이의 기구한 운명을 극화하여 멋진 연극을 공연하기다. 우루수스는 그 각본을 손수 쓴다. "한 아이가 인신매매범에게 잡혀 그만 입을 찢기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 번도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살아서 자신이 얼마나 흉측한지 모릅니다. 혼자 살아남은 장님인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여자는 그가 흉측하다는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불행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신의 섭리입니다."

 

이런 식으로 꾸민 연극, 아주 대단한 인기를 끈다. 그윈플렌과 데아 역시 무척 기뻐한다. 한편으로는 그윈플렌은 두려워한다. 둘은 서로 오누이처럼 생각하고 살았으나 성장하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어려서는 둘이 함께 잤으나 이제는 따로 잔다. 그러자 데아는 오빠로 받아들인 그윈플렌에게 서운해 한다. 갑자기 함께 있기를 피하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백한다. 이젠 따로 자야 한다고. "넌 내 동생이며, 내 딸이자 나의 뮤즈야." 그런데 같이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난다고. 비록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동생으로 생각하려는 그에게 데아는 그를 사랑한다며 그의 말대로 하지 않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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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의 사랑은 깊어진다. 둘 사이에 있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 우루수스, 그는 둘에게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난 절대 울지 않아. 어떤 운명 앞에서도. 행복하다고, 그럼 들키지 마. 몸을 움츠려서 눈에 띄지 않게 해. 그 행복 꼭꼭 감춰라." 라고 말해준다. 이들의 공연은 점차 인기를 더 끌면서 장안의 화제가 된다. 그러자 공작부인도 구경을 온다. 이제 각본은 후편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서로 사랑을 느껴서 사랑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괴물로 보이는 그가 그녀에겐 천사입니다. 눈이 먼 데아는 그의 영혼을 보았던 것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워요.' '날 볼 수 있다면 내 추함에 몸서리칠 거요."

 

“본다는 것은 진실을 감추는 것, 그래서 난 보지 않아요. 그냥 살아요."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이들은 아름다운 입맞춤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면서 그윈플렌이 매혹적으로 주시하는 공작부인에게 추파를 던진다. 공작부인에게 불려간 그, 유혹하는 공작부인, "눈 뜨고 잠들 때까지 난 너만 보며 살아'그렇게 말하는 그윈플렌, 한편 데아의 예감은 불안하다. "남자는 여자한테서 도망치는 버릇이 있단다. 성공하면 더 해. 그러니까 홀로 설 수 있어야 행복한 법이다.“라며 다시 유혹하는 공작부인, 그도 그녀에 매력에 매혹 당한다. 별난 취향의 공작부인, 그녀는 괴물일수록 더 매료된단다.

 

두 사람의 각본, 이번엔 더 진행된다. "네 목소리를 못 듣고, 네 존재를 못 느끼면 나는 살 수 없어." 수렁에서 나온 괴물은 고통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는 내용의 연극. 처형대의 칼을 뒤집어 쓴 그윈플렌의 등장, 그러면서 데아가 그윈플렌에게 키스를 하고 약을 마시고, 그에게도 약을 준다. 데아는 쓰러지고, 그윈플렌도 쓰러죽는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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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수스가 해설한다. 이 연극이 주는 교훈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그것은 인생.”이라고. 이번엔 그윈플렌이 나선다. “내가 부자에다 귀족이라면 우린 사랑할 수 있었겠지. 왕자, 공주, 공작들은 백성과 어울리기 좋아하면서 신분을 초월한 사랑에는 돌을 던집니다. 부자의 낙원인 빈민의 지옥으로 이뤄지네.” 그의 용기 있는 말, 그의 묘한 시선의 매력에 빠진 공작부인은 더욱 그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달콤한 키스를 한 후, 그녀가 그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자 그녀를 뿌리치며 “가난을 모욕하지 말고 당신의 낙원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이쯤에 하드콰논 박사가 나타난다. 놈은 인신매매범인데, 그윈플렌과 데아의 정체를 알고자 한다. 이들이 유명세를 얻자 옛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데아를 납치하려 한다. 다행히 우루수스가 나타나 그녀는 위기를 모면한다. 이들이 유명해지면서 이들의 정체를 알려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데아를 자기 딸로 생각하는 어느 여인이 데아의 정체를 알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데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 대신 오히려 그윈플렌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는 사실은 대단한 유산과 상원의원의 직위, 영지까지 있는 클린찰린 후작이라는 것, 두 살 때 왕의 계략으로 넘겨졌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갑자기 신분이 변한 그윈플렌, 원래의 자리를 찾은 그는 고민한다. 그 자리에 가면 법도 바꿀 수 있단 말에 일단 그는 그 자리에 머물기로 한다. 그는 그 자리에 걸맞은 훈련을 받는다. 공작부인은 그의 사촌인 셈, 그녀가 집요하게 그를 유혹한다. 그녀의 매혹에 넘어간 그린코웰, 그게 남자의 한계일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공작부인이 말한다. “데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한 영혼 그 자체, 너는 얼굴이 괴물, 나는 영혼이 괴물.” 그녀의 매혹에 빠진 그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한다. 이것을 이용하는 그의 집사, 그를 그 자리에 머물게 해야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그가 흉계를 꾸민다. 그윈플렌, 이제는 후작이 된 그와 공작부인이 정사를 벌이는 현장으로 데아를 데려온 것이다. 그녀는 그들이 벌이는 묘한 소리에 충격을 받고 나오려하지만 앞이 안 보여 어쩔 줄 모른다. 그러다 사내들에게 모욕을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이번에도 우루수스의 도움으로 데아는 위기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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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과 달콤한 사랑을 나눈 후작, 그는 이제 그녀를 사랑한다. 그럴수록 이번엔 그녀가 그를 멀리한다. 그는 이 상황을, 그 심리를 이해 못한다. 하지만 공작부인은 일단 자기가 갖고 싶었던 남자를 가져 본 걸로 족할 뿐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 게 아니다. 그가 그녀에게 “넌 내 거울이야. 당신의 참 모습을 봤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해. 당신 웃음은 내 웃음보다 슬퍼.”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냉정하다.

 

의회에 참석한 후작, 그는 야유를 받으면서도 권력이 군림하는 것을 아주 후련하게 퍼부어댄다. 백성의 권리, 지성, 이성이 바로 자기 얼굴처럼 기형으로 뒤틀리게 만든 것이 바로 귀족들이라고. 이제는 진짜 집주인인 백성들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퇴장한다. 그리곤 그는 옷을 벗는다. 거추장한 부자의 옷, 후작의 옷을 하나씩 벗는다. 그러고는 돌아간다.

 

우르수스가 기다리고, 데아가 기다리는 곳으로.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데아가 죽어간다. 충격을 받은 그녀가 약을 먹은 것이다. 연극 각본처럼 실제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아가 힘을 낸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게 첫 키스를 했던 바닷가로 데려다 달란다. 그녀가 말한다. "참 아름다운 삶이었어. 헤어지지 않아서 좋았어." 그녀는 그렇게 죽는다. 그녀의 죽음을 보고 그린코웰은 천천히 걸어간다. 바다를 향하여. 그리고 바다로 들어선다. 깊은 바다로 점점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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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톨 위고다운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이 영화를 보면 달리 해석할 일이 없다. 메시지는 보는 것만으로 명쾌하게 들어온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삶의 방식들을. 여러 번 봐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선과 악의 구별이 간명하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의 구별이 간명하다. 그럼에도 빅톨 위고의 문학성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프랑스문학이 지향하는 면으로, 서두에 쓴 흉한 육체에 고귀한 영혼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게 삶의 균형이라면 균형이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의 콰지모드처럼 말이다. 그릇과 내용이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겉과 속이 달라야, 한쪽이 고귀하면 다른 한쪽은 흉해야 균형이 맞는다는 삶의 원리 아닐까.

 

신분이 형편없으면 악인가, 아니다 오히려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우르수스, 데아, 그윈플렌을 보라. 이들은 적어도 위선적이지 않다. 그들은 순수한 영혼으로, 순수한 사랑의 슬픔을 세상에 보여준다. 실제 삶이 아니면 연극으로. 반면 공작부인과 인신매매범 박사를 보라. 신분은 대단하나 그들의 영혼은 인간 이하의 괴물이다. 공작부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를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곤 가차 없이 버린다. 지식의 상징 박사는 자신의 지식을 올바른 데 쓰지 않고 인신매매나 하는, 멀쩡한 사람을 흉물로 만드는 일에 쓴다. 이처럼 선과 악이 뒤바뀐 채 세상은 돌고 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겉모습과 속마음을 동일시한다. 모순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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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웃기는 세상이다. 주인공 아이, 입이 길게 찢어진 흉물 또는 괴물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는 실제로 알고 보면 신분도 후작이다. 영혼 또한 순수하고 착하다. 그러나 유혹 앞에는 신분도 고귀한 영혼도 물들게 마련이다. 데아를 그리 끔찍이 여기던 그가 잘 꾸민 공작부인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보라.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영웅들이 여인에 빠져 자신의 본분을 잃고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데아를 보라. 데아는 세상은 보지 못하는 대신 아름다운 사랑을 보고,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다. 그녀는 진정 세상을 보지 않음으로서 선하게 살다 선을 지키고 선함 속에 죽는다. 반면 꾸밀 대로 꾸밀 수 있는 이들, 소위 상류층을 보라. 그들은 철저히 위선자들이다. 파렴치한들이다. 적당히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을 이용한다. 자기 욕망을 해소하는 소모품으로 사람을 대한다. 위선, 이상한 말의 조합이긴 하나 내로남불, 우리말과 외래어가 뒤섞인 이 말처럼 세상에 정의는 거의 없다. 주류가 바뀌면 비주류가 주류로 올라온다. 그리고 항상 주류는 정의다. 그 정의는 다시 비주류가 되는 순간 불의로 심판을 받는다. 세상은 그렇다. 세상은 깊이 알면 알수록, 아니 사람을 알면 알수록 세상은 살맛이 안 난다.

 

겉모습이 흉물인 그린코웰은 죽는다. 가만있어도, 울고 있어도, 늘 같은 모습, 입이 길게 찢어져서 웃는 것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 그래서 언제나 웃은 희극적인 그는 바다로 들어선다. 그리고 사라질 것이다. 속으로는 울어도 항상 웃을 수밖에 없는 광대와도 같은 그의 죽음, 슬픔을 토해내려 해도 항상 웃을 수밖에 없는 모습의 그는, 그래서 웃는 남자다. 그가 죽는다. 세상에서 웃음은 사라진다. 죽음보다 슬픈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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