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75- 비긴 어게인, 화장한 사랑이 아닌 민얼굴의 우정이 담긴 아름다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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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인생! 인생은 곧 노래요 노래는 곧 인생이다. 슬플 땐 슬픈 노래가 절로 나온다. 노래와 함께 눈물이 난다. 그럴수록 가사는 눈물을 더 자극한다. 또한 기분이 좋을 땐 나도 모르게 경쾌한 노래를 부른다. 들뜬 마음으로 노래 부른다. 슬퍼도 기뻐도 절로 흘러나오는 노래, 그 노래의 역사가 얼마나 되랴. 태초부터 노래는 있었을까? 노래가 곧 삶이요, 삶이 곧 노래다. 눈으로 보는 노래, 귀로 듣는 노래, 마음으로 삼키는 노래, 때로는 노래에 따라 콧등 시큰한 눈물이 솟는다. 때로는 점잔을 빼려 해도 절로 발이 움직인다. 노래 따라 춤이 살아 숨 쉰다. 노래는 누구에게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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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 라이터인 그레타, 그녀의 남자친구 가수 데이브, 이들은 이전에 행복했다. 그레타와 데이브는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었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누구보다 다정한 연인으로 지냈다.

 

먼저 데이브가 꿈을 안고 뉴욕으로 와서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에 성공한다. 남자친구의 기쁜 소식과 함께 그레타도 데이브를 만나러 뉴욕으로 온다. 데이브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레타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데이브와 재회한다. 그런데 그레타와 달리 이미 스타가 된 데이브는 변한다. 그의 데모음반을 들으며 그레타는 직감한다. 데이브가 부르는 노래는 그녀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데이브의 새 연인 밈을 위한 노래라는 것을.

 

나름 일을 찾은 그레타는 허름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술집에서 우연히 그레타가 왕년의 스타 음반 제작자 댄을 만난다. 마침 좌절에 빠져 술을 마시러 온 댄이 그레타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이다. 마지못해 부르는 듯한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댄, 절망에 빠진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 음반제작자 댄은 좋은 느낌을 얻는다. 그는 그녀에게 제안한다. 노래 취입을 하자고. 그것이 시작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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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은 그들의 과거 즉 실패한 일들이디. 두 사람 모두 자기 삶에서 실패한 사람들이다. 음반업계에서 선택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시대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돈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추구하던 댄은 대중에게 외면 받았다. 동시에 그는 가정에서도 버림받았다. 그의 아내가 스타와 바람이 났다. 그런데 그녀가 고른 남자, 그녀가 빠져든 남자는 진실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의 열을 뿜으려는 순간 그 남자는 묘연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그놈은 떠났다. 그 일 이후 댄은 아내와 각방을 쓰다가 서로 아픔만 되씹다가 결국 헤어졌다. 그 후 처세에 밝지 못한 그는 지인과 음반회사를 창업했으나 제 고집만 부리다가 그에게서마저 쫓겨나고 말았다.

 

그레타, 잘 나가는 친구 데이브, 그녀의 연인 데이브는 변해서 그녀를 떠난다. 그가 떠나고 혼자 남은 뉴욕의 하늘 아래서 그녀가 찾아갈 수 있는 남자 친구 댄, 그는 그녀를 기꺼이 맞아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조금의 부담도 없이, 진정한 우정으로, 아니면 진정한 사랑으로 그녀를 맞아준다. 전혀 그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냥 존재로 인정한다. 사랑을 담았거나 우정을 담고, ‘진실한’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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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옆에 놓고 홀로 지하철을 기다리는 서글픔 속에 그때 인생을 발견하는 거야. 열차는 마지막 역으로 향해 가고, 고통이여 안녕이다. 어둠이 그 고통을 다 지워줄 테니까. 되돌리지 못한 한 발 한 발.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A Step You Can’t Take Back

 

So you find yourself at this subway When your world in a bag by your side And all at once it seemed like a good way You realized its the end of your life For what it's worth

 

Here comes the train upon the track And there goes the pain it cuts to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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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일에서 실패한 댄, 그는 그레타의 노래에서 잃어버린 음악적인 감을 되찾는다. 그레타의 노래에 그는 용기를 얻는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댄의 욕망은 뭘까? 실패한 가정으로 다시 입성하는 것? 아니면 이전에 그랬듯이 최고의 음반 제작자의 자리를 다시 찾는 것?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용기를 얻은 댄과 그의 친구들은 그레타를 위하여 거리 밴드를 결성한다.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간다. 그에게 왕년에 은혜를 입었던 친구들, 그들이 나선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 그를 돕는다. 그들은 진실한 우정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우정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진실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에서 최악의 하루를 보낸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진짜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통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들은 진실의 공간을 찾는다. 위선이 가미되지 않은 진실의 공간, 사람들이 살아가는 실제의 공간에서 그들은 연주하고 그들은 노래한다. 스튜디오나 음반녹음실이 아니라 실제의 현장이다. 그게 진실이니까.

 

그들은 화장한 얼굴을 싫어한다. 민얼굴을 좋아한다. 화장하지 않은 삶들을, 화장하지 않은 마음들을. 화장한 얼굴은 언젠가는 민얼굴로 실망을 줄 테니까. 화장한 도시는 언젠가는 변하여 떠나갈 테니까. 화장한 우정은 실패한 사람들을 버릴 테니까, 화장한 사랑은 더 고운 사랑이 나타나면 변심할 테니까, 화장한 마음은 상황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테니까. 그래서 이들은 진실을 노래한다. 진실한 공간이다. 실제 삶의 현장이다. 거기엔 소음도 끼어들고 사람들의 소리, 행인들의 각양의 소리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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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호수 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옥상, 차이나타운, 뉴욕 지하철 등 특색 있는 뉴욕 거리 곳곳이 그들이 노래하는 장소고 녹음하는 장소다. 그 장소에 어울리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는 각기 다른 장소가 음악에 들어선다. 뉴욕의 다양한 풍경이 다양한 음악에 어울려 음반에 담긴다. 댄의 말처럼 이들의 음악은 취한 음악이다. 연주자의 손이 보이지 않으면서 악기가 절로 움직이고, 누가 요청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춤이 추어져서 스스로 춤을 추게 한다. 부르라고 해서 부르는 게 아니라 부르고 싶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라고 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손이 움직여서 연주를 한다. 그 자연스러움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신나는 노래, 그 속에서 사람은 변한다. 음악처럼 사람이 변한다. 사랑스러운 그레타, 사람 좋은 그레타, 그녀는 진실을 사랑한다. 그녀는 진정으로 사람을 대한다. 아빠지만 아버지로서 딸에게 조언하나 제대로 못하지만 아빠 댄을 대신하여 그녀는 그의 딸 바이올렛에게 조언한다. 섹시하다는 것은 상상력을 없애 버리는 것이라고, 상상의 몫을 남겨 놓았을 때 더 매력이 있는 거라고. 그 후로 바이올렛은 그녀를 잘 따르고 섹시한 옷차림을 버리고 순수한 옷차림을 취한다. 그 매력이 오래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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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녀를 바라보는 댄의 눈빛이 그윽하다. 두 사람, 서로 느끼면서도 더는 다가서지 않는다. 거기 까지다. 그들의 사랑의 거리는 거기까지다. 안타깝지만 거기다. 그 거리가 진정한 우정의 거리니까. 사랑도 좋지만 우정은 더 아름다운 거니까.

 

이처럼 그레타와 댄, 두 사람은 사람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다는 점,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유독 고집이 세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 덕분에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자연스럽다. 본능적으로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서로에게 끌린다. 둘의, 두 삶의 새로운 시작이다. 실패한 삶들의 시작, 잃어버린 꿈을 둘은 서로 보완하며 다시 시작한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서로의 진실이 서서히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람됨,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진실한 사람들, 그들의 우정이 이들을 받쳐준다. 진실한 사람들 옆에는 진실한 사람은 늘 있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 세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떠나고, 진실한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그러다 정말 이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돕는다. 그들은 진실이 뿌려 놓은 씨앗의 수혜자들이니까. 그 은혜 아닌 은혜를 잊지 않고 있으니까. 그들을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시작은 대박이다. 그들의 작품에 음반사는 대환영이다. 진실한 우정들이 모여 이룬 기적이다. 그 기적과 함께 댄과 그레타의 만남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 덕분에 댄은 가정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회복하고 신뢰를 회복한 것이다. 경제력의 회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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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에게 보내온 데이브의 노래, 그녀는 일말의 희망, 그와 다시 시작하려는 희망으로 데이브를 다시 만난다. 그는 정말 다시 돌아온 걸까, 진실로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그러면 그녀가 원하는 버전으로 그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녀가 원하는 버전은 인기와는 멀다. 단 그 노래는 두 사람을 위해 그녀가 작곡한 노래라서 인기가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의 인생의 문제다. 해서 그녀는 그가 인기를 포기하고라도 그렇게 부르기를 원한다. 그가 부르려는 버전은 한창 인기가 오른 버전이다. 그가 진실을 보여주려면 팬들의 열광을 외면하고라도 그녀의 버전으로 불러야 한다. 그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화장이냐 민얼굴이냐다.  

 

 

 

<<Lost Stars /_ Adam Levine / Keira Knightley

 

 

 

Please don’t see just a boy caught up in dreams and fantasies Please see me reaching out for someone I can’t see Take my hand let’s see where we wake up tomorrow Best laid plans sometimes are just a one night stand I’ll be damned Cupid’s demanding back his arrow So let’s get drunk on our tears and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t’s hunting season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Searching for meaning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보지 말아요, 한낱 꿈과 환상에 빠진 소년을 날 봐요, 보이는 누군가에게 손 뻗는 나를 그 손을 잡고 내일 아침 함께 눈을 떠요 미래를 계획하지만 때론 하룻밤 놀이일 뿐 어처구니없게도 큐피드는 화살을 되돌려 달라지 그럴 땐 우리 눈물에 취해 봐요. 하느님, 왜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엔 낭비인가요? 사냥철이 왔으니 이 어린 양은 달려야 해요 의미를 찾아 헤매는 우린 어둠을 밝히고 싶어 하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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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가 그녀를 초청한다. 자기 공연에 와 달라고, 자신의 진실을 보여주겠다고. 망설임 끝에 그녀는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그의 공연에 간다. 그가 노래를 부른다. 그녀에 대한 고백을 하며 그녀가 원하는 버전으로 노래를 부른다. 감동한 그녀, 마음이 움직인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다시 찾은 사랑의 기쁨의 눈물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노래의 버전이 바뀐다. 관객이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절망의 노래다. 데이브는 변한 것이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음악이 아니라 인기를 업고 산다. 그녀는 단지 그에겐 즐김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는 공연장을 빠져나와 뉴욕하늘 아래 다시 혼자다.

 

에필로그, 그녀는 명예와 돈을 얻을 수 있는 음반사와의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무일푼이지만 진실한 댄과 계약을 맺는다. 그들은 결별 대신 동업자로 일할 것이다. 가수와 음반제작자로, 작곡자와 음반제작자로. 그들은 이제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추구할 것이다. 그게 두 사람 공통적인 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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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우리에겐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어. 실패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좌절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좌절하는 순간도 오는 것. 그렇다고 쓰러질 순 없잖아. 절망을 노래할 수는 없잖아. 그래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게 인생이야. 인생에서 실패는 부끄러운 건 아니지. 때로 그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물론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이 나 자신일 수 있고, 일에서 선택을 잘 못한 건 내 몫이지.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잖아.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것을 찾고 선택하는 거야. 살아 있는 동안은 늘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 비록 그것이 미완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에게 다시 시작이란 없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 우리 삶은 하나하나 매번 새롭다. 어제의 나는 이미 오늘의 내가 아니듯이, 단지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남을 이어간다 해도 그건 다시 시작은 아닐 터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그래도 그걸 그냥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치자.

 

화장한 음악이 아닌 민얼굴의 음악을, 화장한 우정이 아닌 민얼굴의 우정을, 화장한 사랑이 아닌 민얼굴의 사랑을 그들은 함께할 것이다. 진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비록 같이 잠자리를 하는 사이는 아니라도 이들의 사랑을 아름답다. 우정만큼이나. 진실하기 때문에. 사랑을 잃고 우정을 얻은 이들, 이들은 진실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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