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5- 벨, 1. 피부색으로 종의 우월을 가리는 편견

영광도서 0 1,815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태어났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지체가 높든 낮든, 인간은 신 앞에 동등하다. 동일한 인격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돈이 없다는 이유, 권력이 없다는 이유, 가문이 그렇고 그렇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 이러한 차별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피부색으로 종의 우월을 가리는 편견의 불합리함, 그것을 깨는 어려움의 과정을 주제로 삼는다. 이를테면 백인종은 흑인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편견이 평배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백인 우월주의의 편견을 깬 위대한 평결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을 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한 판단을 하고 판결을 내리기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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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혼혈아가 등장하면서 이 영화가 피부색으로 인한 갈등을 보여줄 것임을 예고한다. 주인공 벨 린지는 자신의 어머니는 흑인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다만 아버지와 지내며 어머니는 흑인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또한 자신의 딸 벨 린지를 그는 무척 사랑한다. 딸 벨이 비록 흑인 아내와 백인인 자신의 피를 이어 혼혈아아긴 하지만 진정으로 딸을 사랑한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아프리카에 다녀온다며 그녀를 그녀의 숙모 댁에 맡기고 그녀를 떠난다. 그녀의 아버지는 꼭 돌아올 거라지만 그녀의 숙모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숙모 댁에 홀로 남겨진다. 시간이 제법 흘러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그녀는 숙부 댁에서 성장한다. 숙부 댁엔 그녀 또래의 사촌 엘리자베스 배트가 있다. 벨 린지는 혼혈아로, 엘리자베스에겐 부모는 있으나 그녀 역시 홀로 숙부 댁에 맡겨진 신세다.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를 만나 집을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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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이 숙부 맨스필드 경의 집에 들어가자 숙모는 그녀에게 초상화들을 보여준다. 숙모는 대대로 이어온 초상화들에 담긴 사연을 설명해준다. 그만큼 그녀의 아버지 혈족은 대단한 가문이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아프리카에 갔다가 흑인 여자를 사랑하여 벨을 낳은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의 행방은 알 수 없으나 당시의 편견 때문에 벨은 아버지와만 함께 지낸 것이다.

 

두 소녀는 혼자라는 공통점,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하는 공통점이 있는 불우한 처지이지만 고명한 숙부 댁에서 잘 성장한다. 숙부는 영국 최고의 법관으로 국왕 다음으로 국법을 좌우할 만큼 고명하다. 그는 가문은 좋았으나 장남이 아니어서 유산을 상속 받지 못했다. 당시 영국의 법은 모든 재산을 장남이 상속하도록 되어 있었다. 때문에 지체가 높은 가문의 차남이하는 지참금을 가져올 아내를 얻는 것이 주목표였다. 사랑이 아닌 재산 때문에 결혼하는 속물사회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숙부 맨스필드 경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실현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에겐 그런 당당함이 있었다.

 

다행히 아내를 잘 만나, 이를테면 지참금이 충분한 아내를 만나 충분히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비록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여자의 진정한 사랑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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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와 벨 린지는 어려서부터 같이 성장한다. 대신 벨 린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다이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면서 자란다. 벨과 엘리자베스 두 소녀는 성장하면서 영국식 가정교육을 받는다. 소리를 함부로 지르지 않기, 프랑스인처럼 경박하지 않게 행동하기, 프랑스어는 사용하지 않기 등, 그들 나름대로 교양인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달리 벨은 손님이 왔을 경우엔 같이 숙부 가족과 식사를 할 수 없다. 그들은 그녀를 질녀로 인정은 하되 손님과 식사는 할 수 없게 한다. 숙부나 숙모가 그만큼 벨을 차별해서는 아니다. 평소엔 똑같이 대하지만,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반 영국인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벨을 대할 수밖에 없다. 단지 벨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그들은 같은 시민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벨은 노예는 아니지만, 진정한 가족의 구성원도 아닌 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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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부르짖는 집단이라도, 약자의 편이라는 집단이라도, 실상 그 내부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또 차별이 일어난다. 그 안에서도 어떤 이는 대우를 받고 어떤 이는 차별을 받는다. 조직에 충성하느냐 아니냐, 얼마나 많은 물질적 기여를 하느냐, 어떤 줄에 섰느냐, 이러 저러한 이유로 차별을 둔다. 이처럼 인간이란 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참으로 저급한 본성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러한 저급한 본성대로 살지 않겠다는,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는,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잘살겠다는 올바른 사고가 있어 다른 동물보다 나을 뿐이다. 

 

비단 인종차별은 이전의 이야기로만은 아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심리적인 차별, 언어적인 차별이 일어난다. 물론 법적으로는 동등한 대우를 받지만 사화 내부에선 여전히 차별이 일어난다. 그뿐 아니라 차별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오늘날의 갑질이라는 용어자체도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은 아니어도 그 변종에 다름 아니다.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자신을 위치하게 하려는 야비한 인간본능, 여기에서 다양한 차별이 일어난다. 피부색이 다르다, 가난하거나 부하다, 주인이거나 종업원이다, 나는 어디에 있나? -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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