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89- 뚜르 드 프랑스, 삶의 개선문이 보일 때까지 달리련다!
시간,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살아 있는 모든 것보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 시간,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계란 이름의 기계로 잰다고는 하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는 시간, 인간이 시간을 규정해 놓았으니 있기는 있는 시간, 보이지 않지만 모셔놓고 섬기면 존재하는 신처럼, 시간은 우리를 지배한다. 그 시간, 다른 말로 때이다. 모든 것에 시간이 있듯이, 모든 일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그만이다. 시간은 흐르면서 모든 것을 변하게 하니까.
그러니 우리 삶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그것은 때다. 그때를 놓치면 그만이다. 무엇이든 때에 맞게 잘 잡아야 한다. 이 영화는 그것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목표는 있다. 크든 작든 우린 그 목표를 향해 달린다. 느리든 빠르든 나름 열심히 달린다. 그 목표한 곳이 바로 개선문이다. 그 개선문에 이를 때까지 온힘을 다해 달리는 거다.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우리는 그것을 도전이라 부른다. 사실 삶에서는 당연한 통과의례다. 우리들의 개선문,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달린다. 보일 때까지. 보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잃어버린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
곡목 <플레탕스>가 흘러나온다. 노래와 함께 스크린이 열린다. 프랑수아 노엘, 이 남자는 잡아야 할 기회를 놓친 남자다. 잘 할 수 있는 그 기회를 포기한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날,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그는 뚜르드프랑스 완주 기회를 잃은 것이다.
프랑수아는 소싯적 페달 좀 밟았다. 그는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를 꿈꾸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사이클 제조 회사의 판매원일 뿐이다. 그는 판매원으로 일하며 매년 ‘뚜르 드 프랑스’를 열심히 시청만 했다.
드디어 그에게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뚜르드프랑스 대회에 프로모션 차량 운전 제의를 받는다. 비록 선수로서는 아니지만 자신의 어릴 적 꿈이었던 '뚜르 드 프랑스’ 무대에 서게 될 기회를 잡은 프랑수아는 흔쾌히 회사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문제는 하필 그날이 사이클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아내와 골칫덩이 아들과의 여행을 약속한 날이다. 그는 가족 여행 약속을 깨고 대회에 참여하려 한다. 그러자 아내와 아들은 집을 나가버린다. 설상가상으로 떠나는 아내를 잡으려다 프로모션 행사를 망친 프랑수아는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한다.
실제로 이 대회는 1903년 자전거 선수이며 언론인인 프랑스의 앙리 데 그랑주가 창시한 경기라고 한다. 약 4,000㎞의 거리를 일주하며 우승을 다투는 이 대회의 경주구간은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독일 등이 일부를 포함한 평지와 산악지대를 넘나드는 세계최고의 사이클 코스다. 대회가 열리면 이 대회의 경비를 지원하는 후원업체들의 선전문구를 단 차량대열이 선수들의 선두에서 경기를 주도한다. 그리곤 선수들이 달린다. 그 뒤로 대회조직위원회·보도진·기술진 등의 차량이 선수대열을 따른다. 21단계의 경기로 구성, 1일별 각 단계의 기록을 측정해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경주를 마친 선수가 우승자로 결정한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늦었지만 다시 기회가 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해야 한다. 바로 그의 기회를 앗아갔던 둘째가 가출한 때문이다. 아내와의 화해를 생각하면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해서 그는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바람에 그는 더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대신 그는 가족을 지킨다. 그 덕분에 그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아내와의 화해의 빌미도 얻는다.
더한 명성과 부의 기회를 상실하지만 대신 아직 완주의 기회는 있다. 대회 시작 전에 그 길을 달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대회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그냥 그 길을 달린다. 그는 대회에 앞서 달린다. 그런데 그가 대회 하루 앞서 달리면서 그는 매스컴에 관심을 끈다. 모든 기자들의 관심이 그에게 쏠린 것이다. 주방송사 마저 그를 취재하려 한다. 정작 대회취재를 해야 하는데, 그를 따라잡는 바람에 대회취재는 멀어진 것이다. 그러자 대회를 주관하는 측에서 돈과 자리로 그의 스폰서를 회유한다. 그를 우정으로 밀어주던 친구가 나서서 그가 마약을 복용했다는 계략을 꾸민 것이다. 그를 마약 복용 혐의를 씌운 것이다. 모든 게 절망상황이다.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엮인 모략에 그는 빠진 것이다. 모략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벗을 수 없다. 그와 돈독한 우정을 맺었던 스폰서도 떠나고 취재진도 더는 그를 따라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완주를 나선다. 사람들의 조소를 받으면서도 그는 달린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도 그는 달린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던 그가 홀로 쓰러진다. 그는 36시간이나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다. 이제 대회 끝나기 전에 완주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가 병원에 실려 간 바람에 그는 마약복용 사실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누군가의 계략, 모든 비밀은 밝혀졌지만 그는 이제 끝이다. 하지만 그는 일어선다. 남은 시간 동안 달려서 완주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 당일이라 그 도로에 선수 외에는 진입할 수 없다는 것, 그를 위해 그의 친구들이 나선다. 그를 떠났던 그의 스폰서 네덜란드 가족, 그들이 나서서 그를 통과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선수들의 도움으로 전 바퀴를 돌지는 않아도 결승선에서 그를 제일 먼저 통과하게 돕는다. 그렇게 그는 완주에 성공한다. 이루고 싶었던 일, 그 꿈을 이렇게 늦게나마 이룬다. 그리고 그를 도왔던 선수들 중 그가 우승후보로 예언한 선수가 우승한다.
<뚜르드프랑스>, 그 긴 여정은 우리 삶과 닮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 그때마다 우정이, 사랑이 그를 격려했다. 다시 일어섰다. 그러면 이번엔 시기와 모함, 계략이 그를 막아섰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달렸다.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그를 도왔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일어나 달리고 달렸다. 개선문이 보일 때까지.
그러게 그는 꿈을 이룬다. 공식적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그 긴 거리를 완주했다. 또한 아들과의 화해를 했고 가족을 지켰다. 대회의 개선문은 물론 삶의 개선문도 멋지게 통과한 것이다.
꿈과 현실 사이, 때로는 현실을 위해 꿈을 접어야 한다. 현실이 우선이니까. 그렇다고 꿈을 접기란 너무 아쉽다. 꿈과 현실, 그것을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 그게 중요하다. 꿈, 그것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이룰 수 있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때가 좀 지났을지라도, 시간의 전후관계는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꿈은 이룰 수 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그 기원을 이루듯, 꿈은 늘 꾸는 것이다. 살아 있는 한. 꿈은 포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루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니까.
호사다마라고 할까. 뭔가를 하려면 때로 어려운 일이 왜 없으랴. 때로 사노라면 사기도 당하고 억울한 일도 당하고, 누군가의 계략에 빠질 수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진실은 드러난다. 조금은 늦을지라도 모든 진실은 승리한다.
그러니 그런 믿음을 가지고 일어서 달려야 한다. 긍정적인 요소들은 나를 위해 하늘이, 세상이 준비해한다. 그러니까 나는 행운아라고 여기며 달려야 한다. 혹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면 그것은 나를 오만에서 구하려는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다시 겸허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런 삶에 포기는 없다. 매일을 완주를 향해 달릴 뿐이다. 내 삶의 개선문을 향해, 남들이 응원하든 응원하지 않든, 스스로 설정한 개선문을 향해 달리는 거다. 누군가의 환호는 없어도 좋아. 그냥 스스로 자족할 수 있는 개선문을 설정하고 달리고 달리는 거야 삶이 허락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