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02- 파가니니, 천재적 재능은 신의 선물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이렌의 바다를 무사히 통과할 만큼 아름다운 노래를 만든 오르페우스, 그는 그리스신화에서 음악의 천재다. 그런 그가 아내를 잃는다. 그는 아내를 다시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지하 세계에까지 내려간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데리고 지상으로 돌아올 기회를 얻는다. 다만 완전히 세상 밖으로 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명령과 함께이다. 오르페우스는 기쁜 마음으로 세상 입구로 나온다. 그 순간 그는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그만 거의 나오던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로 하강한다.
이를 슬퍼하던 오르페우스, 마지막엔 슬픈 노래만 읊다가 디오니소스 추종 여자들의 눈에 띈다. 여인들은 그의 몸 일부라도 차지하려 그에게 달려들어 갈가리 찢어간다. 그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한다. 그의 목소리는 그의 두상과 함께 물에 떠내려가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그리스신화 오르페우스에게,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게 헌정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세이렌의 바다를 건널 만큼 아름다운 음악의 소유자 오르페우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로 살다가 끝내 오르페우스로 죽음을 맞는 셈이다. 어쩜 천재적인 예술가의 삶은 그러할지 모른다.
그에게 한 여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남자를 사랑했다. 질투를 참지 못한 그는 그녀를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다. 감옥에서 그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는데, 어찌나 연습을 했는지 줄이 다 끊어지자 한 줄로 연주를 했다고 한다. 해서 그는 한 줄로 기막히게 연주하는 법도 익혔다 한다.
그의 연주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꼼짝 못하게 한다. 그의 연주는 강렬하게 유혹을 한다. 그의 음악에 심취하면 마약에 중독 된 것 이상으로 헤어날 수 없다. 그가 연주를 마친다. 그러면 수많은 여인들은 인간이 아닌 신성한 그의 손을 만져보려고, 그의 숨결을 느껴보려고 돌진한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디오니소스를 추종하는 여인들이 오르페우스를 향해 덤벼들어 오르페우스를 갈기갈기 찢어 서로 나누어 그를 죽게 만들고도, 그의 몸 일부라도 차지하려고 덤벼드는 상황과 같다.
때문에 파가니니에겐 매일 여자가 바뀐다. 그만큼 그는 방탕아다. 하지만 그가 방탕아라고, 그가 방탕아라는 것을 아는 여인들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여자들은 그를 만지고 싶어 한다.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만인의 오르페우스이며, 만인의 심벌이다.
때로 그는 음악에서 멀어진다. 그리곤 도박 속으로 뛰어든다. 여자들 속에서 그는 유영한다. 그는 세이렌이 되어 여성들을 환희의 바다에 빠뜨린다. 그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싶을 만치 모든 여자들이 그의 바다로 뛰어들 기회를 얻으려 난리다. 그 역시 전혀 피할 생각이 없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그러면서 그 또한 그 바다로 스스로 자멸한다.
그때 그를 구하러 나선 이가 있다. 모든 돈을 탕진한 그에게 우르바니라는 인물이 나타나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이 남자, 그의 종이 되겠다 한다. 대신 다음 생엔 자신이 주인이 될 테니 당신이 나이 종이 되라 한다.
“당신은 천재요. 혁명가 오케스트라요. 새로운 악기로 태어나는 거요. 당신의 천재성을 살리란 말이오.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연주를 미친 듯하면 되오. 난 이 순간부터 당신을 주인으로 모시고 수족이 되어 몸 바쳐 일하겠소.”
이렇게 그의 삶의 변화의 전기가 마련된다. 그는 전 세계의 음악천재로 발돋움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는 도박과 여자를 끊지 못한다. 그는 변덕이 죽 끓듯 한다. 그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우르바니가 그를 구해준다.
도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서 피가니니는 우루바니에게 하소연한다.
“카드 할 땐 왜 안 도와주죠?”
“도박하고 싶다면 카지노를 차리시오. 내 말대로 하면 카지노를 차려 주겠소.”
궁지에 몰린 파가니니는 이젠 우르바니가 하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도움으로 파가니니는 전 유럽의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다. 우르바니의 도움으로 그는 지휘자 왓슨의 초청으로 런던에서 단독 콘서트도 하려한다. 런던에 도착한 파가니니는 여성단체들이 그의 음악을 악마의 음악으로 간주하여 그가 묵기로 한 호텔 옆에서 데모를 하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왓슨의 집에 머문다.
이래저래 파가니니를 초청하는 데 모든 걸 건 왓슨은 모든 재산을 압류 당하기까지 한다. 파가니니를 자신의 집에 묵게 한 왓슨의 집엔 하인도 가구도 없다. 그래서 왓슨은 자신의 딸 샬롯을 하녀로 변장하게 하여 그를 시중들게 한다. 그것을 빌미로 파가니니는 왠지 모르게 샬롯에게 반한다.
흥행마저 어렵게 되었을 때 파가니니는 다행히 왕실에서 초청을 받는다. 그러나 파가니니는 거부한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파가니니, 제멋대로인 파가니니는 주변사람들의 속을 썩일 대로 썩인다. 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후의 수단은 기사를 좋게 나오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타임즈 여기자를 동승한 나들이, 그 나들이에서 여기자가 파가니니에게 반한다. 그의 음악을 우연히 들은 덕분이다. “당신의 이 손은 천사의 날개인지, 악마의 놀림인지.”라며 그녀가 그에게 몸을 바치는 건지, 그가 그녀의 몸을 얻는 건지 모를 만큼 여기자 역시 그에게 빠진다. 그가 술집에서 연주를 하자,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많은 이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돌진 한다. 그런 걸 보면 기자는 파가니니 옆에 있을 수 있으니 천은이라 할 만하다.
왓슨의 집에서 샬롯의 노래를 듣던 파가니니는 그녀에게, 다른 여자와 달리 도도한 샬롯에게 자신의 음악을 불러볼 것을 청한다. 그 음악이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이다.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
넘실대는 바닷물에 태양이 눈부실 때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
고요한 호숫가에 달빛이 고요할 때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
길 먼지만 일어도 그대 모습 아른거려
길가는 저 나그네 혹시 그대는 아닐까
깊은 어둠이 깔리고 적막한 밤이 되어도
나 그대만을 느껴 내 사랑
어두움 뚫고 오는 그대의 강렬한 느낄
무거운 침묵 속에 나 어디로 가야 하나
고요한 숲속으로 발길을 옮겨 보네
손도 닿을 수 없는 이리 먼 곳이어만
내 곁에 들끓는 건 당신의 숨소리뿐
그 사랑은 여기에 내 가슴 속에
연주도 목소리도 환상적이다. 음악이 참 아름답다는 샬롯의 말에 그는 말한다.
“당신이 불렀으니까.”
그렇게 도도하던 샬롯이 그에게 마음을 연다. 아니 그에게 빠져든다. 그녀가 그에게 묻는다.
“당신의 진짜 모습은 뭐죠?”
“난 음악으로 숨을 쉬는 사람이오. 조음의 울림, 작은 음악까지도 음악에 불어넣는 사람, 난 나를 알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르지. 나도 그들이 모르길 바랄 뿐.”
타임즈 기사에선 그를 가리켜 쾌락주의자, 예술을 핑계 삼는 파렴치한이라고 비난한다. 그럼에도 그의 콘서트는 아주 성공리에 끝난다. 국왕도 참석하여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그의 음악은 매혹적이다. 많은 이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 그는 즉석에서 샬롯을 불러낸다. 어린 샬롯, 그녀의 신인가수로서의 첫무대인 셈이다. 그의 매혹적인 연주와 그녀의 고운, 신선하고 때 묻지 않은 천상의 목소리, 그녀를 영국인의 가슴에 절절하게 한 무대다.
공연이 끝나고 수많은 여자들이 그를 찢어 나누어 가지려는 듯이 달려든다. 하지만 그에겐 이젠 한 여자면 족하다. 바로 샬롯, 그는 샬롯을 원한다. 샬롯도 그를 원한다. 모든 여자들을 물리친 파가니니는 샬롯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를 이용해 스캔들을 만들어 명성을 얻고자 한 우르바니, 우르바니는 파가니니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함정을 만들어 낸다. 그에게 약을 먹여 취하게 하고 한 여자를 그의 침실에 들여보낸다. 그러고 나서야 도착한 샬롯, 샬롯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그렇게 제대로 터진 스캔들, 악마가 순결한 어린 소녀를 성추행, 강제로 추행했다는 기사와 사건, 그 일로 파가니니는 감옥에 갇힌다.
이런 스캔들 세상은 금방 잊는다는 부모의 말로 샬롯은 더 이상 파가니니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스캔들 덕분에, 샬롯은 세계적인 천재와의 스캔들을 얻었다는 유명세를 얻은 가수로 성장한다.
감옥에서 그를 꺼내주는 것 역시 우르바니다. 그럼에도 파가니니, 수많은 여자를 안았던 그의 사랑은 샬롯에게 머물러 있다. 더는 방황하지 않는다. 그녀를 향한 사랑, 그는 우르바니를 저주한다. 하지만 우르바니는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만든 환상을 사랑했을 뿐이야”
파가니니는 그의 말을 반박한다.
“난 악마가 아니오. 악마를 섬기는 종이지, 당신이 악마야. 기회는 한 번 놓치면 그걸로 끝이오.”
순수란 것도 자기의 목적 앞에는 고갤 숙인다. 그 잔인한 함정을 알아차린 파가니니는 우르바니를 악마라 욕한다. 그렇지만 그의 손아귀에서 이젠 더 이상 파가니니는 벗어날 수 없다. 우르바니가 하자는 대로 그는 따를 수밖에 없다. 대신 파가니니는 우르바니 말대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카지노까지 얻는다. 파가니니는 아직 샬롯을 원한다. 그러나 그가 샬롯을 오게 하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오지 않는다.
샬롯은 미국 시장까지 진출할 만큼 급성장 한다. 반면 죽어가면서도 죽지 않는다고 발버둥 치던 파가니니는 “신은 나를 떠나면서 이 험한 세상에 나를 던져버렸어. 난 신과 화해하지 않아. 앞으로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남기며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말대로 그는 죽었어도 그의 음악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가 한 번 진실하게 사랑했던 그 사랑, 그는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그의 사랑이었던 샬롯은 가수로 성장을 거듭하고.........
파가니니의 실제 삶을 그린 영화, 이 영화는 오르페우스의 삶과 노래다. 그의 음악은 여인들에겐 세이렌의 바다다. 반면 이 상황을 바라보는 남성들에겐 그야말로 악마의 소리다. 여인들을 내 품에서 빼앗아 가니까. 그가 주는 음악의 매력, 그건 여성들에겐 달디 단 천상의 소리요, 남성들에겐 악마의 저주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신의 경지를 넘나든다.
소름이 돋는다. 전율이 솟는다. 그래 소름이 무엇인지, 전율의 느낌이 어떤 건지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 실존했던 인물 음악의 천재 파가니니의 삶, 그의 연주는 소름 돋게 한다.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의 음악은 천상의 소리이자 악마의 유혹이다. 그의 음악에 빠지면 여인들은 그의 영혼 속으로, 그의 몸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의 불에 데면 죽는다.
“어떤 이는 그를 마법사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악마라 했으며, 그나마 정상적인 이들은 그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니콜로 파가니니에 대해 1824년 제노바 신문은 이렇게 평했다 한다. 영화 소개 문구 역시 “모든 남자가 증오했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다.
파가니니, 그의 음악성은 무한한 욕망의 폭발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존의 욕구, 종족보존의 욕구를 채우고도 남는 잉여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 잉여욕구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은 천재가 되거나 광인이 되거나 폭력배가 된다. 그 강한 잉여욕구의 소유자가 바로 파가니니다. 그는 자신의 욕구를 음악에 쏟아 붓는다. 그럼에도 남아도는 욕구, 그 욕구를 도박에, 여자에, 쾌락에 쏟아 붓는다.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 같은 욕구, 그것이 파가니니의 천재성이다. 그것을 소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하는 파가니니, 그는 분명 악마다. 그리고 광인이다. 천재다. 그의 방탕, 쾌락, 도박, 염문들, 그는 죽어서도 교회로부터 매장을 금지 당했다. 그러다 그가 죽고 36년 후에야 그는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단다. 천재적인 재능, 하늘이 선사한 그 능력은 신의 선물일까, 아니면 저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