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03- 쓰리 데이즈 투 킬, 일이 우선이냐 딸과 아내와의 관계 개선이냐?
타임 리미티드, 정해진 시간이란 말은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만일 삶의 시계가 있다고 치고, 그 시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면 순간순간을 느끼며 초조하고 다급해질 것이다. 아슬아슬한 승부 중인 어떤 경기가 그렇듯이, 중요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 시간을 지키려는데 시간이 촉박할 때 그렇듯이, 정해진 내 삶의 시계가 재깍재깍 소리를 낸다면 얼마나 초조하고 조급하랴. 무엇이든 정해 놓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마음이 급하다.
남은 시간은 단 3일, 타임 리미티드, 그 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면, 내 삶의 연장이냐, 삶의 보충이냐의 기로에서 내가 할 수 일이란 지금 하는 일뿐 달리 방법이 없다면, 그래야만 내가 삶을 연장할 수 있다면, 그런데 그 일을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게다가 주변에서 내가 하는 일을 원치 않을 만큼 좋은 일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압박하는 시계는 3일이란 시간을 주고 재깍거린다면, 그 3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엔 재고 말고 할 시간도 없을 만큼 간당간당한 상황이라면 나는 얼마나 초조하고 답답할까?
나를 지키려면, 내 목숨을 연장하려면 원치 않는 일이지만 지금 하는 일을 해내야 한다. 그런데 가족은 그 일을 원하지 않는다. 어둠과 밝은 세계를 오가며 그는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하는, 그 모든 것을 할 수만 있다면 다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비밀요원 러너, 임무 수행 중 갑작스런 발작으로 쓰러진 비밀요원 에단 러너는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그러자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딸과 아내와 함께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이제껏 못해왔던, 그리고 소홀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려 한다. 그동안 가족에게 특히 딸에게 소홀했던 일들을 해주려 한다.
가족들과 약속했으나 못 지킨 일들을 해주겠다고 마음먹는다. 우선 딸이 하고 싶어 했던 자전거 타기, 그는 딸을 위해 자전거를 사주지 못했고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친 적이 없다. 그것을 해주고 싶지만 이미 딸은 자전거 탈 때가 지났다. 딸에게 춤을 추는 것 가르쳐 주기, 그것을 하려면 이미 딸과 서먹서먹한 관계로 멀어진 탓에 아빠라고 부르지 조차 않는다. 그러니 우선 딸과 관계회복부터 해야 한다. 그 외에 딸과 함께 바닷가로 여행가기 그리고 정장 입어주기, 가족에게 요리를 만들어주기, 생전 하지 않던 일들을 하기, 이 모두가 어색하고 쑥스럽고 서툴다. 그런데 그는 그것이 그나마 가족에게 진 빚, 딸에게 진 빚을 일부라도 갚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불현듯 나타난 같은 조직의 비밀요원 비비, 그가 그에게 마지막 임무를 지시한다. 3일 내에 완수하면 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약을 주겠단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시약이 효과를 본다면 다시 삶을 연장하여 살 수도 있을 테다. 그는 거기에 희망을 걸고, 딸에게, 가족에게 해줄 일을 일단 보류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대신 그가 가족과 수차 약속한 것을 자칫하면 다시 어겨야 한다. 게다가 그가 해야 할 일이란,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아내와 그 일을 그만두기로 약속하여, 그나마 이제 조금이라도 화해의 기미가 보이는데 다시 그 일을 해야 하다니. 아내와의 관계, 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그게 걱정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일을 다시 선택한다. 그의 과제는 두 가지인 셈, 업무 때문에 가정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딱 한 번, 딱 한 가지를 3일 안에 해낸다면, 두 가지 즉, 일도 완수하고 가정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일과 가정을 다 지킬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한정된 시간 속에서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는 물론 최고의 비밀 요원 이다. 그는 명불허전의 비밀 요원이다. 전문가 중 전문가다. 그럼에도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그는 치밀하고 민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타깃에 접근한다.
그는 CIA 요원도 접근하기 어려운 적에 관한 완벽한 정보를 우선 입수한다. 그리곤 한 순간도 망설임 없는 정확한 판단력과 냉철함으로 미션을 수행한다. 전문가다운 치밀하고 민첩한 그의 행동 하나 하나, 그의 민첩하게 돌아가는 머리 회전이 볼만하다. 볼만하다는 말은 그만큼 초긴장에 불안하다는 다른 말이다.
그에게 주어진 3일, 타깃에 접근해서 제거해야 하는 시간, 시간은 재깍거리며 그를 서두르게 할 듯하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한 순간에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니 움직임 하나하나 판단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심장이 재깍거리는 듯하고 심장이 급박하게 뛰는 듯하다. 그는 철저하고 능숙한 요원의 능력을 맘껏 과시한다.
정해진 시간, 돌아가는 시간,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위협적인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임무를 수행하는 에딘 버러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지켜보는 이가 더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에딘은 결국 이 모든 일을 해낸다. 자기 임무를 다한다. 3일 안에 원치는 않았으나 임무를 완수한다. 물론 그 한 번의 일로 가족과의 화해를 한다. 게다가 약속대로 뇌종양 치료를 위한 시약도 받는다. 그는 아내를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이고, 딸로 하여금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데 성공할 듯 하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냉철한 판단력, 위기의 순간에서 발휘하는 순발력, 액션이 볼만한 영화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켜야겠다는 주인공, 자신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겠다,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 그의 목숨을 건 모습에서 진한 가장의 역할과 딸을 사랑하는 부정을 느낄 수 있다.
일과 가정, 그 둘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남자는, 아니 가정을 잘 지킹려는 남자는 두 가지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다. 일과 가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남자의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이를테면 생존능력과 종족보존 능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일과 가정의 관계니까. 그 둘 어느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일이란 가정을 지키는 일과 가끔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가정을 지키려면 일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일을 포기하고 나면 가정도 지킬 수도 없다. 일과 가정 둘 다 얻는 것이 남자의 능력이자 소명이다. 참 어려운 게 남자의 길이다.
"내가 한 마디 해서 당신을 바꿀 수 있다면............."
아내를 침대로 끌어들이기, 딸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기, 이것이 오늘을 사는 모든 아버지들의 고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