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17- 조 블랙의 사랑, 사랑과 죽음 모두 아름답다

영광도서 0 2,845

사랑은 긴장으로 향한다. 사랑은 유기물이 가진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랑할수록 점점 긴장은 증가한다. 미지근함에서 열정으로 점점 뜨거워진다. 그렇게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는 사랑, 사랑에도 정점은 있게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그 유효기간을 최장 2년밖에 안된다고 하던가. 원래 무기물 상태에서 세상에 온 인간은 유기물이 된 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니까. 그러한 긴장에서 가장 극한 긴장은 남녀가 뜨거운 사랑의 정점에 오를 때이니, 그때는 극도의 긴장감에 달하여 이완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니 원래 안정적이었던 상태, 가장 평온한 상태의 기억, 무기물 상태로 돌아가고 싶단다. 때문에 유기물의 신이자 사랑의 신은 무기물의 신이자 죽음의 신, 이를테면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늘 동행하는 게 아닐까?

 

765556981_Elu5aPt1_18f618099744ee770cef4 

 

“네가 사랑에 푹 빠졌으면 좋겠어. 감정에 솔직해 봐.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라고.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야. 정신없이 빠져들고 미치도록 사랑해 봐.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하는 말을 들으라고. 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해. 그렇게 하다 보면 번개 같은 사랑이 올지 모르지. 사랑에 푹 빠져봐.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도 하고, 황홀함에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봐.”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인 빌은 사업가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과 멋진 인생관의 소유자다. 그는 특히 둘째딸 수잔을 사랑한다. 때문에 딸이 정말 사랑다운 사랑을 했으면 한다. 둘째딸 수잔의 약혼자, 그녀가 골랐다는 신랑감 드류는 왠지 느낌이 안 좋다. 드류는 얼굴도 잘생긴데다 머리 좋고 나무랄 데 없다. 그럼에도 빌이 보기엔 왠지 안 끌린다. 노파심에 그는 딸에게 “너희들은 누가 봐도 최상의 커플이지만, 뭔가 부족한 게 있어. 바로 열정이야. 서로 죽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그게 필요해. 그런 상대를 찾아봐.” 이렇게 말하곤 한다. 게다가 이렇게 덧붙인다. “네가 사랑에 푹 빠졌으면 좋겠어. 감정에 솔직해 봐.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라고.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야. 정신없이 빠져들고 미치도록 사랑해 봐.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하는 말을 들으라고. 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해. 그렇게 하다 보면 번개 같은 사랑이 올지 모르지. 사랑에 푹 빠져봐.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도 하고, 황홀함에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봐.”

 

빌 패리쉬의 이렇게 멋진 말, 그의 긍정적이며 훌륭한 삶에 저승사자가 반했나 보다.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 사람 중에 이 남자의 인생관, 그리고 열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저승사자는 이 남자를 점찍고 이 남자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

 

“사랑은 정열이고 집착이야 미치도록 사랑할 사람을 찾아봐~ 어떻게 찾느냐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찾아.”

 

그 말이 씨가 된 걸까? 수잔이 아버지와 약혼자를 만난다. 그러고는 두 사람은 회사일로 자리를 뜬다.

 

765556981_pUjL08nT_43ea3ed266b1fca536241 

 

그녀 혼자 카페에 남는다. 그때에 등장한 남자, 부드러운 눈길,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 왠지 끌린다. 이 남자가 커피 한 잔을 사겠단다. 수잔이 자신은 의사라고 하자 이 남자는 말한다. “내가 아프면 당신이 치료해 줄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서 그가 줄줄이 이어가는 말들, 그의 인간성이 따뜻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먼저 배려하겠단다. 그러면 아내도 자기를 배려할 것이다, 먼저 주려고 노력하겠다는 이 남자, 드류와 달리 따뜻한 것 같다. 그렇게 노력하면 될 것이란다.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산 게 아니라며, 사랑에는 희생이 필요하단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에 쏙 든다.

 

대화를 나누다 수잔은 아빠에게 들은 말로 그 남자에게 위로삼아 “모르죠. 번개 같은 사랑이 찾아올지.”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느낌이 좋다. 한 사람은 당신에게 진찰 받지 않을 거라 하고, 한 사람은 진찰하지 않을 것이라, 하고는 서로 이름도 묻지 않고 헤어진다. 그럼에도 여자는 그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이 좋아졌어요.” 라고. 그리곤 서로 돌아선다. 서로 느낌은 좋다. 여자가 관심이 있어 뒤돌아보면 그는 그냥 간다. 이번엔 남자가 그녀를 돌아보면 그녀는 그냥 가는 중이다. 서로 엇갈리는 돌아보기, 둘은 그렇게 멀어져 간다. 그런데 순간, 그 남자가 지독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결과는 영화에서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복선이니까.

 

잠을 자던 대기업 회장 빌 패리시는 “그래!”하는 소리에 잠을 깬다. 65번째 생일을 며칠 앞둔 밤이다. 그는 사업에도 성공을 했고, 두 딸과 큰사위와 함께 잘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천상의 목소리를 듣는다. 알 수 없는 목소리, 가족 식사 모임에서도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집에까지 찾아온다. 그를 서재로 모시라고 해놓고 서재로 갔으나 그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이 남자, 저승사자다. 그 저승사자는 앞서 수잔을 만났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남자의 몸을 빌렸단다. 그 남자가 빌에게 가족 식사 모임에 가겠단다. 그러면서 자기의 신분을 철저히 숨길 것을 그에게 다짐시킨다. 이름도 모르는데, 게다가 자기 정체를 밝히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을 소개하라는 저승사자를 큰사위와 둘째사윗감 드류 앞에서 뭐라고 소개한담? 빌이 고민하다 떠올린 이름은 조, 그러면 성은 뭐냐고 묻는 말에 빌은 생각에 잠겼다가 블랙이라고 대답한다. 헤서 이 남자의 이름은 조 블랙이다.

 

765556981_QpxDhqiW_090c9c7b4dd5b0858eedb  

 

지상 구경을 하고 싶은 저승사자는 빌 패리시와 의논한 끝에, 손님으로 며칠간 그의 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 대신 빌의 저승으로 떠날 시간을 며칠 늦춰주기로 약속한다. 몸만 빌렸지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저승사자, 그 저승사자를 집에 온 수잔이 만난다. 조 블랙이 저승사자라는 건 빌밖에는 모른다. 그러니 수잔은 그가 저승사자임을 모른다. 이름을 모르고 헤어진 그 남자, 부드러운 남자의 이름이 조 블랙이었음을 알 뿐이다. 그녀는 조 블랙이 저승사자인 줄 모르지만 만난 적이 있으므로 당연히 그는 그녀 자신을 알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자 놀란다. 카페에서 만만 남자는 분명 따뜻했는데 이상하게 이 남자는 따뜻한 느낌이 없다.

 

그럼에도 조는 그 며칠 동안 수잔을 만나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카페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에 수잔은 자꾸 이 남자에게 마음이 쏠린다. “당신이 좋아졌어요.” 저승사자도 이 여자에게 끌린다. 인간 세상을 배워가면서 흥미를 느끼는 조 블랙, 그에게 수잔은 말한다. “모르죠. 번개 같은 사랑이 찾아올지.”라고. 카페에서 만난 남자에게 한 말과 똑같은 말인데 그는 모르는 듯하다. 그럼에도 인간 여자를 사랑하는 이 남자, 결국 수잔이 말한 대로 번개 같은 사랑일까, 둘은 섹스까지 나눈다. 존은 키스의 달콤함과 그녀의 좋은 향에 취한다. 저승 사람들은 음식도 향으로 먹으니까. 향에 민감하다.

 

인간 세상구경을 위해 조 블랙은 빌 패리쉬를 따라다닌다. 반면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아는 빌 패리쉬, 그는 일도 제대로 못한다. 그 틈새를 이용한 수잔의 약혼자 드류는 회사를 통째로 먹을 계략을 꾸민다. 결국 빌이 죽을 날인 빌의 65세 생일, 빌은 회장 자리까지 내놓아야 할 수모를 당한다. 그렇다고 조 블랙을 원망할 수도 없다.

 

765556981_kjFBrTyi_b308bf108cc8819b00fca  

 

수잔과 사랑에 빠진 조 블랙은 수잔의 병원에까지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의 암 환자가 그가 저승사자임을 알아본다. 그 자리를 간신히 모면하고 돌아온 조 블랙은 그녀와 만나자, “여기 있으면 외롭지 않아요. 자신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예요.”란다. 하지만 수잔을 무척 사랑하는 아버지 빌은 딸이 조 블랙과 사랑에 빠지는 걸 그대로 놓아둘 수도 없다. 그럼에도 조의 비밀을 말하면 안 되기에 그는 참고 참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자기 딸을 더 이상 괴롭게 하지 말고 놓아두라고 부탁한다. 그럼에도 이 남자 수잔이 병원에 안 가는 날인 줄 모르고 병원으로 꽃을 사 가지고 간다. 거기서 암 환자를 다시 만난다. 그녀가 “왜 고통스러워서 빨리 데려가란 사람은 안 데려가고, 가기 싫어하는 사람을 데려가려고 애를 쓰는 거야.” 라고 항의한다. 그러면서 조 블랙에게 조언한다. “ 너무 오래 머물면 불화가 생기게 마련이야. 그러니까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 운이 좋으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갈 거야!”란다. 그 말을 듣자 마침 빌 패리쉬의 항의를 되새기며 그는 고민한다.

 

게다가 빌은 이제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걸 가족에게 알려야 하고, 어떻게든 조 블랙의 이야기를 해 줘야 할 참이다. 수잔이 조 블랙과 사랑에 빠졌으니, 그녀가 더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 줘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얼마 후면 자신도 조 블랙도 떠나야 하니까. 그래서 빌은 수잔에게 사실대로는 말 못하고 조 블랙이 어디론가 떠날 것임을 수잔에게 말해준다.

 

수잔이 조 블랙에게 고백한다.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구인지, 어디로 떠나는지 몰라요.” 라고. 그러자 조 블랙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돼서 떠나고 싶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우린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아서 할 말이 많아요. 그래서 알아 가면 돼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라고 말을 잇는다.

 

765556981_EwJWf3qh_abb0d5893a12400e9b889 

 

조 블랙은 미련이 남는다. 그러자 빌은 그를 질타한다. 그럼에도 조는 오히려 빌에게 화를 내며 자기 맘대로 할 거란다. 여차하면 수잔도 데려갈 것이란다. 빌은 그에게 충고한다. “뭐든 원하는 대로 하는 건 사랑이 아냐. 그건 막연한 열병이야. 사랑엔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선택의 무게가 있어야 해. 내 딸은 자네의 정체를 모르잖아. 자네의 모든 걸 말하고 결과를 받아들여. 그러고 보니 이제는 자네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네. 만일 내 딸을 데려가겠다면 난 절대 용서 못해. 나는 준비 되었으니까 나를 데려가라고.” 빌의 완강한 항의에 조는 수잔에게 떠날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수잔의 손을 잡는다. 그와 손을 맞잡은 수잔은 조에게 카페에서의 그 남자가 아니라고. 왠지 멀게 느껴진다고. 그러면서 미래를 보려면 손바닥을 봐야 한다고. 카페에서의 말들이 기억이 안 나느냐고 묻는다. 조는 멈칫 거린다. 그러자 수잔이 “그때 말했어요. 아내를 배려하면 아내도 당신을 배려할 거라고. 내가 진찰하는 게 싫다면서 말했는데 기억 안 나요? 난 당신을 따라갈 수 있어요. 당신을 따라갈까요? 기다릴까요? 돌아올 거예요? 당신이 말한 그런 여자를 만난 거잖아요.”라고 애절하게 말한다.

 

지상에서 해결할 일이 남은 조 블랙, 빌의 명예를 회복해주는 것이다. 해서 그는 큰사위의 증언으로 빌을 원래의 자리로 옮겨놓는다. 호출을 당한 드류는 보기 좋게 음흉한 계획을 탄로 당하고 쫓겨난다. 드류 자신이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던 그 말대로 드류는 그대로 당한다.

 

765556981_8meB23QK_d0483db12f6757492db38  

 

이제 마지막 장면이다. 빌의 65세 생일 파티는 화려하게 열린다. 조 블랙은 빌을 데려가기 위해 멀리서 대기한다. 빌의 인격과 수잔의 사랑에 반한 조 블랙은 자기 역할도 잊은 채 이들을 기다린다. 빌은 사랑하는 둘째딸 수잔과 마지막 춤을 춘다. 그리곤 사람들의 청에 못 이겨 생일을 맞는 소회를 말한다.

 

“모두가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요. 65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군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조와 빌은 사람들을 떠난다. 떠나면서 빌은 “넌 내게 살아갈 의미를 줬어. 난 어떤 후회도 없어.”라고 조에게 말한다. 그러자 조는 “후회가 없다는 건 좋은 거야.”라고 말을 받는다. “떠난다는 게 쉽지 않네. 이게 인생이야.” 그렇게 조와 빌이 떠나는 걸 수잔이 바라본다. 왠지 이상하다. 수잔은 아직 조 블랙이 저승사자인지 모르니까. 불안한 마음에 뒤를 따른다. 그녀가 애써 언덕을 오를 때 언덕에서 내려오는 조 블랙,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조,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수잔이 묻자 조는 “미안해요. 그냥 미스터리로 남기죠.”라고 남자는 말한다. 그리곤 그는 카페에서 만나서 한 이야기들을 줄줄 읊는다. 이 남자는 카페에서 만난 그 남자다. 이제 앞으로 보다 잘 알아갈 것이다. 조 블랙은 떠나고 카페에서 수잔이 만난 남자가 돌아온 것이다. 조는 이 남자의 몸을 입고 다니다가 다시 돌려준 것이다.

 

그랬다. 교통사고 장면은 보여주었으나 그 이후는 이 남자는 보이지 않았는데, 남자는 죽은 건 아니었던 것. 그리고 그럴 것이다. 빌이 딸에게 “네가 사랑에 푹 빠졌으면 좋겠어. 감정에 솔직해 봐.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라고.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야. 정신없이 빠져들고 미치도록 사랑해 봐.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하는 말을 들으라고. 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해. 그렇게 하다 보면 번개 같은 사랑이 올지 모르지. 사랑에 푹 빠져봐. 행복함에 어쩔 줄 몰라도 하고, 황홀함에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봐.”라고 말했듯이 둘은 그렇게 사랑할 것이다. 그들을 빌과 저승사자 조는 지긋이 바라보며 떠난다.

 

765556981_B58xK9Fv_08a7935c4de51218960cf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콕콕 집어서 이야기 해준다.

 

우리 삶이 그런 것 아닐까. 항상 우리에게 붙어 다니는 게 죽음이니까. 우리는 그 죽음과 가끔 대화를 나눈다. 그 죽음을 두려워하며, 언제 갑자기 데려갈까 두려워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 죽음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 다름 아닌 죽음의 신과 내가 대화를 나누는 거다. 그러니까 조 블랙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다. 삶과 죽음,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 이는 네가 어떻게 죽을 줄을 안다면 어떻게 살지도 알 것이다라는 말과 같다. 이 세상, 언젠가는 떠난다. 그때 미련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 다해주고, 아무런 미련 없이 마지막 잔치를 열고 아름다운 뒷모습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765556981_6NOmzuhI_c1ccf7e8c13e864e4184f  

 

그래 살아감의 의미, 그건 사랑이 아니랴. 서로가 누군지 알아가야 하는 사랑, 미치도록 해야 하는 사랑, 정신없이 빠져야 하는 사랑,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하는 말을 듣는 사랑이란다. 희생이 필요한 사랑, 번개 같이 올 수도 있는 사랑, 그 사랑은 머리로 찾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찾는 사랑이지. 평생 그런 사랑뿐이랴. 저승사자도 사랑을 원하듯 사랑은 신에게서 출발한 것이니 아름다운 세상은 모두 사랑이다.

 

무엇을 향한 사랑이든, 사랑은 행복한 순간이다. 몸으로 사랑하는 것만이 행복을 주는 건 아니리라. 젊어서야 몸으로 사랑하는 것만이 최고의 사랑일 테지만, 몸에 힘이 좀 빠지는 나이쯤, 그땐 인생을 관조하는 독서를 하거나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즐거움, 그것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면 그 순간들처럼 행복한 날들이 또 있으랴. 이런 사랑이든 저런 사랑이든, 몸의 사랑이든 지의 사랑이든 마음의 사랑이든, 사랑이 없으면 무의미한 삶이라니까. 심리학자들은 말하지. 사랑의 신과 죽음의 신은 늘 같이 다닌다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