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5-사랑은 마법처럼, 사랑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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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법, 서로를 끌리게 하는 힘, 그 힘의 정체란? 우리 어른들은 콩깍지라고 했다. 콩깍지가 씌워져서 재대로 못 보니까 사랑하는 거라고. 눈이 삐었다고도 했다.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 힘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는 서로 미약을 나누어 마셔서 서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황금화살을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 결론은 둘만의 마음으로 통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 약발이 빠지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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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직업, 재력 무엇 하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파리 오페라발레단 단장 헬렌과 교외의 거울가게 직원 조아킴. 거울을 갈아 끼우러 갔던 거울가게 직원 조아킴이 그녀에게 키스를 한다. 그 키스에 어떤 사랑의 마법이 숨어 있었던 걸까? 서로 사랑하는 감정은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서로에게 끌려서 상대가 가는 대로 가고, 상대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인다. 단 한 번의 충동적인 키스는 두 사람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상황이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서로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며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 두 사람은 점차 모든 것을 공유하며 커플이 되어간다. 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찾고 싶어 하던 조아킴은 결국 이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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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ing out for a hero / Bonnie Tyler

 

 

 

Where have all the good men gone And where are all the gods?

 

Where's the street-wise Hercules. To fight the rising odds?

 

Isn't there a white knight upon a fiery steed? Late at night I toss and turn and dream of what I need

 

I need a hero I'm holding out for a hero 'til the end of the night

 

He's gotta be strong And he's gotta be fast And he's gotta be fresh from the fight

 

I need a hero I'm holding out for a hero 'til the morning light

 

He's gotta be sure And it's gotta be soon And he's gotta be larger than life

 

Somewhere after midnight In my wildest fantasy

 

Somewhere just beyond my reach There's someone reaching back for me

 

Racing on the thunder and rising with the heat It's gonna take a superman

 

to sweep me off my feet

 

 

선한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그리고 선한 신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심한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서민을 잘 아는, 헤라클레스는 어디에 있나요?

 

준마를 탄 백 기사는 거기 없나요? 밤늦게까지 몸을 뒤척이다 나는 내게 필요한 꿈을 꾸지요.

 

난 영웅이 그리워요. 밤이 샐 때까지 영웅을 간절히 원해요. 강한 영웅이요. 또한 빨라야 하고요. 그리고 싸움 후에도 기운이 넘쳐야 해요.

 

난 영웅이 그리워요. 아침 햇살이 비칠 때까지 영웅을 간절히 원해요. 그는 확신에 차 있어야 하고, 빨리 와야 만 해요. 그리고 실제보다 커 보여야 하고요.

 

자정이 지날 때쯤 어지러운 환상 속에서 내 손이 닿지 않는 저쪽 어딘가에 뒤를 보며 내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어요. 그는 벼락처럼 달리고, 열기와 함께 솟아올라 내 마음을 흔드는 슈퍼맨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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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려 서로 떨어질 수 없지만 사랑은 아닌 것도 같은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떨어질 수 없으나 두 사람은 그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게 둘은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문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그 우연은 그들을 서서히 필요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내 곁에 있어줘. 나는 언젠가 당신을 춤추게 할 거야.”

 

춤을 가르치는 오페라단 단장인 여인은 자신은 춤을 추지 않는다. 실력은 뛰어난데도 그녀는 춤을 추려 하지 않는다.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그것이 그녀를 두렵게 하고 춤을 출 수 없게 한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그녀의 엄마의 강요로 무대에 올라야 했던 데서 연유한다. 그때의 상처로 더 이상 그녀는 춤을 출 수 없다. 어쩌면 그 일로 엄마를 잃은 그녀, 해서 그녀 옆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때문에 그녀는 세상이 더 두렵다.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도 두렵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가 떠날까 두렵다. 그러면 다시 혼자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때문에 이 남자,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더 이상 다가설 수도 없다. 헤어질 때 사랑한 만큼 아픔만 깊어질 것을 두려워해서다.

 

애를 태우던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기로 한다. 그토록 떨어질 수 없게 만든 마법에서 풀려나려면 마법이 걸린 그 자리로 돌아가면 가능하다. 사랑이 시작된 곳에서 사랑의 아픔은 싹트고, 다시 그 아픔을 치유하려면 그 사랑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듯이, 해서 남자는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춘다.

 

“마법은 시작된 곳에서 풀어지는 거야. 가식된 삶은 계속되는 거고, 당신을 떠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찾고 싶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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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 애틋한 두 사람이 서로 인생을 길은 나누어 간다. 엄마가 원한 춤, 무대 공포증으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는 그녀는 오페라 단장에서도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죽어간다. 그녀의 죽음을 빌미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 아픔의 끝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으로 두 사람은 맺어진다.

 

“부탁이 아니라 당신을 도와주면 난 좋거든. 강하고 듬직해진 느낌이거든. 내가 행복해지려고 온 거야. 내 대신 네가 온 거야.”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가 준 말, 이 아름다운 마음의 말에 감동한다.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맘 아픈 일로 만나긴 했지만 다시 보니 좋다.”

 

 

 

아름다운 사랑의 엔딩곡이 흐른다.

 

그녀의 손을 잡고 손잡고 내 목에 키스

 

심장 소리 들으며 그에게 키스

 

떨리는 가슴으로 그 손을 잡고 키스하고 손을 잡고

 

부드러운 머릿결 내 눈을 응시해 내 손 잡아줘

 

당신 숨소리 우리들의 키스

 

가슴이 뛴다. 함께니까,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하나가 된다.

 

숨소리가 들려 둘의 심장이 뛰고 있어

 

둘은 그렇게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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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순간, 지금 죽어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순간으로 끝나는 사랑이 다반사다. 그렇게 사랑은 순간의 우연으로 시작되어, 우연이 우연을 낳다 보면 언젠가 필연으로 굳어진다. 때로 사랑은 상처를 주지만 사랑 없는 인간은 생각할 수 없으니, 상처를 입고 찢어지더라도 사랑은 부정하지 못한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동물, 그건 인간이 유일하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을 암시한 문장, “당신을 꼭 춤추게 할 거야!”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이다. 사랑의 힘으로 여자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으니, 사랑이야 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아픔을 멎게 하고, 두려움을 멎게 하고, 외로움을 사라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세상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니, 사랑은 세상의 어떤 것으로 가치를 논할 수 없다.

 

그만큼 사랑은 힘이 있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관리가 중요하다. 사랑이란 그 안에 깊은 만큼 아픔의 씨앗이 숨어 있고, 아름다운 만큼 미움의 씨앗이 숨어 있고, 믿는 만큼 오해이거나 불신의 씨앗도 숨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잘 관리한다는 전제를 두면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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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우연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들이닥치는 우연이다. 하지만 사랑은 이미 예정된 우연이다. 우연인 것 같지만 아주 오묘한 우연이다. 왜냐하면 우연이란 같은 자리에 그와 내가 있었으므로, 같은 시간에 그와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그와 내가 서로 눈이 맞았으므로,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이뤄지는 우연이니, 이걸 우연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그리고 우연을 필연으로 엮어주는 것, 그건 사랑의 마법이다. 아무리 같은 자리에 있어도, 아무리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있었어도, 같은 마음으로 서로 바라보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지만, 마음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마법과도 같은 그 무엇이 있어야 사랑은 이루어진다. 그만큼 사랑이란 우연인 것 같지만 원하지 않아도 알 수 없게 엮이기도 하고, 원하지만 알 수 없게 나누이게도 하는 사랑, 사랑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거나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다. 그 모두를 사랑의 마법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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