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8- 용의자, 돋보인 구성, 리얼하고 스피디한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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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휴머니티가 잘 조화된 영화다. 관람하면서 복선이 무엇일까를 찾아가면서, 후반부에 그 복선이 빛을 발하는 것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구성이 탄탄하다. 그것을 찾아가면서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잘 쓴 첩보소설을 읽듯이 볼 수 있는 영화다.

 

 

 

북의 특수요원, 최고의 특수요원 동철에겐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아내는 맑고 푸른 미소로 그를 맞는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아빠를 보면 나중에 본 적이 없던 아빠라도 알아볼 수 있어요.”라며 예쁜 미소를 지어준다. 여인과 멀리 떨어져 이국에서 동철은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 남조선 정보원들을 제겨할 때도 누구보다 능력을 발휘해 남조선 일당을 처리한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차마 죽이지 못한다. 그의 차 안에서 가족사진을 보았는데, 그 사진 안에 어린 딸의 사진을 보자, 자신의 아내의 뱃속에 있을 딸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그는 못 본 척 살려 보낸다. 그게 원인이었을까?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것은 물론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딸의 행방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리고 그는 북에 들어간다. 괜히 들어온 그는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죽음 일보직전 초인적인 힘으로 사슬을 끊고 그는 남으로 탈출한다. 그제야 그는 개인은 국가란 거대한 조직에서 하나의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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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탈출한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는 것뿐이다. 그가 그토록 믿었던 동료, 남한으로 망명한 리광조다. 그와 친했던 만큼 그의 증오는 더 강하다. 남한으로 잠입한 동철은 놈의 행적을 쫓으며 대리운전으로 생활한다. 그러다 우연히 박 회장을 차로 모시는 기회를 얻는다. 그 우연한 만남으로 박회장과 동철은 같은 이북 출신이라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 그때 박 회장으로부터 “메밀은 평창의 봉평 메밀이 최곤데 말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다.

 

그런 어느 날 그는 박회장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는 박회장을 살리려 하나 침투한 괴한들을 막지 못하고, 박회장은 살해당한다. 그는 박회장이 남긴 물건을 받아 든다. 박회장의 안경, 그 안경엔 암호가 감춰져 있다. 박 회장을 살해하려고 침투한 자들이 노린 건 그 물건들이다. 그 물건을 손에 넣으려다 실패한 부패한 정보요원들은 증거를 조작한다. 때문에 동철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 받아 쫓기는 신세가 된다. 피도 눈물도 없이 목표물을 쫓는 사냥개란 별명의 냉철한 민대령이 동철을 잡기 위한 요원으로 내정된다. 동철과는 해외에서 일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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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령은 아주 유능한 국가 정보원 중 유능한 요원으로 해외파견 작전에 참여했었다. 그때 동철이 북의 공작요원이었다. 동철의 활약으로 남측 요원은 모두 죽음을 당하고, 민대령의 목숨도 동철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때 동철은 차마 가족사진을 본 후, 민대령을 죽이지 못했다. 그 일로 동철도 벌을 받았고, 민대령은 혼자 살아 돌아온 탓에 공수훈련 교관으로 좌천당했다.

 

공수훈련 교관으로 생활하던 중 민대령은 똘똘하지 못한 부하요원 조대위가 낙하 훈련 중 죽음의 위기를 당하자 목숨을 내걸고 맨몸으로 낙하하면서 위기를 넘기고 부하를 살려낸다. 그렇게 생활하던 조대령이 부름을 받는다. 그를 불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민대령의 동기인 김실장이다. 친구는 좋은 자리에 있고 그는 좌천당한 상태라 자존심은 상하지만 김실장은 이제 그의 상사다. 김실장이 그에게 지시한 업무는 자신을 쪽팔리게 만든, 그러나 그를 살려준 지동철이다. 민대령은 자존심을 걸고 그를 잡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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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철은 민대령뿐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원들의 추격을 받는다. 민대령은 조사과정에서 동철의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동철이 누명을 쓰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또한 그를 쫓는 무리는 다름 아닌 같은 편인 중앙정보요원임을 알아낸다. 제2의 사조직이 있음을, 그 조직의 움직임을 그는 간파한다. 그 조직을 움직이는 자 또한 김실장임을 알고 그는 의아하다.

 

쫓기는 동시에 딸을 죽인 옛 동료를 추격하는 동철, 그의 아내와 딸을 죽인 친구를 찾아 복수해야 한다. 그의 친구 리광조다. 놈은 탈북 후 국정원의 사조직에 들어가 김실장의 사욕을 채우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민대령은 동철을 쫓고, 동철은 리광조를 쫓는 형국, 쉽지 않은 문제다. 상사 몰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민대령은 김실장 측근으로 있는 조대위의 도움을 받는다. 죽을 뻔했다가 민대령의 살신성인으로 살아난 조대위는 언제나 민대령 편이다. 때문에 김실장 명령 아래 있지만, 이중 첩자로 무슨 일이든 처리해준다. 조대위의 도움을 받아 김실장은 서서히 추악하고 비열한 김실장의 민낯을 밝혀낸다.

 

김실장은 비열하고 오직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보원 실세였다. 그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어떤 일로든 엮어서 제거했다. 김실장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또 한 사람, 최경희 기자다. 지상파 기자가 되려는 꿈을 날린 그녀는 유령 통신사를 차렸다. 셋은 서로 도와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민대령은 사리사욕에 빠져 국가의 중요한 기밀을 팔아넘기려는 김실장을 막으려 둘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김실장은 아직 그 시실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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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 민대령, 쫓기는 동철, 둘은 정보를 공유하며 일단 협조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비밀을 밝혀낸다. 북 출신의 해주그룹 박회장이 끝까지 숨긴 비밀은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개량종 왕볍씨의 비밀이란 점이다. 그것을 김실장은 치명적인 화학무기의 비밀로 오해한 것이다. 한편 박회장 수하의 전무는 그것을 얻어 해주그룹을 제 것으로 삼으려 한 것, 이걸 빌미로 김실장은 전무와 돈거래를 한 것이다. 봉평메밀이 최고라고 했던 해주그룹 회장의 툭 던진 말의 암시는 바로 이것이었다.

 

동철은 민대령의 도움으로 자기 아내를 죽인 리광조를 찾아낸다. 리광조는 조국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면서 용서를 빈다. 그리고 동철의 딸은 김실장이 어딘가에 팔아버렸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그는 리광조를 처단한다. 동철은 이제 딸을 팔아넘긴 작자가 김실장이라는 것을 알아낸 이상, 김실장에게 앙갚음을 해야 한다. 그러나 김실장은 현재의 권력이자 법이다. 그래서 민대령과 동철은 합세하여 악의 뿌리 김실장을 교묘하게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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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민대령은 동철을 체포한다. 그 대신에 요원들에겐 부패한 국정원에 그를 넘기는 대신 기무사로 데려가겠다며 동철을 동행한다. 전에 목숨을 빚진 적이 있는 민대령은 그에게 딸이 살아 있는 주소가 적힌 쪽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중간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사러갔다 온다면서 차를 비운다. 동철로 하여금 수갑을 풀고 달아날 기회를 준 것이다. 이로써 민대령은 그에게 목숨을 빚졌던 은혜를 갚는다. 민대령은 빈 차를 몰고 흐뭇한 마음으로 부대로 복귀한다.

 

동철은 민대령이 건네준 주소를 찾아가 자기 딸이 그 농장에서 강제로 노역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그는 딸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한 아이가 그를 바라본다. 그도 그녀를 바라본다.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가던 아이가 뒤돌아보며 의미 있는 눈빛을 보낸다.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에 시달리는 아이, 그가 그의 딸이다. 그리고 저녁이 된다. 아이는 저 안에 들어가 갇혀 있다. 동철이 움직인다. 그리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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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누아르 액션 영화지만, 비교적 짜임새가 좋다. 일단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전반부에 복선을 깔고, 후반부에 복선을 하나씩 풀어가는 점에서 구성이 탄탄하다.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구성을 탄탄하게 짠 점이 훌륭하다.

 

영화 초반에 동철이 아내와 헤어질 때 아내는 부른 배를 보여주며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아빠를 보여주면 나중에 아빠를 잘 기억한다.’고 말한다. 동철은 뱃속의 아이를 직접 한 번도 못 보지만, 나중에 딸을 찾아낸다.

 

두 번째, 남측 정보원들과의 대결에서 동철이 민대령을 살려 준 사건, 가족사진을 발견한 동철이 민대령을 살려주고, 나중에 민대령과의 재회를 구성한다. 영화는 중간 중간에 민대령의 가족사진에 앵글을 맞춰준다. 민대령의 가족사진 속의 딸, 동철의 알 수 없는 딸을 연결한다. 그리고 민대령이 먼저 목숨을 빚지고, 나중에 민대령이 동철의 목숨을 돌려주고 동철 딸을 찾게 돕는다.

 

셋째, 민대령이 교관시절 조대위의 목숨을 구한다. 조대위는 상사의 명령과는 상관없이 민대령을 목숨 걸고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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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봉평메밀, 박회장은 운전하는 동철에게 한 말은 아니지만 넌지시 던진 “메밀은 평창의 봉평 메밀이 최곤데 말야.”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건의 중심에 봉평메밀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복선을 깔아놓고 후반부에 그것을 하나씩 풀어간다. 일종의 대칭구조다. 덕분에 영화는 탄탄한 구성을 얻는다. 그와 함께 액션 속에 휴머니티까지 넣는다. 피도 눈물도 없을 듯한 대단한 북의 공작원, 그도 인간임을 보여준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과 얽힌 감정 때문에 냉철한 임무에서 허점을 보여 적을 살려주는 과오를 저지른다.

 

사리사욕에 빠진 국가공무원과 사기업의 임원의 부패, 그 부패는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는 액션누아르의 전형, 이중첩자, 좋게 말하면 내부고발자의 도움을 받아야 위장한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는 보편의 원칙을 잘 적용한 영화다. 비록 액션위주의 영화지만 구성이 탄탄하다. 대단한 액션, 아주 스피디한 액션도 볼만하고, 그 안에 담긴 굵직한 휴머니티가 볼만한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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