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39- 위험한 미션 롤 플레이 2: 동침, 진정한 현실과 연기 사이

영광도서 0 3,607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을 사는 나는 현실에 있을까, 꿈에 있을까?

 

어떤 꿈을 꾸든 꿈속에선 정말 현실 같다. 생생하다. 조금도 결여된 현실은 없다. 그랬는데 꿈에서 깨어나면 허망하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전혀 현실가능하지도 않은 꿈이 많다. 그럼에도 꿈속에선 정말 현실이었으니, 지금 사는 세상도 꿈은 아닐까, 깨고 나면 하룻밤의 긴 꿈일 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삶, 죽음, 그리고 모든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 이것들이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개고 나면 허망한 꿈으로 느껴지는 다른 세상이 있긴 한 걸까?

 

765556981_LiGtVKr9_556636f41993b58633ed9 

 

“아빠와 나 사이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면 아빠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요”

 

아이가 무서워서 아빠의 침실로 파고든다. 아이를 꼭 안아주는 아빠, 그는 아이를 과보호한다. 과보호를 받는 아이는 그걸 당연한 것으로 안다. 아이는 이제 자라 처녀가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빠의 보호를 받는다. 아빠는 딸의 팬티 관리며, 생리대 조사, 심지어 발가벗기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씻어준다. 그게 아빠로서의 사랑 맞을까?

 

수연은 성인이 되어서는 극작가가 된다. 그녀는 한적한 별장에서 글을 쓴다. 수연은 아빠의 병적인 집착 때문에 외부에 격리된 채 생활한다. 아빠는 딸 수연이 타락한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간섭한다. 그런 아빠가 부담스러운 수연은 아바를 떼어놓기 위해 현우라는 청년을 집으로 끌어들인다. 현우는 배우 지망생이다. “아빠와 나 사이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면 아빠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요”

 

아빠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연은 현우를 데려다 동거를,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현우가 별장에서 맞는 첫날 아침, 현우는 아빠 방에서 잠옷만 걸진 채 나오는 수연을 발견한다. 게다가 수연 아빠는 수연의 생리대까지 확인하며 수연의 건강을 챙기는 것을 보고 의아하다. 수연 아빠의 기괴한 행동을 보고 현우는 기가 막힌다. 뿐만 아니라 곧 서른이 되는 다 큰 딸을 아빠가 손수 목욕시키기까지 하니, 현우는 이 부녀관계가 수상하기만 하다.

 

765556981_zQMK3eSg_fffb1f8e24ceb2b141d83 

 

현우는 수연의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모습을 보니 기분 나쁘다. 수연 아빠 역시 현우가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이다. 수연 아빠는 현우가 자신의 딸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현우가 무척 밉다. 한편 초조하기까지 하다. 그는 급기야 현우와 수연이 섹스를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점점 미쳐간다. 아빠는 현우를 죽이기라도 할 듯 위협한다. 그러자 현우는 그런 수연의 아빠에 잡혀 있는 수연이 불쌍하다. 이 미치광이 아빠의 손아귀에서 그녀를 벗어나게 하고 싶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수연 아빠가 없는 틈을 타 수연을 데리고 함께 도망친다. 함께 도망친 수연은 아빠의 집착이 자신의 처녀성 때문이라 여기고, 기꺼이 거추장스러운 자신의 처녀를 현우에게 준다.

 

같은 시각, 부녀의 삶 속에 감초처럼 붙어있던 가정부가 초조하게 딸을 기다리던 아빠에게 의미심장한 위로를 전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수연은 현우에게 쪽지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온다. 수연은 현우에게 햇빛이 있어서 슬프다고 말한다. 반면 수연의 아빠는 현우가 수연에게 빠져들자 절망한다. "이러지 마, 아빠는 네가 그러면 슬퍼. 아빤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죽을 때까지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아빠는 딸을 안으며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어.”라며 속내를 고백한다.

 

이때 현우가 다시 수연의 집으로 돌아와 수연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는 둘은 격렬한 정사를 벌인다. 그 소리에 경악하는 아빠, 아빠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현우를 공격한다. 현우가 위기에 처하자 수연은 공포에 질려 울부짖다가 골프채를 휘둘러 아빠를 살해한다. 이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현우는 경악한다. 아버지를 죽였다니. 이로써 모든 비극이 끝나는가 싶은 순간 현우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765556981_QNX3Dkpg_bcbbbcd37895cd243596a 

 

그런데 사실은 수연의 아빠는 살아 있었다니, 그를 놀라게 한 건 모든 게 연기였다니, 분명 현우는 수연의 순결을 차지했는데,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랑했고 할 걸 다했는데 연기란다. 이제까지의 모든 것, 아빠 역을 맡았을 뿐 실제 아버지가 아니었단다. 말도 별로 안 하는 이상한 가정부, 그녀가 모든 연출을 맡았단다. 그러면서 아빠 역을 맡은 이에게 수고했다고 한다. 배우를 설정만 해 놓고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상한 가정부의 시나리오였단다. 사실 수연은 원래 이름이 현정이었단다. 가정부가 묻는다.

 

"현정인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그녀는 경험이 많다고 한다. 리얼한 연기를 위해서 실제처럼 한 것이 뭐가 대수냔 식이다. 하지만 현우는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수연의 순결의 피를 보았으니까. 그건 한 달에 한 번 하는 생리에 맞춰 한 연기란다. 그렇게 수연은 현정으로 자리를 뜬다. 아빠 역의 남자도 역할이 끝났으니까 떠났다. 그들은 단순한 배우였고, 현우만 그 연극 속에서 실제로 행동했다는 거였다. 현실로 생각한 건 현우뿐이었다는 설정.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연기였다니, 현우는 의아하다. 그런 가운데 모두들 집이라고 여니 세트장에서 퇴장한다. 그리고 엔딩이다.

 

다만 해설인 즉, 연극에서 가정부 아줌마 역을 한 사람이 실제론 극작가고, 수연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것, 수연의 아빠는 자신의 아빠를 연기한 것이란다. 그녀는 실제로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아버지 앞에 남자를 끌어들이지 못했으나 그것을 연극으로 연출해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아버지를 죽였는데, 그것을 생생하게 재현해 보았을 뿐이라는 거였다.

 

 765556981_ptCKmojE_cfe52a4eeee249548bd95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이라고나 할까? 전체 윤곽을 두르는 이야기는 가정부 아줌마 역의 작가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녀는 연극 대본을 짠다. 그리고 대본대로 실제와 똑같은 연극을 하게 한다. 그 중에 한 명은 연기라는 걸 알리지 않고 극에 끌어들인다. 연극이 끝날 때에야 실제인 줄 알고 진진하게 행동한 그에게 연극이었음을 알린다. 그러니까 사건 속엔 연극이 온전히 들어 있는 액자식 구성이다.

 

관객인 입장에선 영화 속에 연극을 보고, 다시 영화를 보고 관람을 마치는 식이다. 특이한 구성의 영화다. 감독의 의도는 우리 삶이 알고 보면 연극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일까? 현우처럼 아주 진지하게 현실을 살지만, 깨닫고 나면 단순히 연기였음을, 모두들 연기라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데, 나만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물론 액자 속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딸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 그는 지독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남자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딸의 순결을 생명처럼 지켜주고자 한다. 그것이 딸에의 집착으로 작용한다. 그는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심리적인 현상으로 인한 삶에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으로,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영화 속의 연극, 그리고 그 연극이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액자식 구성, 진정한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 아버지와 딸의 비극을 그린 액자식으로 이야기한 걸까, 실제처럼 연기하고, 연극처럼 살아야 하는 우리 삶에 대한 페이소스 아닐까. 그럴 듯한 영화다.

 

765556981_KUJra2iq_c05a1bb13fb207fca9d6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