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46- 세 얼간이, 나에게 주문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외치게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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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란 놈은 자기 새끼를 스스로 낳지 못한다. 부화시킬 능력이 없어서 다른 새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는 정작 새둥지 주인이 낳은 알들은 굴려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리고 자기가 낳은 알만 남겨둔다. 그 둥지에서 뻐꾸기의 새끼는 탄생한다. 그것이 뻐꾸기들의 삶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뻐꾸기 자신은 잘 살아남는다. 남의 알을 깨트리고도 잘 살아남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본다. 그들은 잘 나간다.

 

요즘은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묵시적으로 그렇게 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어쩌면 요즘 처세술은 그런 삶일 게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 온다. 그때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제야 그건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고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삶의 철학, 진정한 교육의 의미, 진정한 우정, 전정한 그 무엇, 그 모든 것을 고루 담고 있다. 이 영화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지정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삶의 철학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사회에 또는 자신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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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초는 소위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를,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무척 기발한 천재다. 아무도 그를 인도해 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는 더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이 그를 진정 위대한 길로 갈 수 있게 한다. 그에겐 학교는 스트레스 공장이 아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 아버지를 위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교수가 지시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학생이다. 그 비결은 하나, 그는 즐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즐기는 사람에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제대로 무엇이든 즐길 줄 안다. 그에게 비결이 있다면 나름의 주문을 갖고 있다는 것뿐이다. “알 이즈 웰~”이다. 그는 말한다.

 

원래 란초란 이름이 그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이름으로 남의 삶을 살면서도 진정으로 자기 삶을 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정하며 생활한다. 그 힘은 대단한 성공을 꿈꾸지 않고, 매일 소박하게 성취하는 일로, 작은 일에 행복해 하며, 그 일에 만족하며, 과정을 즐기는 데서 나온다. 무엇을 보든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자기 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그는 즐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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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즈 웰’의 전설, 어느 한 마을에 경비가 있었는데 야간 순찰을 돌 때마다 “알 이즈 웰~”을 외쳤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음 놓고 잘 수 있었지. 근데 하루는 도둑이 들었던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경비는 야맹증 환자였어. “알 이즈 웰~”이라고 외쳤을 뿐인데 마을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 날 온 마을 사람들은 깨달았어.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걸…그래서 속일 필요가 있는 거지. 큰 문제에 부딪히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 하는 거야.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 줬냐고? 아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는지. 기억해 둬. 우리 삶에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공부, 그건 노력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비례한다는 걸, 집중은 즐길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걸 보여주는 란초와는 달리 그의 친구 파르한은 아버지가 정해준 꿈을 따른다. 공학자가 되려고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재능이 있는 사진을 포기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늘 꼴찌를 맴돈다. 자기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기 때문이다.

 

라주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 출신이다.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 가난 때문에 시집도 가지 못한 누나, 그에게는 그들을 위한 반지가 그의 손에 매달려 있다. 그 무거운 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 그래서인지 그 역시 파르한처럼 늘 꼴찌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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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초가 친구들에게 용기를 준다. “암탉은 달걀의 미래를 알 수 없지. 그 달걀이 오믈렛이 될지,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생명이 될지 몰라. 양들도 제 운명을 몰라. 고기로 팔려 음식이 될지, 털만 깎여 옷이 될지. 그러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마. 단지 이렇게 마음에게 들려주라고. " 알 이즈 웰~All is well" 마음은 바보 같아서 잘 속아 넘어 가거든. 그래서 때로는 마음을 속일 필요가 있는 거야. 마음이 속으면 우리를 그렇게 움직이게 하고, 그 움직임으로 우리는 그 무엇을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원하는 일을 하면 즐거워진대. 내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따라 오는 것이지, 성공을 따라가다가는 나는 스트레스에 쌓여 죽지 못해 사는 꼴이 된다니까.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슴을 두드리며 외치는 거야. 모든 것이 이뤄지는 유쾌한 주문! “알 이즈 웰” All is well! 원하는 일을 해, 그러면 즐거워질 거야.”

 

란초가 못하는 게 있다면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못하는 것이었는데, 그가 두려움을 떨치고 피아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자 그의 친구들은 자신의 환경을 떨칠, 어른들의 기대를 떨칠 용기를 낸다. 셋의 우정은 아름답다. 셋은 진정한 우정이 뭔지를 알고,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지를 안다. 그들은 얼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처세를 모르는 순진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비웃음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셋은 진정한 우정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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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초는 비록 뛰어난 천재지만 오만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주문을 가르쳐주고 함께 주문을 외운다.

 

그가 하는 대로 라주나 파르한도 나중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일들을 막고 있던 두려움을 떨쳐 버린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았다가 잘못 되면, 교수가 하라는 대로 안 했다가 시험을 망치기라도 하면, 그런 두려움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올 수 없을 수도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다. 그래서 파르한은 사진을 찍는 일을 찾아가고, 라주 또한 시련을 이기고 정직으로 원하는 회사에 취직을 한다. 또한 이 얼간이 삼총사와는 달리 아주 교과서적으로 산 친구도 제 역할을 하긴 한다. 그게 모범생이 갈 수 있는 최상의 성공이다.

 

그리고 란초와 피아, 서로는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란초는 남의 이름으로 살아왔으니까. 이들의 사랑은 그것으로 끝난 것 같았는데, 진실한 우정이 뭉쳐서 그 사랑을 이루어준다. 간절한 사랑의 꿈, 피아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손익계산서와 가격표와 결혼하려 했던 셈인데, 그 결혼은 화려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피아도 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란초와 피아는 사랑을 이루기 힘들 때 얼간이 두 친구가 나서서 돕는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위해 둘은 작전을 세운다. 그들의 진정어린 도움으로 란초가 피아를 사랑하는 그 마음처럼, 그가 가졌던 꿈처럼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그 사랑이 그 모습 그대로 달려와.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둘은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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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를 말한다. 학교는 예비사회니까. 학교에서의 성공은 사회적인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기적인 행동으로 성공하는 것, 그건 마치 강간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성적을 올리는 일은 자기 성적을 올리는 일이거나 상대의 성적을 떨어지게 하는 일, 그 두 가지인데, 제 성적을 올리려고 열심히 교과서적으로 달달 암기한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암기는 자기 삶을 40년 동안 망치게 만드는 강간이라고. 자신의 생각은 무시하고, 교수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감추고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기계와 다름없는 삶이다. 그런 성공은 우리를 진정으로 웃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남들이 성공했다고 박수를 쳐도 그건 불행한 삶이다. 남들보다 집은 작아도, 연봉은 작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다. 성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성취를 즐기며 사는 삶,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다음으로 진정한 공부를 생각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려면 책에 나오는 정의를 달달 외우고, 교수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따르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아선 곤란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의 재능을 찾아 살아야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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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란 다름 아닌 우정이거나 경쟁자이거나이다. 그들은 진정한 우정을 안다. 그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에 질투하지 않는다. 무시하지 않는다.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서로 배운다. 그들이 보여주는 철든 우정은 시큰한 감동을 준다. 눈물을 준다. 그 눈물은 우리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눈물이다. 진정한 우정, 진정한 인간관계, 그런 관계들이 조금은 느리더라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 세 얼간이의 성공비결은 인간적 진실이다. 그 진실 앞에 사람들의 마음은 움직이고, 진실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친구는 남자의 중요한 젖이니까. 그들은 진실의 힘을 믿는다. 또한 그들에겐 건강한 웃음이 있다. 억지로 웃게 만드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기발함으로, 재치 있는 말로 유쾌하고 즐겁게 웃게 한다. 저절로 웃게 만드는 그들의 마음 놀이, 들뜬 웃음과 가슴으로 웃는 웃음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학교란 인간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들고, 그 기계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공장일 수도 있으니까. 넘어지고 나서야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학교는 아니니까. 진정한 교육은 넘어지고 나서야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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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인생은 레이스여서 달리지 않으면 짓밟힌다고, 사회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세뇌시킨다. 하지만 미래는 내 앞에 와 봐야만 아는 것이기에 지나치게 미래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영화에서 말하듯 암탉은 달걀의 미래를 알 수 없다. 그 달걀이 오믈렛이 될지,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생명이 될지 모른다. 양들도 제 운명을 모른다. 고기로 팔려 음식이 될지, 털만 깎여 옷이 될지. 그러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자.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슴을 두드리며 외치세요. 모든 것이 이뤄지는 유쾌한 주문! ‘알 이즈 웰’ All is well!”

 

교육자들이, 학부모들이, 자기 앞에 놓인 학업을 쌓는 학생들이 되새김해 보아야 할 교육철학이 이 영화에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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