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50-영화를 읽는다는 것

영광도서 0 1,420

오늘은 하늘이 높고 푸르다. 제대로 하늘이 제 색깔을 찾은 날 아침이다. 하늘이 제 색을 찾았으니 색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늘색을 설명하기 조금은 쉬운 아침일 듯싶다. 영화를 읽기, 영화를 본다고 하지 않고 영화를 읽는다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50날의 기록을 나름 설명하면서 영화 읽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영화를 읽다, 읽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본다고 한다. 그럼에도 ‘읽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영화를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책을 읽듯이 영화의 행간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려는 의도로 ‘읽다’란 그럴 듯한 서술어를 썼을 뿐이다. 물론 읽는다와 보다는 차원이 다른 의미라 생각한다. 본다, 보는 행위는 의식과는 상관없이도 얼마든 일어난다. 원하지 않아도 눈만 뜨면 본다. 그러니까 본다는 서술어는 자동적, 무의식적인 의미라면, 이와는 달리 관찰하다는 의미는 적어도 의도한 보기, 의식적인 보기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라면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적어도 관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냥 얻어걸리니까 보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어떤 영화를 볼까를 선택하고, 아무리 재미를 위한 보기라 해도 의도를 가지고 보는 게 영화 관람인 이상 영화 관람은 보다는 차원을 넘어 관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영화를 본다, 책을 본다, 예배를 본다, 친구를 본다, 너를 본다, 이런 행위는 실제로는 ‘보다’라는 서술어를 쓰긴 하지만, 실제로는 ‘관찰하다’라는 서술어적 의미를 갖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출발하면 ‘관찰하다’에서 ‘읽다’라고 표현했을 때는 최소한 다른 의미를 부여한 의도여야 한다. 때문에 영화읽기에 나름 의미를 부여한다. 영화는 본다고 하면서 책을 본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화는 시각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책은 그렇지 않은 대상으로 인식하는 때문이다. 글자는 시각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천적으로는 글자도 보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영화와 책을 달리 생각하는 이유, 이를 조금 더 분석하면, 영화는 보는 즉지 영상을 얻는 데 비해, 책은 영상을 얻지 못하는 대신 심상을 얻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것이 영상시대와 종이시대로 구분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구분한 전제에서 영화를 본다, 관찰한다는 차원에서 읽는다로 표현한다.

 

그리고 적어도 영화를 보다가 아닌 읽다로 표현한 이상, 그러한 차이를 시도했으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듯, 영화를 보고, 영화 관람기를 쓰려는 시도를 하려는 의도였다. 물론 즉석에서 쓴 후기는 아니다. 이제까지 본 영화들을 그대로 두면 기억에서 가물가물 사라질 테고, 그러면 영화의 줄거리는커녕 그 영화에 담긴 의미, 물론 내가 보고 찾아낸 나름의 의미마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 같은 아쉬움에 시도해 본 후기쓰기였다.

 

150일 간의 영화읽기, 그에 덧붙여 굳이 좌충우돌이라고 붙인 이유, 어떤 주제를 놓고, 또는 주제별로 고르기보다 이제까지 본 영화들을 주제 분류 없이 메모했던 영화들을 들추어 그날 그날 정리하며 아침을 보냈다. 주안점을 둔 건 독후감이 적어도 대상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도 그 책을 읽은 듯한 최소한의 느낌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듯, 소개하는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도 대략 이러 이러한 영화구나 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도록 줄거리를 정리해야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줄거리 정리가 제일 어려웠다. 그 다음엔 책을 읽듯이 영화에 담긴 주제며, 소품이며, 인물이며, 공간 등을 책을 읽듯이 읽으려 시도했다. 그 다음엔 영화를 읽는 각도의 나름의 개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영화에 담긴 심리적, 문화적, 신화적 의미를 덧붙였다. 때문에 좌충우돌 영화읽기는 어떤 수준 높은 영화평은 아니었음을 밝힌다. 보통의 독자가 책을 읽듯, 영화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영화 관람자의 기록을 리뷰의 형식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본 것은 즉시 사라진다, 읽는 것은 조금 더 오랜 시간 후 잊힌다, 그러나 기록한 것은 다시 재생 가능하다는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적어도 내가 읽은 영화는 나의 정보이기 때문이다.

 

150날의 기록으로 일단 영화리뷰로 연 아침을 오늘로 마무리한다. 리뷰를 읽는 이들이 오히려 글을 쓰는 나보다 더 지루하고 힘겨웠을 수 있었으리라. 따라서 내일부터는 아주 짧은 아포리즘으로 아침을 시작하려 한다. 짧지만 조금은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이제까지 영화리뷰를 읽어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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