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17회 - " 어린왕자 : 사람보다 지혜로운 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 "

영광도서 0 1,830
작은 도랑에서는 고무함지를 타고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정도면 제법 물놀이를 즐길 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강에 가면 그런 고무함지를 탄다는 건 무모한 일입니다. 그걸 타려면 겁부터 나는 일이고, 목숨을 담보로 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무 함지를 타고 넓은 강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그것은 절망 중에 절망입니다. 생텍쥐페리와 프레보가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생텍쥐페라는 그 사막에서의 상황, 마실 물이라곤 동이 난 상황,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치 카누를 타고 대양에 나가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 상황에서도 생존본능은 있어 몇몇 구멍에 덫을 놓아두고 한 밤을 보냅니다. 아침이 되어 그 덫을 보러 갔지만 걸린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망하며 돌아서려다 그 아침에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을 봅니다. 바로 토끼만큼 작은 놈인데 귀는 제법 큰 낯선 짐승을 만난 겁니다. 사막에서 생명이 있는 것, 움직이는 것을 본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바로 사막에 살고 있는 페네크란 여우입니다. 요 귀여운 녀석은 깡총거리며 뛰어갑니다. 그 녀석의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녀석이 음식을 먹는 곳이 있습니다. 수프 그릇 크기의 작은 관목들이 있습니다. 그 작은 나무들은 100여 미터쯤 떨어져 여기 저기 있습니다. 그 관목 줄기에는 금빛 달팽이들이 달려 있습니다.



녀석은 열심히 부지런히 배를 채우러 나무를 옮겨 다닙니다. 녀석이 멈추지 않고 지나치는 나무가 있습니다. 가까이 가기는 하지만 그냥 바라만 보고 지나치는 나무 말입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는데 100여 그루 가량을 옮겨 다닌 후에야 식사를 마칩니다. 그러니 아침 식사를 위해 꽤나 시간을 소비하는 겁니다. 얼핏보면 아침 식사를 즐기거나 아침 식사를 놀이 삼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들의 생존전략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달팽이만 잡이 먹는 겁니다. 짝짓기를 하는 달팽이들을 잡아먹으면 배를 채우기는 쉬울 겁니다. 그럼에도 굳이 한 마리만 떨어져 있는 달팽이를 잡아먹는 건 미래의 식량을 비축해 두기 위해서 입니다. 두 마리씩 짝짓기하는 달팽이들은 내일이나 모래, 그 이후의 식량을 에비하는 일입니다. 기특하리만치 똑똑하고 생각이 있는 놈입니다.



생각 없는 동물이라면, 아니 생각 없는 인간이라면 일단 배부터 체우려 할 겁니다. 그런데 이 여우는 웬만한 인간들보다 더 현명합니다. 이들을 발견한 생텍쥐페리는 그 발자국을 따라 그의 굴 앞에 갑니다. 하지만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낯선 존재의 등장이기 때문입니다. 길들여진 존재라면 여우는 자유롭게 굴 밖으로 나왔겠지요. 그 귀여운 여우, 그리고 그 여우의 지혜로운 모습, 그것을 본 생텍쥐페리는 6년 후, 이 여우를 <어린왕자>에 등장시키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랑의 멘토로 그를 초대한 겁니다. 이 여우와의 만남이 그 여우의 파트너로 어울릴 법한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하루를 살아도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하루 밖에 살 날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어떤 삶이 현명할까요?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면 현실을 무시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현재만을 생각하면 방종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생각은 자신을 구속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현재 지향적이면 세상을 아무렇게 살게 만듭니다. 미래도 현재도 그 어느 것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삶이 현명할지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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