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25회 - " 어린왕자 : 어린왕자의 모습이 슬픈 이유 "

영광도서 0 1,594
어른들에게 어린왕자의 모습이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어른들은 한결같이 "어린왕자는 참 예쁘죠."라고 대답하는 거에요. 그런가요, 정말 어린왕자 모습이 에쁘냐고요? 어린왕자를 자세하 봐주세요. 물론 예쁘긴 하네요. 하지만 어린왕자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색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해요. 화자는 나름 가장 잘 그린 그림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럼에도 영 어색해요. 그 어색함 때문에 조금은 슬퍼요.



왜냐고요? 예, 이쁘긴 하죠. 어깨에 달린 별도 노란 것이 예쁘지요. 별 생각 없이 바라보면 어린왕자는 예뻐요. 망또 색깔도 녹색과 노란색이 잘 어울리고, 노란 머리여, 어깨 위에 노란 별이며, 신고 있는 신발하며 참 잘 어울려요 모델이 좋아서 그럴까 싶기도 해요. 아마 제가 저렇게 입고 있으면 영 그림이 안 나올 것 같은 걸요. 하지만 그 이쁨 속에 감춰진 슬픔이 배어나와요. 저렇게 어리고 귀여운 어린왕자가 그토록 위험한 칼을 뽑아들고 있느냐고요. 어린왕자가 워낙 선하게 생겼고, 귀여우니까, 예쁘니까 그냥 넘어가는 것이지요. 잘 보면 그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요. 누군가와 싸우려는 모습 같잖아요.



그뿐인가요. 망토를 봐요. 초록색에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고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그 옷이 마치 군복색을 닮았어요. 어께에 달린 별은 어떻고요. 예쁘긴 하죠. 그럼에도 그 예쁜 별에서도 쓸쓸함이 배어나와요. 마치 군인들이 차는 견장 같으니까요. 그뿐인가요. 장화는 어떻고요. 군화를 닮았어요. 마음이 아려와요. 저 그림, 어린왕자의 모습은 너무 슬퍼요. 저렇에 어린왕자가 전쟁터에 나가기라도 할 듯한 모습의 옷을 입고 견장을 차고 군화를 신고 게다가 칼까지 들고 있으니까요.



왜일까요?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그림을 그릴 때 생텍쥐페리는 미국에 망명 중이었어요. 그의 조국은 독일의 점령 하에 있었고요. 비록 혼자의 힘은 약하지만, 어린왕자처럼 약하지만 당장이라도 미운 독일군을 몰아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 의도였든 무의식이었든 생텍쥐페리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린왕자의 손엔 이미 칼이 들려 있었지 뭐에요. 게다가 견장을 달고 예쁘고 귀여운 빨간 구두 대신 군화 비슷한 장화를 신기고 말았지요. 예쁜 모습으로 둔갑하긴 했지만 견장까지 달고요. 정말 명령 없이도 출격할 수 있다면 생텍쥐페리는 비행기를 몰고 그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을지도 몰라요.



생텍쥐페리는 그만큼 조국을 사랑했어요. 말로만 사랑하는 정치인이 아니었어요. 어떤 쪽이 유리한지 기웃거리는 약삭빠른 그런 사람도 아니었어요. 그는 아주 순수하고 우직하고 그냥 솔직담백하게 조국을 사랑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언론에 호소하고요. 방송에 나가서 연합군이 참전할 것을 호소하고요. 군용기를 몰 연령이 이미 지난 터라 자격이 없었음에도 사정사정해서 정찰기를 몰고 나갔을 정도로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 애절한 마음, 조국을 사랑하는 그 쓰라린 마음이 어린왕자의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겼잖아요. 그래도 어린왕자가 마냥 예쁜 그림이란 말인가요.



다시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새날이에요. 이 아침에 생각을 해보자고요. 우리나라를 말이에요. 나라 사랑한다 말들은 잘 하는데 그 속내를 알고 나면 그저 말뿐인 사람들, 저만 옳다고 외쳐대는 정치하는 이들, 사회지도자들 보라고요. 왜 아 아침엔 어린왕자의 모습과 그들의 얼굴이 겹쳐지네요.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 아려요. 어린왕자처럼 말없이 나라를 사랑하는, 아니 생텍쥐페리처럼 말보다 행동으로 나라 사랑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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