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38회 - " 사람들 사이의 행복한 시간 "

영광도서 0 1,246
일정한 공간에 나무들, 풀들, 여러 생물들이 모여서 숲을 이룹니다. 거기엔 서로 질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습성이 다른 것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냥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리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모를 만큼 아름답게 모여 있습니다. 그런 숲을 보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기분이 한껏 부풉니다. 자연스럽게 세상에 찌든 마음도, 멍든 마음도 치유됩니다. 왜냐하면 숲은 이질적이건 동질적이건, 사물들이건 생물들이건, 다양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보면서 자신을 거기에 비추니 자연치유가 되는 것이지요.

조화는 아릅답습니다. 아름다운 것들만이 모여 있으면 오히려 아릅답지 않습니다. 오목조목한 것들, 울퉁불퉁한 것들, 매끈한 것들, 추한 것들, 아름다운 것들, 딱딱한 것들, 부드러운 것들, 이렇게 아주 다양한 것들이 조화롭게 모여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만 모인 것들보다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우리 삶에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개인의 삶에 녹아 있는 다양한 것들, 잡다한 다양한 생각들도 조화를 이루면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비관할 필요 없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룬 것이 우리들 자신이니까요.

원형극장에 모모가 머물 거처를 만들어 주려고 어른들이 모입니다. 각자 재능을 보탭니다. 미장이가 난로를 만들고, 거기에 녹슨 연통을 답니다. 목수 할아버지가 널빤지로 조그만 책상과 의자 두 개를 만듭니다. 부인들이 이러 저러한 침구들을 가져 옵니다. 마무리로 미장이가 벽에다 그림을 그려서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거주공간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기부하자, 그 재능들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공간이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는 이처럼 아릅답습니다. 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화가 깨지면 추할 대로 추해지고 어지러울 대로 어지럽습니다. 그러므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어른들의 역할이 끝나면 아이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모모를 위해 마을 아이들이 먹거리를 가져옵니다. 그들이 일부러 남긴 음식입니다. 조금 남겨서 보태는 겁니다. 어떤 아이는 치즈 한 조각을, 어떤 아이는 빵 조각을, 어떤 아이는 과일을 챙겨옵니다. 십시일반의 조화의 힘은 이처럼 큽니다. 혼자의 힘은 약하나 여럿이 조화를 이룬 힘은 강합니다. 아무리 큰 힘이라도 홀로 있으면 결코 크지 않습니다. 비록 작은 힘들이지만 그 힘들이 모이면 그 어떤 힘보다 강합니다. 홀로, 홀로 있으면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그 자체가 조화입. 그러니까 조화의 힘, 십시일반의 힘은 강합니다.

재능을 각자 보태려고 모여든 어른들, 먹던 음식을 조금씩 남겨 온 아이들, 그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엽니다. 화려하지 않으나 소박한, 이기적이지 않고 순수한, 그들의 파티는 그 어떤 파티보다 아름답습니다. 그 안엔 물질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정이 담겨 있어서입니다. 그야말로 소박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만이 그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은 이런 사람들, 행복을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행복한 척하는 사람들을 행복은 오히려 외면합니다. 행복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뭔가를 주고 싶어하는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들의 마음 속에 이미 살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화려하지는 않지만, 티를 낼만한 것은 아니지만, 가진 대로 내어 놓아 누군가를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의 가슴 속에 둥지를 틉니다. 행복한 시간이란 이러한 나눔의 시간입니다. 소박하게 물건을 나눌 때, 자신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갈라서 나눌 때,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때 행복은 이미 그 사람들 사이를 메우고 있습니다. 사람을 벗어나서 얻는 행복은 일시적입니다. 결국 오래 행복을 얻으려면 사람들 사이에서 얻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 사이를 아름답게 메우는 조화, 거기에 진정한 행복이 있습니다. 그 나눔의 순간들, 조금만 나누고 양보하면 그 시간이 행복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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