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41회 - " 마음을 다잡을 시간 "

영광도서 0 1,301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일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고약한 일도,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일도 시간이 가면 어떻게든 그 일은 끝납니다. 성서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시간의 흐름을 기다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해결되기 까지 참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필요합니다. 무슨 문제이든 차일피일 미루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속 터지게 하는 일입니다. 미움 받을 짓입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때로는 기다림이 필요한 일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당겨서 고민하는 일들 말입니다.

또한 저절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도 조금은 기다림이 필요한 일, 아니 기다리면 좋은 일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소한 싸움들입니다. 그 싸움들은 대부분 사소한 오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오해라기보다는 상대의 잘못으로, 상대의 결례로, 상대의 무지때문으로 이미 결론을 내려놓습니다. 그러니 그 싸움은 잦아들기보다는 감정만 악화될 뿐입니다. 그럴 땐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서 생각을 다잡아 보면 그 싸움의 원인은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설령 자신은 잘못이 없다 해도 어느 정도 자신의 잘못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풀어 오른 감정이 잦아들 시간, 들뜬 마음이 가라앉을 시간, 이성을 잃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기다려야 합니다. 누군가와 분쟁이 일 조짐이 있다면 그 싸움을 벌이기 전에 기다려야 합니다. 그 솟구치는 감정을 잠재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리고 상대를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 전혀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로 삼아서 감정 상해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그쯤되면, 오해가 풀렸다면 더는 시간을 기다려선 안됩니다. 그 정도까지가 효율적인 시간입니다. 그 이상의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건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다.

시간의 여유, 그 여유를 즐기려면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과 일에 착수할 시간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만 그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간을 아낄 때와 시간을 쓸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쓴 시간들은 어떻게 썼든 후회할 일은 아닙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썼든 의미 있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의미부여를 하면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무엇이든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면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서로 싸움이 일어날 때 잠시 시간을 흘려보내는 시간, 그건 참 잘 보낸 좋은 시간이에요. 아주 생산적인 시간이에요.

싸움으로 분쟁으로 보낼 더 많은 시간에 비하면, 거기에 낭비될 정력을 생각하면, 거기에서 발생할 스트레스에 비하면, 잠시 쉬면서 자기 정리를 하는 건 아주 잘 보내는 시간입니다. 자! 그러니까 훅 누군가 때문에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해 조용히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갖자고요. 그러면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은 아름다운 시간, 즐거운 시간, 의미 있는 시간, 가치 있는 시간일 거예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시간에 내몰려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어요. 시간에게 끌려가다간 한없이 끌려갈 테니, 일단 지금은 쉬자고요. 쉬어야 할 시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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