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48회 - " 나를 알고 너를 알아야 할 시간 "

영광도서 0 1,563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습니다. 서로 닮은 사람끼리 잘 어울려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서로의 행동양식이 유사하다는 말로 그 의미를 축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스타일, 이를테면 말하는 방식, 특이한 습관 등이 유사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유사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상이하더라도 속으로 통하면 그들은 유유상종입니다. 두 사람이 모두 말이 많다면 그들은 친하게 지낼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성격이 급하거나 두 사람이 모두 느려터져도 서로 친할 수 없습니다.

성격 급한 사람과 성격 느린 사람, 참을성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엔 자칫 분쟁의 소지가 있지만, 잘만 하면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정이나 사랑은 그런 것들이 잘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합니다.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과 말믈 잘 들어주는 사람의 조화는 이상적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말을 많이 한다면 그들은 잘 지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말을 잘 안하는 사람들은 서로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감추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 사람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한 사람은 들어주기 좋아하는 사람, 이 조합이 아주 좋은 관계입니다. 서로 기다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는 한에서 입니다.

베포는 말이 거의 없는 사람, 기롤라모는 말이 많은 사람, 모모는 빙그레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세 사람은 서로 좋은 친구입니다. 베포는 오직 정직하게 살아가면서 말을 하더라도 꼭 쓸 말만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 내면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반면 기롤라모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자기 외부에 있는 이야기들을 그럴 듯하게 꾸며서 이야기합니다. 한 사람은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고 한 사람은 돈으로 행복을 얻으려 합니다. 그렇게 서로 가치관이 다름에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적어도 시간관념이 별로 없을 때까지는 말입니다.

기롤라모는 꾸며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서 그 대가를 받습니다. 그의 직업은 관광안내원이니까요. 그 꾸며낸 이야기란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에 교훈을 줄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는 그렇게 하여 부자를 꿈꿉니다. 그럼에도 정당하게 부자가 되려 합니다. "그건 재주라고 할 수 없어. 부자가 되려면 재주가 있어야지. 모모, 약간의 편안함을 얻기 위해 인생과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 보렴! 아니, 난 그렇게는 안하겠어. 커피 한 잔 값 치를 돈이 없다 해도 나는 나인 거야!" 그는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그들은 서로 좋은 우정을 맺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기적인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고, 자기 철학을 가질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을 점검한다는 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그 자기점검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서로 각박해지기 시작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척합니다. 그때부터 서로 자신을 지키려 듭니다. 그러니까 점점 이기적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서 자기 욕심만 부리고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이지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생각도 못합니다. 거기에 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때문에 세상 모든 일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자기를 돌아볼 여유, 남을 돌아볼 여유, 서로가 조화를 이룰 여유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또 그렇게 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를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합니다.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럴 수 있는 시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정을 얻을 수 있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여유만 있다면 서로 상반되는 성격이어도, 서로 취향이 달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 여유로움 속에 우정도 살아나고 사랑도 살아납니다. 그 여유가 없어지면서 우정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여유를 찾아야 합니다. 내면의 여유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역으로 왜 우리는 점점 여유를 잃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다음엔 그걸 알아보자고요. 그걸 알아야 다시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고 우정도 사랑도 회복하거나 새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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