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49회 - " 시간관념과 인간관계 "

영광도서 0 1,706
유한자로 살아야 하는 인간, 확실한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하여 가끔은 허무를 느끼는 인간, 시간을 멈추지 못하여 그저 흘려 보내며 때로는 쓸쓸홤을 느끼는 인간, 우리 끼리는 때로 강한 척하고, 잘난 척하지만 운명의 약자로 살아야 하는 인간인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는 그저 혈육의 정, 우정, 애정, 이러한 3정에 있습니다. 이 3가지 정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이어진다면 세상은 살만하고 즐겁습니다. 허망함을 잊고, 우울함을 잊고 나름 신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 모두를 누릴 수는 없더라도 그 중 하나라도 잘 유지하면 그런 대로 살만합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디.

모모, 베포, 기롤라모, 서로 다른 세 사람이 좋은 우정을 유지합니다. 서로 만나면 좋습니다.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어제까지고 이렇게만 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방해세력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간관념입니다. 지금처럼 시간을 받아들이면 하등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 시간의 관념이 변하는 순간 관계는 아주 달라질 겁니다. 그 전에 우리는 그런 문제를 예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배워야 합니다. 시간관념에 대하여 말입니다.

혈육의 정에 금이 갑니다. 서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오히려 더 금이 잘 갑니다. 돈 문제로,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가까운 마큼 바라는 게 많아서 금이 갑니다. 우정에 금이 갑니다. 신뢰의 문제로, 약속의 문제로, 사소한 도움을 받았다가 금이 갑니다. 애정에 금이 갑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았는데, 세상에 완전한 것이란 없으니 금이 갑니다. 이렇게 우리 삶의 중요한 정들이 금이 가는 걸 보면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유를 잃어서 그렇습니다. 남을 이해할 시간, 그걸 알아차릴 시간, 남을 돌아볼 시간이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바쁩니다. 아주 바쁩니다.

왜 시간이 없을까요? 실제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주어집니다. 똑같이 흐릅니다. 그럼에도 그 느낌에 개인 차가 있는 건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문제이지 물리적 여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여유, 그것이 중요합니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대부분의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는 자연 해결됩니다. 다만 서로 이해할 여유, 서로를 배려할 여유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됩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하면서도 그렇게 안 됩니다.

가치의 문제입니다. 삶의 가치를 성공이나 부, 명예, 권력에 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목표지향적으로 살려니까, 남보다 많기 가지려니까, 남보다 빨리 얻으려니까, 시간이 부족합니다. 모든 것을 보이는 것의가치로 따지니까 여유가 없습니다. 그 시간을 돈으로, 성공으로 권력으로 환산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소중하다 여깁니다. 때문에 무엇을 하든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잽니다. 그러니까 관계에 금이 가는 겁니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니까 모든 만남들이 싸늘해집니다. 여러 번 만나던 것을 줄이고 줄여 한 번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다 만나니 그저 겉도는 말만 하고 맙니다.

마음을 담은 말은 나누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만나도 만난 게 아닙니다. 관계도 관계가 아닙니다. 말로만 혈육의 정이요, 말로만 우정이요, 말로만 애정입니다. 반면 속내는 다른 데에 가 있습니다. 그런 겉도는 관계로 세상은 냉냉하게 식어갑니다. 그럴수록 세상 살맛 안 납니다. 세상은 점점 더 부추깁니다. 바쁘게 살아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부추깁니다. 하지만 시간 절약의 기준도, 시간 낭비의 기준도 정해진 건 아닙니다. 그건 각자 어떤 가치를 시간에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제쳐두고 시간의 강박관념가지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그 때문에 남들을 의식합니다. 남들처럼 그렇게 살지 않으면 당장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나의 미래는 당장 큰일 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공자의 삶을 따라합니다. 그걸 따라하디 보니 마음이 무척 분주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기주도적 삶인 듯 하고, 자기 결정에 따른 생활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세상이 바라는 틀에 맞춰 살다보니 자기 삶을 살지 못합니다. 자기가 아닌 타인의 삶, 자율이 아닌 타율의 삶, 그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차분히 마음을 갖고 사람가 사람 사이의 정이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걸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그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이 살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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