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52회 - " 비밀 아닌 비밀 "

영광도서 0 1,439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요즘 K팝스타 경연이 인기 절정입니다. 경연 참가곡이 즉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해요.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입니다. 그 노래는 시간을 잘 노래하고 있어요. 심리적인 시간을 담고 있어요.


너와 손을 잡고 걸어갈 때면 나는 항상 노랠 부르지

이상하게도 너와 있을 때면 시간이 도망 가 버리네

시간아 잠시 동안만 멈춰줄래 너는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천천히 가주겠니

어떻게 이럴 수 있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
너와 항상 있다간 할머니 되겠네...................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두 시간의 지배를 받습니다.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시간은 존재를 생장발육하게 하고, 늙게 하고 소멸하게 만듭니다. 아무런 소리도 없지만, 아무런 신호도 없지만 그저 그 어떤 바람보다 강하게,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게 존재에 영향을 미칩니다. 늘 일정한 속도로 조금도 흐트러짐 없습니다. 한 번도 고장난 적이 없고, 한 번도 멈춘 적도 없습니다. 냉혹하리만큼 아주 철저하게 조금의 오차도 없이 흘러갑니다. 그 철저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뭔가를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그래서 시간을 재고, 시간을 따라갑니다.


계기적인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잽니다. 크게 나누고, 다시 작게 나눕니다. 그리고 더 작게 나눕니다. 역으로 초를 합쳐 분으로, 분을 모아 시간으로, 시간을 합쳐 하루로, 그 날들을 합쳐 1년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곤 거기에 걸맞는 시계를 만들고 달력을 만들어 시간을 잽니다. 그렇게 시간을 재는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의 지시에 따르려 노력합니다. 알게 모르게 계기적인 시간의 노예로 삽니다. 그러다 보니 그 냉혹한 시간처럼 우리 삶 자체도 각박해지고 냉혹해지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어찌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을 막을 둑도 없고 시간을 잡을 그물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 시간 속에 덜 시갈리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리하여 좀 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여지 없습니다. 겉으로는 시간을 멈춘 듯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지만, 단지 지금이 내가 가장 젊은 때라는 것, 지금이 가장 경험이 풍부한 때라는 것 외에는 어떤 위로도 없습니다. 그 시간을 재는 도구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세월은 고장도 없네'란 노래처럼 시간은 그저 흘러갑니다. 잠시 잠깐의 은총도 없이 냉정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시간의 자비를 바라느니보다는 시간은 흐르도록 인정하고 그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원망할 게 아니라, 아숴할 게 아니라 그 시간의 흐름을 즐기란 겁니다. 지나치게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떻게요?

시간을 재는 도구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그 도구만 쳐다보며 그 노예로 살 것이 아니라 그저 느끼란 겁니다. 이를테면 계기적 시간을 사랑하지 말고 심리적 시간을 사랑하란 의미입니다. 그러면 한 시간은 내 마음에 따라 한없이 지속되는 아주 지루한 영겁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기쁜 한 순간의 찰나처럼 아주 빨리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시간들은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핳 겁니다.

현대사회는 점점 시간을 재기를 요구합니다. 도구적인 시간을 쳐다보기를, 그 시간에 맞춰 살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요구에 따르면 점점 바빠지고 행복할 시간, 즐길 시간,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그저 정신 없이 살다가 맙니다. 무엇을 누리기는커녕 그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심리적인 시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누릴 건 누리고, 즐길 건 즐기고, 그 시간에 할 건 하면서 사는 겁니다. 시간을 거스르려고도 말고, 시간과 사싸우려고도 말고 시간과 화해하며 그 시간을 즐기는겁니다. 그래요. 가끔 시간을 잊고 살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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