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854회 - " 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 보람 있는 시간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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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1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에 교보문고 광화문 점에서 새책 <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을 대상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날씨가 몹시 추워 독자들이 영 안 오면 어쩌나 염려도 살짝 했습니다. 우려한 대로 오겠다고 약속한 팀에서는 3분의 1도 채 오지 않았더군요. 그 대신에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찾아주신 이들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이들도 오셨습니다.
사람이 나이들어가면서 순수를 잃어가는데, 연세 지긋한 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순수를 잃어가다가 노년이 되면 다시 순수를 되찾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이제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생기니까 보다 순수해지겠지요. 노년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자리가 얼추 차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었습니다.
춥고 먼 길 오셨으나 강의를 득고, 사인을 받으며 오길 참 잘했다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기뻤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쑥스러웠지만 모델도 해드리긴 했습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느라고 하긴 했으나 충분치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모대학 학생이 메일로 요청한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올립니다.
ㄱ. 어린왕자가 한국에 정식 출판된 이후, 다른 프랑스 소설과 다르게 대중적 인기를 얻은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학생들의 입장은 ‘ 초중고 필독도서여서 읽었지만 어린왕자 왜 인기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동화라기엔 판타지적이여서 흥미롭지만 살짝 어렵다’ ‘ 그냥 일러스트가 기억에 남는다’ 등 이 보편적이었습니다. )
일반학생들의 입장처럼 우선 일러스트의 친근함이 그 장점일 겁니다. 왠지 모르게 귀엽기도 하고 우수에 차 있기도 하지요.
다음으로 일단 1차적인 내용, 이를테면 피상적인 내용이 쉽다는 점일 겁니다. 어려운 문장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얼핏 보면 아동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이토록 오래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겠지요.
따라서 무엇보다 어린왕자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피상적인 글보다 그 글이란 형식 뒤에 숨은 많은 이야기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ㄴ. 어린왕자가 문화or문학적 가치로써 전문가의 시선에서 어떤 점이 우수하다고 보시는지요.?
위에 질문과 연결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장은 쉽지만 이면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상징이라고 부릅니다. 비유가 표층의 이미지와 심층 이미지가 1:1의 관계인 데 반해, 상징은 1: 다의 관계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누가 읽느냐,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독자의 몫이 그만큼 많이 여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은 쉽다,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매력 있는 작품, 파내면 팔 것이 많은 작품, 의미 부여를 하면 할수록 의미가 많은 작품이란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그런 심층적인 것 외에 직접 그린 이미지들이 잘 어울리고,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친근한 점이라고 봅니다.
ㄷ. 전문가로서 어린왕자의 이러한 면은 꼭 대중이 놓치지 않고 알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점이지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했거든요. 어린왕자가 장미를 떠난 것도 사실은 그 중요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였고, 그 자신 아내와 별거생활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요. 이를테면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편견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본질을 볼 수 없고요. 지식의 눈, 옷의 눈, 직업의 눈 등으로만 상대를 보려고 하니까 상대의 본질을, 상대의 말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 것이 앞에서부터 나오지요.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 양이 들어 있는 상자, 옷을 입은 천문학자, 그리고 여섯 별의 직업들. 그 모든 것을 벗겨내야 본질이 보이고, 상대의 겉말을 걷어내야 진실이 보이겠지요. 그러니까 상대를 볼 때 조금 더 길들여서 그 진심을 보자는 것이지요. 한눈에 알아보려 말고요. 인내가 필요하지요. 이런 저런 약속, 그리고 의례가 필요하지요.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이 진실이니까요.
ㄹ. 한국에서 어린왕자를 뛰어넘은 또 다른 프랑스 동화적 작품은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혹 출판계에서는 어린왕자와 대등하다 할 정도의 현재 한국에서 떠오르는 프랑스 문학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프랑스 문학은 좀 모호한 것을 즐깁니다. 생각하는 독자를 선호한다는 말이겠지요. 좋은 프랑스 문학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왕자와 비교할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럴만한 작가의 상황도 필요할 테니까 어렵겠지요. 죽음을 넘나드는 비행, 사막에서의 극단적인 체험, 그런 상황이 그를 아주 깊은 성찰의 세계로 인도했으니까요.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작가를 둘러싼 환경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어제 저녁에 교보문고 광화문 점에서 새책 <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을 대상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날씨가 몹시 추워 독자들이 영 안 오면 어쩌나 염려도 살짝 했습니다. 우려한 대로 오겠다고 약속한 팀에서는 3분의 1도 채 오지 않았더군요. 그 대신에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찾아주신 이들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이들도 오셨습니다.
사람이 나이들어가면서 순수를 잃어가는데, 연세 지긋한 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순수를 잃어가다가 노년이 되면 다시 순수를 되찾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이제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생기니까 보다 순수해지겠지요. 노년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자리가 얼추 차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었습니다.
춥고 먼 길 오셨으나 강의를 득고, 사인을 받으며 오길 참 잘했다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기뻤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쑥스러웠지만 모델도 해드리긴 했습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느라고 하긴 했으나 충분치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모대학 학생이 메일로 요청한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올립니다.
ㄱ. 어린왕자가 한국에 정식 출판된 이후, 다른 프랑스 소설과 다르게 대중적 인기를 얻은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학생들의 입장은 ‘ 초중고 필독도서여서 읽었지만 어린왕자 왜 인기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동화라기엔 판타지적이여서 흥미롭지만 살짝 어렵다’ ‘ 그냥 일러스트가 기억에 남는다’ 등 이 보편적이었습니다. )
일반학생들의 입장처럼 우선 일러스트의 친근함이 그 장점일 겁니다. 왠지 모르게 귀엽기도 하고 우수에 차 있기도 하지요.
다음으로 일단 1차적인 내용, 이를테면 피상적인 내용이 쉽다는 점일 겁니다. 어려운 문장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얼핏 보면 아동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이토록 오래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겠지요.
따라서 무엇보다 어린왕자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피상적인 글보다 그 글이란 형식 뒤에 숨은 많은 이야기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ㄴ. 어린왕자가 문화or문학적 가치로써 전문가의 시선에서 어떤 점이 우수하다고 보시는지요.?
위에 질문과 연결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장은 쉽지만 이면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상징이라고 부릅니다. 비유가 표층의 이미지와 심층 이미지가 1:1의 관계인 데 반해, 상징은 1: 다의 관계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누가 읽느냐,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독자의 몫이 그만큼 많이 여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은 쉽다,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매력 있는 작품, 파내면 팔 것이 많은 작품, 의미 부여를 하면 할수록 의미가 많은 작품이란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그런 심층적인 것 외에 직접 그린 이미지들이 잘 어울리고,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친근한 점이라고 봅니다.
ㄷ. 전문가로서 어린왕자의 이러한 면은 꼭 대중이 놓치지 않고 알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점이지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했거든요. 어린왕자가 장미를 떠난 것도 사실은 그 중요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였고, 그 자신 아내와 별거생활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요. 이를테면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편견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본질을 볼 수 없고요. 지식의 눈, 옷의 눈, 직업의 눈 등으로만 상대를 보려고 하니까 상대의 본질을, 상대의 말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 것이 앞에서부터 나오지요.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 양이 들어 있는 상자, 옷을 입은 천문학자, 그리고 여섯 별의 직업들. 그 모든 것을 벗겨내야 본질이 보이고, 상대의 겉말을 걷어내야 진실이 보이겠지요. 그러니까 상대를 볼 때 조금 더 길들여서 그 진심을 보자는 것이지요. 한눈에 알아보려 말고요. 인내가 필요하지요. 이런 저런 약속, 그리고 의례가 필요하지요.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이 진실이니까요.
ㄹ. 한국에서 어린왕자를 뛰어넘은 또 다른 프랑스 동화적 작품은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혹 출판계에서는 어린왕자와 대등하다 할 정도의 현재 한국에서 떠오르는 프랑스 문학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프랑스 문학은 좀 모호한 것을 즐깁니다. 생각하는 독자를 선호한다는 말이겠지요. 좋은 프랑스 문학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왕자와 비교할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럴만한 작가의 상황도 필요할 테니까 어렵겠지요. 죽음을 넘나드는 비행, 사막에서의 극단적인 체험, 그런 상황이 그를 아주 깊은 성찰의 세계로 인도했으니까요.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작가를 둘러싼 환경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