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61회 - " 삶의 손목에 어떤 시계를 찰까? "

영광도서 0 1,243
"시계만 갖고는 아무 소용이 없어. 시계를 볼 줄도 알아야지."

회색신사들은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시간절약 하는 법을 잘 가르칩니다. 그들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하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다른 사람보다 앞서거나 최소한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돈 벌 때 나도 그들처럼 돈 벌 것 같습니다. 남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세상을 보다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맞습니다.

문제는 한 다리를 길게 하면 한 다리는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회색신사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적어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처럼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다가 그들에게 뒤처질 것 같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불안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가치의 문제입니다.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 하는 것이지요. 회색신사들 말하는 시간을 절약하는 방식은 실제로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더 시간을 투자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들 방식은 물질적 가치에 우선을 두고 거기에 시간을 쓰라는 것입니다. 정신적인 일, 이를테면 노모에게 쓰던 시간을 줄이고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더 쓰라는 것, 애인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 성공을 위한 노력에 시간을 쓰라는 것입니다. 물질적 부를 창출하거나,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일에 시간을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물질적으로는 효율적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삶입니다. 그러면 그게 진정 성공적인 시간관리냐고요? 단지 시대의 기준에 맞추어 시간을 쓰는 일입니다. 결국 그것은 이쪽 기둥을 빼서 저쪽 기둥을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에 가치를 더 두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풍요를 이룰 수는 있습니다. 그 관점에서는 회색신사들의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행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알 수 없는 초조와 불안감이 몰려듭니다. 이상합니다. 전에 비해 훨씬 돈도 잘 버는데, 전에보다 진급도 빨리 했는데, 전보다 넉넉한 생활을 하는데 초조합니다. 불안합니다. 뭔가 허전합니다. 뭔가 잃은 것 같습니다.

시간을 절약한다고 했는데 더 바쁩니다. 그래요. 그렇게 애써 시간을 절약하며 산 일이 행복하고자, 여유롭게 살고자 한 것인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을 볼 줄 몰랐습니다. 시계는 있으나 시간을 볼 줄 몰랐습니다. 여기에서 시계바늘을 돌리는 동안 저쪽에 남겨둔 시계바늘도 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기에 시간을 남겨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그쪽 시간을 여기에 쓰고 있었을 뿐입니다. 여기에 더 시간을 투자했던 겁니다. 단지 여기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가치가 있다고, 효율적이라고, 심지어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하면 할수록 행복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행했습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정서적인 삶을 무시하는 것, 사람의 도리를 우선하지 않는 것이 불행의 씨앗임을 망각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밥만 잘 먹으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성공만 하면 잘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사회적인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사람은 진정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정서적인 안정, 사람의 도리를 잘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어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어야 합니다. 사람은 밥만 먹으며, 부를 즐기며, 지위에 우쭐하며 만족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해 하며, 사람다운 정서 속에서 평안을 얻고, 분위기를 즐기면서 행복해 하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당신 삶의 시계를 잘 선택하고, 삶의 시계를 잘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 당신의 삶의 손목에 찰 수 있는 시계는 두 가지입니다. 물질적 기준의 시계를 찰지, 정서적 시계를 찰지 골라야 합니다. 그것은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 그 선택이 곧 당신의 삶입니다. 시계만 갖고 있어도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면 그건 소용 없습니다. 시계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 더 시간을 우선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그 시간만큼 저쪽 시간은 비어가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일에 시간을 쓰는 동안 정서적 시간도 함께 줄어듭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 비어갈 시간을 생각하며 어디에 시간을 쓸지를 생각하며, 그 시간에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간 분배를 다시 해야 합니다. 당신은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당연히 그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의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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