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89회 - " 내면을 다듬을 시간 "

영광도서 0 1,414
지금 마음에 무엇을 심고 있나요?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무엇이든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싹을 얻으려면 씨앗이 흙속에 묻혀서 썩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열매를 얻으려면 꽃이 피었다 진 자리가 아물면서 열매가 맺힐 시간, 벌이나 나비가 꽃과 꽃 사이를 왕래하면서 수술과 암술이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그것을 나르면서 묻힐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신뢰가 쌓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서둘러서 어떤 결과를 얻으려 한다면, 늘 시행착오를 피하지 못합니다. 될 일도 망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아름다운 언어가 탄생하려면 우리가 받아들인 정보, 이를테면 우리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그러한 것들이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무르익은 정보들이 꽃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비단결처럼 세련된 언어로, 어린아이의 살결처럼 보드라운 언어로 바뀌어, 다양한 색깔의 꽃들처럼 아름다운 시가 되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고, 아름다운 예술이 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정보들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다면, 여유를 가지고 잘 다듬을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 안에 있는 생각들이 아름다운 언어로 꿈틀거리다가 드디어 깨어나 세상의 그 무엇과 만나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 냅니다.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사이에 모모의 마음 속에서는 낱말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꽃들의 향기와 아직 본 적 없는 색깔을 표현하는 낱말들이라니! 모모의 기억 속에 있는 음성들이 지금 이 낱말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에서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모모는 기억 속에서 단지 보고 들었던 것뿐 아니라 더욱 많은 것, 점점 더 많은 것을 발견합니다. 시간의 꽃에 대한 수천 가지 영상이, 마르지 않는 마법의 샘의 물처럼 쉬지 않고 떠오릅니다."

아! 시간, 흐르는 시간, 그저 흘려 보내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그 흐름의 시간이란 우리 속에서 위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위대한 혁명을 꿈꿉니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 하나 심고 적당히 무르익을 시간을 보내면 거기 잘 익은 사랑 하나 솟아납니다. 사랑에도 우정에도 그게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못 참고 서두르다 사랑을 우정을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답니다. 그저 생각 없이 살지만 말고 생각하며, 사색하며 살되 서두르지 말 일입니다. 생각하며 사색하며 산다면 그저 흘러가는 시간은 없습니다. 그 모든 시간은 생산적인 시간입니다. 맥놓고 무기력하게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면.

"새로운 꽃마다 새로운 낱말이 울려나왔습니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모모는 벌써 낱말들을 따라 발음하고, 심지어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낱말들은 신비스럽고 놀라운 일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모모는 그 말을 따라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기, 생각하는 사람, 사색하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 그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안에 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정보들은 내면에 들어가 늘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합니다. 밖으로 나올 때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그 무엇, 내면에 있는 언어와 어울릴 쌍을 찾아 하나의 의미로 연결되어서 밖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하나의 쌍을 이루어 아름다운 언어로 탄생하는 것, 그게 비유요, 시요, 예술입니다. 그러면 밖에 있는 대상은 아름다운 묘사의 언어로 빛을 발하고, 내면에 언어는 그 의미가 되어 생각할 줄 아는, 사색할 줄 아는, 성찰할 줄 아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는 아름다운 예술로 빛을 발합니다.

시간, 그것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의 편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마음에서 꿈틀거리는 언어들이 곱게 다듬어지게 합니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 당신이 곧 시인이요, 예술가입니다. 기다림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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