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92회 - " 지금, 천 년을 살 것처럼 사는 여유의 시간 "

영광도서 0 1,351
일을 하던 사람이 일을 잃으면 한동안 멍한 상태에 빠집니다. 박수를 먹고 살던 연예인은 더 이상 박수 소리가 사라지면 완전히 페닉상태에 빠집니디. 이처럼 사람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애를 쓰면서, 그 무엇을 얻고 싶어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능력이 안 되면 한 번은 괜찮겠지, 그 마음으로 편법을 쓰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합니다. 살짝 무늬만 바꾸어 요령껏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서 순간을 모면합니다. 때로 운이 좋으면 제법 오래 그런 대로 자신의 능력을 포장하며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을 그렇게 모면할 수는 있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런 대로 만족할 수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그것이 언제 끝날까, 언제 들통날까 안절부절 못합니다. 초조합니다. 불안합니다. 대중과 함께 있을 때, 여럿이 있을 때는 잊고 있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양심이란, 자가진단이란 혼자 있을 때 활발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기 파괴를 하기도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조급증 때문입니다. 뭔가를 빨리 성취하려는 욕심이 그렇게 바쁘게 몰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따지고 시간의 노예로 삽니다. 남과의 비교 때문입니다. 남은 잘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강박관념으로 슬쩍 자기 실력이 아닌 사이비 실력을 차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조급할 것도 아니요, 남과 자신을 굳이 비교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살아 가는 동안 하고 싶은 일 다하고 살 수 없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 다 이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적당히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내려 놓을 것 내려 놓고, 비울 만큼 비우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급을 다투지 않고 시간의 주인으로 여유를 찾으며 살 수 있습니

"사람들은 기기에게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엄청난 속도에 얼이 빠진 기기는 모모에게만 들려 준 이야기를 정신 없이 차례차레 털어 놓았다. 드디어 마지막 하나 남은 이야기마저 털어 놓자, 그는 불현듯 자기가 고갈되고 텅 비어 버려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꾸며 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칫하면 성공를 놓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기기는 이미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등장 인물 이름만 살짝 바꾸고, 조금 손질을 해서 다시 들려주기 시작했다. 하여튼 이로 인해 수요가 감소되지는 않았다. 기기는 물에 빠진 사람이 나무토막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이제 그는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항상 꿈꾸던 것이 아닌가?"

임시변통으로 넘기는 일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잔머리로 때운 것은 곧 펑크가 나고 맙니다. 비록 내일 세계가 종말일지라도 급히 서두를 건 아닙니다. 하루를 살아도 천 년을 사는 마음으로 살 것이요, 천 년을 살아도 단 하루를 살 것처럼 완급을 조절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 비결은 당장의 변칙적인 성공, 기초 없는 성공, 준비 없는 성공, 편법의 성공을 지양하고, 기초 든든한 성공, 차근차근 챙겨가는 성공, 자기 소진 이전에 자기 충전을 우선 하는 성공을 지향해야 합니다.

비록 지금 남보다 느리더라도, 남이 얻는 기회를 나는 못 얻을지라도, 천 년을 살 것처럼 느긋하게 자신을 단단히 하며, 자신의 능력의 뿌리를 깊게 내리면 그것이 나중엔 남보다 더 빠른 길입니다. 남보다 더 오래 버티는 맷집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늦는다고 패자가 아닙니다. 패자는 지금 서둘러서, 원칙 없는, 준비 없는, 기초 없는, 그저 허세로 성공하는 자입니다. 지금은 좀 울어도 슬퍼도 괜찮습니다. 내일에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기충전을 우선 할 때입니다. 당신은 내일의 아름다운 승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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