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03회 - " 삶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이유 "

영광도서 0 1,447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야."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르다는 말은 분명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여기엔 상황논리를 덧입혀야 가능합니다.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산에 오르는데 한 사람은 서둘러 빨리 오릅니다. 한 사람은 천천히 걷습니다. 빨리 가던 사람이 초반에 너무 힘을 쓰는 바람에 올라가다 기진맥진하여 쉬고 있습니다. 반면 처음에 천천히 걷던 사람은 속도조절을 잘하여 그대로 꾸준히 올라갑니다. 결과는 당연히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처럼 천천히 쉬지 않고 걸은 사람이 더 빨리 올라갑니다. 이와 같은 전제가 있다면 자기능력에 맞게 천천히 걷는 사람이 느리지만 빨리 간다, 그가 자기능력 이상의 속도를 내다 지쳐서 더는 가지 못하는 사람보다 빠르다, 따라서 그런 전제조건에서는 느리게 갈수록 빠르다는 논리를 꿰어 맞출 수는 있습니다.

실제 우리 삶에서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 마라톤을 한다고 합시다. 준비운동 없이 서둘러 뛰다가, 처음엔 힘이 넘치니까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중도포기하는 일 많습니다. 때문에 마라톤에서는 마음은 급해도 자기능력에 맞는 속도로, 자기능력에 맞게 달려야 완주할 수 있습니다. 얼마간의 정해진 거리가 있다는 가정에서 완주하려면 그 거리에 맞는 적정 속도로 달려야 중도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이란 마라톤에서도 자기능력에 맞는 적정속도가 필요합니다. 서둘러서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서두르면 망치는 일도 있습니다. 일에 따른 적절한 속도조절의 지혜를 갖는 일, 그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입니다.

누구에게나 할 일이 있습니다. 각자에 따라 나름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 일들은 각자에 따라 각기 다른 일들이지만, 각 개인에에게는 모두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야 할 일들, 해야 할 일을 할 때, 자기능력에 맞게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리하면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매어 못 쓴다'는 속담처럼잇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초반엔 잘 나가는 것 같고, 잘 되는 것 같지만, 오래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장애에 부딪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세상 모든 일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듯 우리 삶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거북은 아까보다 더욱 느릿느릿 기어갔다. 전에도 그랬듯이 모모는 느리게 감으로써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발 밑의 거리가 스스로 미끄러져 나가는 것 같았다. 느리게 가면 느리게 갈수록 더욱 빨리 갈 수 있었다.

느릿느릿 갈수록 더욱 빨리 갈 수 있으며,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더욱 천천히 갈 뿐이라는 것은 하얀색 구역의 비밀이었다."

하얀색 구역의 비밀? 역으로 생각해 보자고요. 빨리 갈수록 좋은 것, 물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렇게 하여 빠른 사람만이 대우를 받습니다. 반면 빠를수록 좋은 일도 분명 있습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 나이는 천천히 들수록 좋습니다. 시간이 정해진 연인과의 만남이라면, 그때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갈수록 좋습니다. 느릴수록 성공적인 연애요, 느릴수록 청춘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 빨라야 한다는 생각을 고정시키지 말자고요. 삶의 속도조절, 그건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경제적이든 어떤 상황이든 여유를 부릴만한 조건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그런 조건은 잘 갖추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삶의 속도조절이 어렵다는 의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소중하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문제를 과감히 멈출 수 있는 용기, 그런 일들을 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가만히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것이 꼭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리판단을 잘하고, 그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만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여유, 그건 현명한 사람, 용기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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