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06회 - " 착각이 필요한 이유 "

영광도서 0 1,375
나르키소스, 그는 피상적으로 불쌍한 사람, 불행한 사람의 상징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미숙아로 취급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글르 불쌍하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행복이란 뭔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반증입니다. 반대로 앎이 부족한 사람은 불쌍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란 등식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더 배우려 애쓰는 것일 테지요. 그런 노력 덕분에 우리 인간은 이만큼 진보했고, 계속 진보하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정말 지식이 충만하면 더 행복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을 사는 우리는 옛사람들에 비해 많이 알고 있으니, 그들보다 훨씬 행복해야 할 텐데,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더 불행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불만은 더 많고, 부족한 건 더 많다고 야단입니다. "너는 아는 게 많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란 말이 있듯이,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욕망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자꾸 늘어갑니다. 그러니 점점 더 아는 만큼 불행을 느낍니다.

불행하다는, 행복하다는 것은 객관이 아닙니다. 조건도 아니고 상황도 아닙니다. 이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이느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행복하냐 불행하냐는 느낌입니다. 상황이 문제가 아니고 조건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느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게 중요합니다. 물론 그것도 조건이라고 하면 조건일 테지요. 그러니 나르키소스는 자신을 몰라서 불행한 겁니다. 자신을 남으로 착각했든,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빠졌든,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르키소스, 나는 참 잘생겼구나, 참 좋아라.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너는 어쩜 그렇게 잘 생겼니, 참 아름답구나. 그런 네가 여기 있다니 참 좋구나, 그렇게 나르키소스가 우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거기 머문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그 대상이 자신이든 남이든 바라보는 대상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다면, 게다가 그 아름다운 대상과 가까이 있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그 감정은 외부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나르키소스에게 불쌍하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불행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행복은 외부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부의 느낌이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신화는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더 이상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 몫은 우리의 몫입니다. 우물에 비친 대상, 그 대상은 다른 사람이라고 그는 느꼈을까, 아니면 자신의 아름다움에 그냥 취했을까,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어떻게 순간을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살면서 아름다운 생각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아름다운 대상을 바라보며 살 수만 있다면, 가까이에 그 대상과 함께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겁니다. 착각이든 미망이든 아름다운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대상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언제까지나 유지된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그렇게 살다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그 미망이, 그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까지 누린 행복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허망하겠지요. 그러니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말자고요. 생각이 꼬리를 물면 점점 더 불행한 게 인간의 조건이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며, 지금의 행복을 이어가자고요. 착각이든 미망이든 행복에 바져 살아보는 것이, 아예 복잡하게 생각하여 늘 우울하게 사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니까요. 내가 참 아름답다는 착각, 당신이 참 아름답다는 착각, 그 착각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나, 살아가는 동안에. 나르키소스처럼 단순하게 아름다운 생각만하다 아름다움으로 야위어서 아름다움에 뻐져 죽을 수 있다면......

-최복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