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07회 - " 나르키소스를 비추었던 호수 "

영광도서 0 1,454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의 첫 페이지를 나르키소스에 관한 짧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는 나르키소스의 결말을 달리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신화는 나르키소스를 샘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여 매일 그 샘에서 지내다가 나중엔 야위어 죽고 말았는데, 그가 죽은 자리에서 꽃 한 송이가 핑났으니, 그 꽃을 수선화라고 불렀다고 결말을 내립니다. 그런데 연금술사에서는 샘을 호수로 바꾸어 말하고 있는 것이 다소 의아합니다. 호수를 거울 이미지로 보기엔 잘 안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나르키소스가 호수에 빠져 죽습니다. 그러자 숲의 요정 오레이아스들이 호숫가로 옵니다. 그들은 호수가 쓰디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봅니다. 오레아스들이 호수에게 왜 울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호수는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숲의 요정들인 오레아스들은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만 사실 그대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라고 말하자 호수는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라고 되물었답니다.

"당신만큼 잘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놀란 요정들의 반문에 호수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습니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건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나르키소스, 오스카와일드는 자아성찰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그렸다면, 호수는 자아성찰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호수는 그 무엇이든 자기 안으로 받아들일 줄 압니다.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고 튼실하게 자기 영혼에 근육을 키워 건강한 삶을 삽니다. 외부 조건에일희일비하지 않는 겁니다. 하긴 삶이란 상황이나 조건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자기 삶의 자세가 중요하니까요.

호수는 나르키소스를 바라보며, 거기에 취해 있던 님프들과 달리, 그 해맑은 나르키소스의 눈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했습니다. 그의 삶의 자세는 훌륭했습니다. 세상을, 아니 타인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았으니까요. 그것이 진정한 자아를 찾는 좋은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그저 타인으로만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타인이 그릇된 행동을 해도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비난부터 합니다. 그 그릇된 행동에는 나의 모습도 비추어져 있는데도 말입니다. 나도 그렇게 행할 개연성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진정한 자신을 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그릇된 행동을 할 때 비난에 열을 올리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혹여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되었단 행동에 비난으로 동참하지는 않았는지, 그것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다른 사람의 말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세상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니까요. 그러니까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모습이 내가 아닌가, 역겹게 행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내가 아닌가, 나를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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