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11회 - " 꿈을 가져야 하는 이유 "

영광도서 0 1,516
"문제는 양들은 새로운 길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거나 계절이 바뀌어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양이 있습니다. 양은, 특히 서양에서는 순종의 상징으로 받아들입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이끄는 대로 따릅니다. 어디론가 이탈하려고 하지 않고 무리지어 주인이 원하는 삶에 만족합니다. 다만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울 수 있게 해준다면,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게 해준다면, 양들은 목자를 고마워하며 순종합니다. 이런 품성 때문에 성경에서 신을 잘 따르는 사람을 양으로 표현합니다.

뿐만 아니라 양이 양떼를 떠나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만일 무리에서 벗어났다면 길을 잃은 양이고, 그 양의 결과는 이리나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고 마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를테면 주인을 떠난 양은 곧 죽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주인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 모범적인 삶으로 성경은 가르칩니다. 그것이 양들의 한계요, 양들의 삶입니다. 양들인 신도의 덕이요,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렇게 순종을 덕으로 여기고 살다 보니 다른 질문, '왜'라는 물음이 의미를 잃습니다.

양들은 그런 이유로 문학 텍스트 속에서도 순종의 상징으로, 울타리 안에서만 사는 존재들로 묘사됩니다. 길들여져 사는 존재들의 전형으로 말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스갱씨의 염소>도 울타리를 벗어났다가 결국 늑대에게 죽고 맙니다. 그나마 늑대와 밤새도록 싸우긴 했지만요. 먹는 문제와 물을 마시는 문제, 즉 최소한의 삶의 조건만 갖추어지면 더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양들, 그들은 행복할까요, 불행할까요?

그 이상의 삶을 모르는 양들은 그걸로 족할 겁니다. 족하면 행복한 것이고요. 하지만 사람은 그걸로 족하지 못합니다. 그 이상의 무엇을 또 바랍니다. 물론 양들처럼 순종을 미덕으로, 주어진 삶의 조건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더는 다른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티아고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지도 모르지. 나만 해도 그 소녀를 알게 된 후로는 다른 여자들 생각을 안 하니까"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럴 수만은 없는 게 인간인데, 인간은 때로 세상을 닫고 사는 존재란 의미입니다.

단순한 문제에 머물러, 단순하게 사는 존재가 아닌 인간이기에, 아주 복잡한 사고로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인간은 지금 이상의, 현실 이상의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것을 꿈이라고 부릅니다. 지금보다 나은 삶, 지금과는 다른 삶,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상황을 원하는 것을 꿈이라고 합니다. 산티아고가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꿈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꿈을 꾸는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꿉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양이 아니라 복잡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꿈을 꿉니다. 꿈은 있으나 더는 움직이지 않으면 양처럼 산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꿈이 있으면서 양처럼 산다면, 인간은 꽃처럼 시들고, 메마른 갈대처럼 생기 없는 삶으로 스러져 갑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나가지 않으면 불행합니다. 인간은 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꿈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꿈을 꾸는 한 꿈을 향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조금 힘이 든다 해도, 조금 번거롭다 해도 꿈을 향해 나가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 꿈의 실현여부와 상관없이 꿈을 꾸는 당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당신, 순한 양이기를 벗어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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