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915회 - " 자아의 신화 "

영광도서 0 1,520
'자아의 신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자아의 신화는 프랑스어로 Legende personnelle라고 적습니다. 앞에 르장드, 영어식으로는 레전드란 말 그대로 전설이라고 한다면, 뒷단어 뻬르쏘넬(퍼스넬)은 뭐라고 해석할지 적당한 말을 찾아야 합니다. 독창적인, 개성적인, 개인적인, 이기적인이란 다의어니까, 적당한 걸 골라서 말을 만들어봐야 우리 단어로 옮길 수 있습니다. 번역서엔 자아의 신화로 되어 있는데, 말은 부드럽고 좋은데, 보다 와 닿으려면 '개인의 신화', 또는 '자신만의 신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데면 누구나 자신만의 이루고 싶은, 이룰 수 있는 이루어야 하는 운명이거나 소명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자신만의 고유한 그 무엇, 그 무엇을 이루고 싶어한다면 그것은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꼭 이루어야 한다면 소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각자에게 소명이 있든 없든, 그래도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으려면 나에겐 소명이 있다는, 내가 이 세상에 온 존재아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세상을 살만하지 않겠어요. 세상에 태어났으니, 뭔가 나만의 그 무엇 하나쯤은 이루고 가야겠지요. 그것을 자아의 신화라고 해두자고요.

"자아의 신화,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면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내가 이뤄야 할 신화, 그게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꿈이라도 가졌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 하나 갖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이 되어야겠다, 그 어떤 뚜렷한 목표도, 확실한 꿈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의 신화를 생각조차하지 않고 살았던 셈입니다. 만일 자아의 신화, 진정으로 내가 되어야 할 무엇을, 젊음의 초입에서 정했더라면, 그리고 그것을 소명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그 길로 매진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테지요. 뭔가를 알고 그 일을 추진하는 것과 생각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자아의 신화를 알고, 그 신화를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은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고 하루 하루를 생각 없이 살아간다면, 살아지는 대로 사는 사람이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 길로 의지를 가지고 나아갈 것 아니겠어요. 내게 자아의 신화가 있기는 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이라면 말이에요. 자아의 신화! 비록 나는 이제까지 그 신화를 모르고 살아왔다고 해도 누군가 그 단어를 들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렵니다. 소명이든 자아의 신화든 뭔가 목표를 정하고 실천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다,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룬다면, 그냥 살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라고요.

그래도 다시 그 자아의 신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렴. 그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거야. 만일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가 지금 잘하는 일을 선택하기보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렴.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라고 대답하렵니다. 그래도 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네가 그것을 늘 연습했으니까 잘할 수 있었던 거고, 정작 네가 좋아하는 것은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안해서 지금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좋아하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연습한다면, 지금 잘하는 것보다 나중엔 그것을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고, 지금보다 훨씬 즐거운 삶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덧붙여 주렵니다.

"그러면 너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었느냐?"고 당신이 내게 묻는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모르고 살아왔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내 인생을, 내가 살아온 일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나는 내개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돌아왔지만, 지금 부터 나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이 한 마디를 드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하고 깊은 일을 해야 해요. 그래야 후회 없는 삶이니까요. 그게 늦었든 늦지 않았든 상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재라는 것, 지금이라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지금이 바로 자아의 신화를 발견할 때이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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