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큰딸, 고마워

영광도서 0 1,607

고맙다, 고맙다, 말로만 고맙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로 마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고마움을 느낄 사람이 많다면 정말로 행복합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행복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을 느낀다면 그게 사랑입니다. 소중한 사랑, 따뜻한 사랑, 조용한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도, 사랑이란 말을 않고도 아름다운 변화를 이루는 사랑입니다. 서로 고마운 마음, 조용히 전염되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 집 떠나서 셋이 사니까 배울 것이 많고 좋은 것 같아

-그래 암튼 건강하게 지내랑

- 응 운동을 잘 챙겨서 하고 있어 아빠처럼

-..........

- 근데 집이 서울인데 ㅋㅋ 나가서 사는 거 엄마 아빠가 허락해줘서 고마워

- 믿을 만 하니까 그렇지   잘 헤쳐나가서 고맙지 머

- 내일은 집에 갈지도

- ......

- 할 일이 많다 아빠처럼 ㅋㅋ

- 일이 많은 게 복이지 ㅋㅋ 난 내일 새벽 강의 나가

- 대단하네 복이라고 생각하다니

- 하모 일 없음 불행한 겨 능력을 인정 받으니 좋고

- 맞아 그래도 한량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빠 닮아 내가 부지런하긴 하다 ㅋ

- 그래 다행이다 돈 버니 좋고 난 일과 공부 글쓰길 즐겨

 

큰딸이 어느 늦은 저녁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나 봅니다. 늘 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 난데, 딸 역시 고마웠나 봅니다. 고마울 일을 한 건 아닌데, 다만 독립해서 나가 살아보겠다기에 그것도 좋은 경험이다 싶어 응원을 보냈을 뿐인데, 그게 고마웠나 봅니다. 집에서 회사에 다닌들 그리 멀지 않으니 하등 나가서 살 이유는 없습니다. 독립 연습을 해봐야겠다지만, 우선 서운합니다. 둘째, 경제적으로 손해입니다, 셋째,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은 늘 혼자 사는 능력이 필요하니 허락을 했을 뿐입니다.

 

부모 마음은 그렇습니다. 늘 보호하고 싶습니다. 곁에 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일생을, 전부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날아갈 능력이 되면 둥지를 떠나는 새들처럼 , 사람도 때가 되면 홀로 서야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끝에 나가 살도록 허락한 겁니다. 물론 한 번 마음 먹은 것을 말린 들, 서로 속만 상하고 끝내는 언젠가 나가 살 테니, 딸이 무엇이든 하려 한다면 응원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 그 선택에 따르는 자기 책임,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면, 그게 부모로서 자녀에게 할 교육의 기본 아니겠어요.

 

철이 없는 것 같지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딸이 고맙스니다. 대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내 나름의 가치관을 심어주고는 싶습니다. 잔소리가 아닌 마음에 슬며시 스며들도록 살짝 교육을 하고 싶은 겁니다. 하여 카톡 대화를 하면서 슬그머니 주입합니다. 너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아라 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나의 가치관을 슬그머니 말합니다. '일이 많은 건 복이라고', '일을 즐긴다고' 나는 이런 마음으로 산다고,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 마침 잘한 것이지요.

 

누구든 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하면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순간들이 행복하지 않겠어요. 당연히 하는 일들이 즐거울 테고요.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 큰딸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내 뜻을 받아들일 줄 아는 큰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고마움을 갖게 한 딸은 효녀지요. 나 자신, 역시 고맙습니다. 딸들에게 잔소리 하지 않고 내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고맙습니다. 물론 내 글들에 응원을 보내주는 당신에게도 고맙고 말고요. 그래요. 세상 모두를 고맙다 여기며 살고 싶습니다. 난 행운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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