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내 글보다 잘 쓴 고마운 답글

영광도서 0 1,476

아침, 때로는 힘겹게 일어나 아침 편지를 씁니다. 누구 읽으라기보다는 나를 위해, 내가 나에게 글을 씁니다. 아침 편지를 쓰는 시간, 내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나를 정리합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나를 성숙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때로 힘을 얻습니다.  "두터운 소설 한 권도 그 속의 한 줄이 가슴에 남듯, 아침 편지속 그런 한 줄이 하루를 상쾌하게, 살맛나게 합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고맙습니다'를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아침편지 고맙습니다!" 가끔 이렇게 보내오는 이들의 편지 덕분입니다. 내가 나를 위해 나에게 쓰는 글인데, 다른 이들에게 괜찮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보람 있는 일이니까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서점엘 가봐도 자기계발서 코너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시나 소설, 그 이외의 장르는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함인 것 같다는 제 생각이 좀 과장되긴 하지만 어쟀든 현실은 그렇습니다. 엄마가 하시는 구멍가게에서 잔돈을 몰래 빼돌려 모았다가 처음으로 내 돈(?)주고 구입한 책이 '좁은문'이었습니다. 책의 내용보다도 어두침침한 우리방 한구석 앚은뱅이 책상위 '좁은문'은 웬만한 큰 대문 안에 사는친구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제 자존심을 세워주었습니다. 

 

노트 뒷장에 시를 옮겨적으며 언젠가는 나도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쓰겠노라는, 꿈인지, 다짐인지...그 시절에는 저뿐만이 아니라 단발머리, 갈래머리 여고생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품었을 법한 생각입니다.  

 

세월이 흘러 '좁은문'으로 들어간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용기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삶에 보탬이 안된다는 이유로 '시'와 '소설'은 책곷이에서 먼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것도 아니고.... 

 

하여, 이렇게 만난 아침편지가 제게는 시와 소설을 대신합니다. 자기계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구요.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 대신, "이렇게 사니 참 좋더라!" "이렇게 생각하니 행복하더라!" 하는 글은 몇 권의 자기계발서를 합쳐 놓은 것 보다 더 좋습니다.  

 

엊그제 한라산 하산길에 정상이 아직 멀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셨다는 대목에서 울컥 눈물이 솟구쳐 전철안에서 당황했었습니다. 힘겹게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말이지만, 삶의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었거든요. 각자 자신의 처지에 맞게 해석하고 생각할 테니까요. 두터운 소설 한 권도 그 속의 한 줄이 가슴에 남듯, 아침 편지속 그런 한 줄이 하루를 상쾌하게, 살맛나게 합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고맙습니다'를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아침편지 고맙습니다!>> 

 

매일 내 아침편지를 읽고 필사를 하면서 글쓰기 연습을 한다는 분이 엊그제 답글로 보내온 편지 내용 전문입니다.  "참 잘 썼어요. 내 아침편지보다 오히려 더 잘 썼어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문장도 문장이지만 담긴 내용, 생각이 정말 훌륭합니다."라고 칭찬해 주고 싶은 글입니다. 내 글보다 오히려 좋은 글이고 잘 쓴 글, 내 아침편지보다 훨씬 좋은 내용, 그럼에도  내 글을 읽으며 이런 답글을 쓰고 싶었다니, 고마운 마음과 내 아침 글도 가치가 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쓰게 만들고,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표본이 되었다니, 내 아침편지도 가치가 있구나, 힘을 얻습니다.  

 

짧은 글이 아닌 긴 글로, 글을 쓰면서 흐트러진 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내가 나를 보듬으며, 내가 나를 위로하며, 내가 나에게 쓴 3593편의 아침 글, 이 아침에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내 마음 엿보기에 동참하는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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