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스트레스, 내 삶의 영양제
삶의 문제, 그것이 내 존재이유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존본능만 충족한다고 살 수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즉 삶의 가치 또는 삶의 의미입니다. 아무리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이상으로 충족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만일 살 의미가 없다 생각하면 삶을 차라리 포기하는 게 인간입니다. 그만큼 사람은 음식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함께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음식이 주식이라면 삶의 의미는 삶의 영양제입니다. 음식만으로는 오래 살지 못합니다. 영양보충을 해야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명만 이어간다면 그것은 비참한 삶입니다.
삶의 의미의 다른 말이 삶의 가치요, 존재이유입니다. 난 살아갈 의미가 있어, 난 살아갈 가치가 있어, 난 존재가치가 있어, 이처럼 나는 나의 존재이유를 생각하며, 삶을 긍정하며, 삶을 소중히 여깁니다. 내 삶을 소중하다 생각하니 세상은 살만합니다. 나는 쓸모없는 놈이야, 살아갈 가치가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나를 부정합니다. 세상을 원망합니다. 나에겐 세상은 감옥과 같습니다. 지옥과 같습니다. 하루하루 마지못해 세상을 삽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양갈래입니다. 긍정하면서 살 수도 있고, 부정하며 살 수도 있고, 오락가락하며 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가끔 자기점검을 하여 내 삶의 위치를 재조정하곤 합니다.
삶을 부정하며 사는 나는 스트레스를 피해 다닙니다. 스트레스 받기를 두려워 하여 피하려니 삶을 부정합니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바쁘게 살지 않고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일이 없으면 외롭고, 외로우면 우울하고, 우울하면 잡념이 늘고, 잡념에 잠기면 삶을 부정합니다. 나는 압니다. 잡념의 종착역은 인간의 부조리요, 삶의 부정이라는 것을. 한번 골치 아프다고 그 상황을 회피하면, 점점 더 피하게 마련이고, 피함은 용기를 앗아가고, 용기를 잃으면 무기력해지고, 한번 무기력해지면 다시 일어서기, 다시 스트레스 받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때문에 그 연쇄고리를 과감히 한번쯤 끊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삶을 긍정하는 나는 긴장을 즐깁니다. 긴장할 일이 없으면 꺼리를 찾아 나섭니다. 비록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하더라도 불공평의 벽을 넘기를 즐깁니다. 그것을 적당한 자극으로 여깁니다. 불합리한 세상마저도 필요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며, 놀이삼아 응전합니다. 텅빈 골문에 골을 넣는 공허한 놀이보다는 골키퍼가 있는 골문에 슛을 날리는 선수처럼, 삶이란 장애가 있을 때 넘어설 가치가 있다고 여기며, 그때를 즐깁니다. 삶을 긍정하는 나는 압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에 필요한 영양제임을 압니다. 하여 나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만들며 생활합니다. 때문에 나는 마음도 몸도 건강합니다.
예컨대 위험한 지대로 등산을 하면 긴장합니다. 그 긴장이 실수를 막아주고 무사히 그 지대를 통과하게 합니다. 통과하고 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처럼 몸에 어느 정도의 긴장이 나의 체력을 길러줍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에도 긴장을 주어야 마음의 근력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몸을 움직이면 긴장이 일어나고 긴장이 몸의 근육을 늘려주는 것처럼, 조금은 골치 아픈, 아니 적당한 머리를 쓰는 일이 마음의 근육을 길러준다는 것을. 셈을 하거나 조금은 어려운 문제를 풀거나, 생각을 요하는 책을 읽거나, 조금은 골치 아프게 하는 일들이 마음의 근육을 길러준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하여 나는 풀어야 할 게 많은 책을 읽거나 인문학 공부를 합니다.
스트레스, 위기가 오면 긴장하듯이 위험에 처하면 긴장하듯이, 긴장은 살아 있는 나에겐 필수입니다.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게 미련이고, 그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일단 그 문제를 회피합니다. 누군가는 그 문제에 덤벼들어 풀려고 합니다. 피하는 것도 스트레스요 문제에 덤벼들어 푸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부정과 긍정, 회피와 도전, 그 중에 무엇을 선택하든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나는 긍정을 선택합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풉니다. 그저 푸는 것을 즐깁니다. 안 풀려도 좋습니다. 풀 문제가 있어 좋습니다. 문제를 푸는 동안의 집중을 즐깁니다. 집중하는 순간 삶의 에너지가 나옵니다. 내가 행복한 이유입니다. 나는 문제 속에 있습니다 고로 나는 존재합니다. 삶의 문제, 그것은 내 삶의 영양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