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맛이 아주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영광도서 0 1,731

참으로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싶습니다. 음식 맛만 좋은 게 아닙니다. 술맛 또한 흔한 말로 죽여줍니다. 이렇게 '음식 맛은 물론 술 맛까지 좋은 식당이 어디에 있나 궁금하지 않은가요?  이렇게, 이토록 맛이 있는 집, 맛이 있는 식당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 같고, 그냥 이토록 맛이 있는 음식이나 술이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감탄하는 게 맞을 겁니다. 아마도 이 맛은 짐승은 모를, 사람만이 알 맛일 겁니다.

 

짐승은 무엇을 먹든 배불리기 위해, 아니 배불리기라기보다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먹습니다. 맛이 좋으냐 안 좋으냐, 먹을 수 있느냐 먹느냐는 구분합니다. 때문에 골라 먹을 수는 있습니다. 어쩌면 더 먹거나 덜 먹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짐승과 달리 인간은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짐승처럼 덜 먹거나 더 먹거나는 물론, 배고픔의 해소거나 배불리기는 물론, 맛이 좋으냐 안 좋으냐는 물론, 여기에 더하여 분위기를 함께 먹거나 마십니다. 다른 말로 무엇을 마시거나 먹을 때 분위기를 더한 맛으로 여깁니다. 맛으로 여길 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걸 느낍니다.

 

이를 테면 음식 맛이건 술 맛이건 그것이 가진 고유한 멋보다 오히려 분위기에 더 맛의 영향을 받습니다. 분위기가 맛을 좌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어떤 분위기에서 음식을 대하느냐가 맛의 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음식 맛과는 상관 없이 분위기 아주 좋은, 매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알고 싶나요? 알려준다면 매일이라도 그곳에 가고 싶나요? 정말 그곳에 가면 음식 맛이 남다릅니다. 술 맛이 남다릅니다. 그 비결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맛은 바로 분위기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산 정상입니다. 싱거운가요? 스스로 수고하여, 스스로의 땀으로 오른 산이란 것도 작용할 테지만, 산에 올라 무엇을 먹든 그것은 참 맛이 있습니다. 보통의 식당에서는 그냥 라면이면 라면 맛이오, 좀 배고플 때 먹으면 좀 특별하다 그 맛입니다. 다른 음식, 이를 테면 김밥이면 깁밥, 건빵이면 건빵, 그 무엇이든 산에 올라 먹으면 그 맛이 사뭇 다릅니다. 배가 고프기 때문 만이 아닙니다. 땀을 흘렸다, 대견스럽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그것 역시 맛에 작용합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 무엇인가를 먹으면 그 이상의 맛이 있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그 맛, 그것은 바로 인간은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함께 먹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막 일을 시작하는 해의 출현, 해돋이를 보면서 그 특별한 분위기를 먹습니다. 거뭇거뭇 공중에서 춤을 추며 내려오는 하얀 눈을 보면서, 그 분위기를 음식과 함께 먹습니다. 굽이굽이 고운 선을 이룬 동양화 같은 산 그리메들을 함께 음식에 섞어 먹습니다. 그것들을 함께 타서 마십니다. 그러니까 음식 맛이, 음료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겠지요. 그 맛을 누리고 싶다면, 그 자격을 얻고 싶다면, 스스로의 선택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오를 수밖에 없겠지요. 짐승과 달라지고 싶다면 오늘 한 번 시도하는 건 어때요? 물론 산은 산이되 삶의 산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단순히 어떠 어떠한 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란 건 눈치 채셨지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