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40- 선민의식의 힘

영광도서 0 532

선민사상하면 우선 떠오르는 민족이 있으니 이스라엘이다. 사상이 얼마나 인간을 강하게 지배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또한 이스라엘 민족의 시례이다. 팔레스타인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유대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받아 본토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채, 마치 여기저기 뿌린 씨앗과 같은 디아스포라로 뿔뿔이 흩어져 살던 이들은 천 년 여를 그렇게 살다 1943년에야 이스라엘로 부활한다. 수많은 조상들이 고향을 그리다 타관객지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으나 후손들이 끝내 고향 팔레스타인에 돌아와 나라를 회복한 이들의 정신은 그들이 가진 선민사상 덕분이다.

 

그만큼 사상은 세상 무엇보다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마음은 행동을 지배한다. 이러한 강한 힘이 민족 전체를 지배할 때, 이를 선민사상이라 한다면, 선민의식은 민족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부류에 한정되기는 한다. 전체가 아닌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자칫 더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을 지배한 후, 행동을 지배하는 사상은 자신은 옳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갖게 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클리니코프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위대한 사람 곧 영웅인지를 실험한다. 그의 생각에 나폴레옹이나 시저 같은 사람은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지만, 이들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영웅 칭호를 얻어 존경을 받는다, 는 생각에 자신 역시 실험한다. 하여 그는 전당포 노파를 사람 몸에 기생하는 벌레로 취급하고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한다. 물론 그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그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간다. 즉 상식적으로 죄를 지었을 때 당연히 양심의 가책을 얻어 괴로워하는 마음의 벌을 받는다면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영웅이라는 생각, 이러한 사람들이 세상을 변혁하고 지대한 공훈을 세운다고 믿는 사상이 일종의 선민사상의 출발이다. 이를 니체는 초인사상으로 포장한다.

 

초인사상, 선민사상, 나는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일은 정당하다,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 이런 사람을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이라 부른다. 보통사람은 이런 사람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다. ‘어쩜 저렇게 말 바꾸기를 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나는 다르다는 선민사상을 주입한 사람은 그걸 전혀 감지 못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언행이 그때그때 다르다 해도 그것은 소를 희생하더라도 나리를 위한, 민족을 위한, 더 나아가 세계를 위한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려는 숭고한 정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는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선 문제 삼는 이들이 오히려 문제로 인식한다. 이러한 무의식으로 자리 잡은 선민의식이 문제이다. 의식, 사상은 언어보다, 행동보다 강한 힘으로 나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민중이 세상을 바꾸는 것 같지만, 민중을 선동하고 앞에서 이끈 이들은 이러한 선민에 속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선민, 특별한 사람은 소수이며, 이 소수가 세계를 변혁하고 새로운 세계를 연다, 그러므로 이들은 전혀 소위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죄의식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은 선민의식을 옹호한 것일까, 아니면 비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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