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33- 손가락 말의 위험

영광도서 0 511

혀는 소리로 소통하고, 손가락은 글로 소통한다. 이 말도 이젠 옛말이다. 글과 말, 이 둘은 소통행위로서는 같으나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 말은 즉흥성으로 실수가 많은 수단으로, 엎질러진 물에 비유한 데 반하여, 글은 사고를 요하는 것으로 보다 신중한, 수정 가능한 수단으로 인식했다. 때문에 말은 실수를 많이 부르나 글은 그렇지 않은, 수정 가능한 것으로, 말보다는 글을 좋은 수단으로 권하곤 했다. 물론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단점에 반해 빠른 휘발성이 있어서 때로 다른 이들의 기억에서 소거되면 그만이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아 수정 불가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제는 이 둘이 동시성으로 거의 같은 수단으로 쓰인다. 오히려 글은 두 가지 수단이 가진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아이들이 함께 논다고 하면서 같은 자리에서 서로 마주보면서도 말로 소통하기보다 카톡으로 소통하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모든 소통을 입으로 하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하는 글로 한다. 손가락이 글도 쓰고 말까지 하는 시대, 때문에 글이 보다 사유나 생각을 필요로 하는 수단이 아닌 말이 하는 역할을 고스란히 수행하는 즉흥성을 그대로 따른다. 때문에 말로 하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니, 이전의 말 실수에 쉽게 지울 수 없는 글의 실수까지 동시에 범하는 위험한 수단이기도 하다.

 

말을 할 때 입이야 때로 가만 느끼면 따뜻한 입김이라도 나오지, 손가락에선 그 어떤 인간다운 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무기는 말보다 더 잔혹하기도 하다. 말은 이차적인 도구인 녹음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제한된 공간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확장에 한계가 있다. 확장을 위해선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글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시간을 넘음은 물론 공간도 넘는다. 다만 속도에서 느렸으나 이제는 sns의 일반화로 시간과 공간의 벽을 동시에 넘는다.

 

즉흥성에다 공간을 넘는 글 중에 개인과 개인의 소통을 넘어 무리를 이룬 단체소통의 대명사 카톡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과 개인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의 소통이라 큰 문제가 없다 해도 카톡단체방에선 상처를 주는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적어도 개인 카톡이든 단체카톡이든 카톡은 거의가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이들 간의 소통인 경우, 아니면 서로 같은 일을 하거나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인 방이라 일정한 울타리라도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를 넘어서서 혼자 글 쓰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다만 친구 맺기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든 읽을 수 있다. 또한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개방성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손가락글의 다양한 소통방식의 일반화로 즉흥적인 소통이 말과 글의 수단을 동시에 수행한다. 요즘의 소통은 입의 역할과 손가락의 역할을 동시에 행하는, 입의 말과 손의 글을 합친 손가락 언어로 거의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제는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고 죽이곤 한다. 이제는 입을 잘못 놀려 망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을 잘못 놀려 는 망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손가락 하나로 상처를 입히거나 죽일 수도 있다.

 

때로 의식 없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듯,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변한 손가락의 글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요즘의 손가락은 잘 다스려야 한다. 때로 지금의 내 손가락질이 나중에 나를 향하는 흉기일 수도 있으니, 손가락을 조심해야 하는 시대에 내가 산다.

 

이 아침에도 손가락이 일 많이 했다만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다. 다행히 독수리처럼 투둑거리는 게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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