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2회 - " 어린 왕자의 여행, 첫 번째 별 이야기 -2- "

영광도서 0 502
어린 왕자가 만난 왕은 실상 그다지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권위를 가질 수도 없는 처지의 왕 이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수하에 사람이 없다면 권력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주위에 있는 사 람들이 존경하여 갖게 되는 힘이라 할 수 있는 권위란 더 더구나 가질 수 없는 처지의 왕이다. 그런 왕을 왜 하필이면 어린 왕자의 첫 만남으로 작가는 설정한 것일까? 권력이란 아무리 작다할 지라도 그 부작용 은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일단 어떤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하고, 그 힘을 이용하려한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이 왕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분위기를 자리에 걸맞게 만들어 놓고 폼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 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토끼가 왕’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디에 가든 지배하는 층이 있고, 그 수하에 있어야하는 층이 반드시 있다. 어린 왕자가 방문하게 될 여러 별들 중에 첫 번째별 은 황송스럽게도 왕을 직접 배알 할 수 있는 별이었으며, 325호병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어린 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기 ! 위해 왕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별이 첫 번째 방문지가 되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별은 그 화려한 담비털가죽 망토로 온통 덮여 있었어요. 그래 서 어린 왕자는 그냥 서 있었어요. 그러고는 피곤해서 하품을 했어요.
"왕 앞에서 하품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남이니라. 짐은 그대에게 이를 금하노라."
"어쩔 수 없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하느라 잠을 못 잤거든요……"
어린 왕자는 당황해하며 대답했어요.
"그러면 짐은 그대에게 하품을 하도록 명하노라. 여러 해 전부터 하품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짐으 로서는 하품은 신기한 것이로다. 자, 다시 하품을 하라. 명령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의라는 것을 배운다. 상하관계에서 지켜야하는 것도 예의이며, 수평적인 관계에서 지켜야하는 사람의 도리도 예의인 것이다. 하지만 그 예의라는 것은 강제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 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할 때 그 예의는 아름다운 것이 된다. 자리에 따라 사람이 평가되기 보다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인경이 우선 존중받아야 한다. 자리란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한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동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사랑으로 가르치고 사랑으로 통제하다 보면 스스로 배움이 되고, 스스로 섬기는 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리에 따라 지배하는 위치에서는 타 인에 대한 지배보다는 수하에서 즐겁게 받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정도로 존경받을 만, 자리에 걸 맞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며 또 이해해 주는 것이다.

사람은 대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행동은 모두 자기합리화가 되어버리고 모두 옳은 듯이 느껴진다. 그것이 우리가 빠지기 쉬운 오류 중하나이다. 사람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우 리는 누군가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 우리는 합리적인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할 수 없는 일을 시키 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며 상대를 괴롭히는 일이다. 합리적으로 누군가를 지배해야만 존경을 받거나 위 엄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존경이나 위엄은 스스로 자신을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위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란 속성은 이기주의에서 출발한다. 내가 높임을 받고, 박수를 받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 은 욕망에서 시작된다. 본질적으로 권력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사람들보다는 욕심이 많고, 이기심이 강한 사람으로 태어난 이들이다. 겉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권력을 지향하는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순수가 결여돼 있으며, 땀의 소중한 의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지금보다 나은 쪽을 지향할 뿐이지 내려온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은 거기에 취해 권력, 적어도 자신의 권력은 영원하리 라는 착각에 사는 이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권위는 믿지만 권력은 믿어선 안 된다. 권력은 타이어와 같아서 바람이 들어 있을 때만 탄력이 있을 뿐이며, 펑크가 나버린 타이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어쨌든 권력, 돈, 섹 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우리 인간의 내, 외면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가지속에 서 자유롭지 못한 아담의 후예들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고, 사치를 좋아하며, 남에게 보여 주기를 좋아하고, 지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을 잘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우리는 이 325호 별에서 볼 수가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왕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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