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4회 - " 어린 왕자의 여행, 세 번째 별 : 술꾼이 살고 있는 별나라 이야기 "

영광도서 0 1,215
어린 왕자가 세 번째로 찾아간 별은 술꾼이 살고 있는 별이다. 관능적인 즐거움에 사로잡혀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어른들의 별 이야기이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다. 술을 마시는데 이유가 없다. 기분 좋으니까 술을 마신다. 그러면 기분 나쁠 땐 술 안 마셔야 할 텐데, 기분이 나쁘니까 또 술을 마신단다. 참 이상하다. 기분이 좋다고 한 잔하고 기분 나쁘다고 한 잔하고 도대체 술을 마시는 이유가 무얼까! 그래, 이유 없이 마시는 거다. 마시고 싶어서 마시고, 누가 권해서 마시고, 마시지 말라니까 반발심이 생겨서 마신다. 어쨌든 술을 마시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사실 술의 역사는 제법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신으로 알려진 '디오니소스' 또는 '바커스' 라고 불리는 신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고 있는데, 이 신은 술과 도취 해방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도한 유대인의 지혜의 경전으로 알려진 탈무드에도 그런 예가 나와 있다.

이 세상의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악마가 찾아와서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인간이 대답한다.
"나는 지금 굉장한 식물을 심고 있지."
악마가 이렇게 말한다.
"이건 처음 보는 식물인데."
인간은 악마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 식물에는 아주 달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지. 그리고 그 국물을 마시면 아주 행복해진다고."
그러자, 악마는 자기도 꼭 동업자로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양과 사자와 원숭이와 돼지를 끌고 왔다. 그 짐승들을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부었다. 포도주는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 처음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와지고,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더 많이 마시면 토하고 뒹굴고 하여 돼지처럼 추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술은 결국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술의 사전적 의미는 '알코올 성분이 있고, 마시면 취하는 음료의 총칭. 맥주. 청주. 약주. 막걸리 등의 발효주와 소주. 고량주. 위스키 등의 증류주. 과실이나 약제를 알코올과 혼합한 혼성주.'로 나누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술에서 유래하는 말들로 "술고래, 술망나니"등의 별칭도 나온다. 또한 매사에 경거망동함을 일컬어 '술 덤벙 물 덤벙'이라고 하며, 남을 대접하고도 오히려 해를 입었을 경우를 가리켜 "술 받아 주고 뺨 맞는다." 고 하며,흐리멍덩한 행동을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이라고 한다.

결국 술은 위의 예에서나 그 술에 얽힌 말에서 보나 우리 삶에 별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주고 있다고 이해되어진다. 술은 기분 내키는 대로 마시면 안 된다. 술은 안 마시는 것이 좋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어느 정도 나름대로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 양을 정해 놓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마시다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약속을 깨고 그 한도를 넘어버리게 된다. 그런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자기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술에 지고 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신다고 한다. 어떤 철학가는 "술잔은 비록 작으나 술에 빠져 죽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거기서 뭘 하고 있나요?"
어린왕자가 주정뱅이에게 말했어요. 그 주정뱅이는 빈 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찬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었어요.
"술을 마시고 있지."
주정뱅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술을 왜 마셔요?"
어린 왕자가 물었어요.
"잊기 위해서야."
"무엇을요?"
어린 왕자는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어요.
"내가 부끄러운 놈이란 걸 잊기 위해서야."
술꾼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고백했어요.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 왕자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술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주정뱅이는 말을 끝내고 입을 꼭 다물어 버렸어요.

술꾼들은 술이 만사 해결의 열쇠라도 되는 듯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술을 마시곤 한다. 술을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잠시 잊을 뿐이다. 때로는 시간이 흐르니까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더 꼬여지게 마련이다. 그리고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또 이렇게 말한다. "잘 해결됐어.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내가 한 잔 사지." 술을 마시는데도 어느 정도의 자기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 남에게나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게 말이다.

문제를 술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현실을 도피하려 하거나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모든 문제는 풀어야 풀리는 것이므로 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문제들은 영롱한 정신으로 풀기도 벅찬 문제들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편법이거나 비켜가려는 비겁에서 비롯되는 행위이므로 자신을 무력감에 빠뜨리게 되는 것이다. 술에 지지 말고 이겨야 한다는 것을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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