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5회 - " 어린 왕자의 여행, 네 번째 별 : 장사꾼이 살고 있는 별나라 이야기 "

영광도서 0 571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 선배 교사가 하는 말이 "한 학급에 학생이 50 명이면 아침에는 50 개의 문화가 학교로 등교를 하고, 저녁이면 50개의 문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라고 말했다. 그 만큼 사람들은 생김새도 엄밀하게 보면 다 다르고, 사고나 행동이 다르므로 다루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성격이나 사고도 그에 맞추어 변해가기 마련이며,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행이나 성격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적절한 교육과 적절한 환경이 요구되는 것이다. 어린 왕자가 네 번째로 찾아간 별에는 장사꾼이 살고 있다. 이 장사꾼은 계산이 빠른 인간이다.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계산적인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가리켜 장사꾼이라 부른다.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는 독버섯 같은 인간을 일컫는다. 자기 합리화를 하려 애쓰는 사람 말이다.

소유한다는 것과 지배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런데 정당한 소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정당한 방법으로 소유하는 건, 남에게 해됨이 없이 소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배한다는 것은 남에게 눈물을, 아픔을 줄 수가 있다. 소유한 것도 아니면서 강제로 남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유는 소유로 끝나고 지배는 지배로 끝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아! 별들 말이에요?"
"그래, 맞아. 별들 말이야."
"그럼 아저씬 별을 오억 개나 가지고 뭘 하는 거예요?"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이지. 나는 중대한 사람이야. 나는 정확해."
"그런데 그 별로 뭘 하는 건데요?"
"뭘 하려느냐고?"
"아무것도 안 해. 그것들을 소유하는 거지."
"아저씨가 별들을 소유해요?"
"그래."
"하지만 난 왕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왕이……"
"왕은 소유하는 게 아니지. '지배하는'거야. 소유와 지배는 다른 거야."
"그럼 별을 소유하면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
"내가 부자가 되는 데 소용 있지."
"그럼 부자가 되는 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다른 별을 발견하면 그걸 사는데 쓰는 거야."

내 것이란 말의 의미는 내 마음대로 처분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내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있다면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가지려고 들 한다. 많은 것들을 갖게 되면 남들에게 우쭐해질 수도 있고, 덜 가진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게도 된다. 뿐만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이제 그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들먹거리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이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런 것을 우리는 소유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유함으로써 그 소유한 것들을 지배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가져갈 수가 없다. 여기에 있는 것은 저 세상으로 이동이 불가능할 뿐더러 이동이 가능하다 해도 다른 세계에 가면 쓸모가 없는 것들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많이 더 많이 가지려 한다. 그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려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그것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물론이지. 누구의 것도 아닌 다이아몬드를 네가 발견했다면 그건 네 거야.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섬 하나를 네가 봤다면 그건 네 섬이야. 어떤 아이디어를 네가 맨 처음 떠올렸다면 넌 특허를 낼 수 있어. 그 생각은 네 것이니까. 마찬가지야, 나보다 먼저 별을 갖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별은 내 거야."

생각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재산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이다. 발상만 전환하면 우리는 많은 새로운 것을 얻을 수가 있다.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각의 산물이다. 보다 쉽고, 보다 편리하고, 보다 신나고, 보다 즐겁기 위해 생각해낸 결과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그 생각의 주인이 된다.

다양성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삶의 장사꾼이다. 정직을 모든 일에 대입시키면 하루라도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세상인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정직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훌륭한 장사꾼이 되기 위해서는 남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생각하며 그 생각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 우리는 진정 누군가에게 해되지 않으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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