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참 아름다워라, 입석대와 서석대의 상고대는

영광도서 0 1,950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라는 송가가 있듯이, 하얀 눈으로 장식된 세상의 아름다움이 딱입니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아름답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아찔할 지경이라고나 할까요. 나중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무등산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슬며시 듭니다.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무등산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날일 거야. 그러니 오늘 여기에 오른 이들은 3대 이상이 덕을 쌓아 복 받은 이들이지.'라며 그 안에 나도 있으니 자화자찬을 하며 장불재를 지나 입석대로 향합니다.

 

 

마치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입석대, 까만 돌기둥들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쭉쭉 뼏어 있습니다. 그렇게 신성스럽게 뻗은 돌기둥에 희끗희끗 작은 눈꽃들이, 아니 어여쁜 상고대들이 활짝활짝 피어 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아니라 더 아름다운 말을, 그 말이 들어간 멋진 문장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마음에서 맴돌뿐 딱히 그에 걸맞는 표현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고작 '너무 아름다워 미치고 환장하겠네' 그 문장이 가장 적합한 문장이라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 피식 웃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 입가에 역시 눈꽃만큼이나 즐거운 웃음꽃이 활짝활짝 피었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우니, 아니 자연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니 그걸 즐기는 사람들 마음도 역시 아름다워지나 봅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러셀하며 걷느라 뻐근했던 다리, 숨차오름의 고통도 잊었었습니다. 그걸 그제야 알겠습니다. 입석대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면서 '내가 힘들었었지' 그 생각이 났습니다. 평일이라 뜸뜸이 자니가는 이들, 나누는 인사도 정겹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람들 역시 세상을 그대로 닮아 아름다운 인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힘든 마음 감추고 애써 정겹게 인사를 나누며 정상을 향하면서 힘들어하는 몸을 '조금만 참으면 내리막이야'라고 나 자신을 달래줍니다. 오르다 뒤돌아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바짝 나를 따라옵니다. 앞으로 보는 아름다움과 돌아보는 아름다움이 또 다릅니다. 온통 하얀 꽃밭이 아래로 향해 좌악 펼쳐져 있습니다. 마구 뒹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눈꽃세상이.

 

 

 

울창한 나무들,  키 큰 나무에 핀 상고대의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 장불재의 눈꽃 터널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정상 부근에서 만납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고운 눈꽃을 피워 하얀 거품이 철철 넘치는 바다처럼, 하얀 바다처럼 아주 멋진 풍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정상을 찍습니다. 너무 아름답지만 그리 오래 정상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날싸가 춥다기보다 달달한 음료가 입에서 부르고, 허기진 배가 음식을 부르기에 서둘러 하산하렵니다. 이대로 그냥 언제까지고 머물고 싶다만 그럴 수 없으니 하산을 하렵니다. 이 엄청난 아름다움, 어쩌면 무등산 유사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떠나기 아쉽지만 중봉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을 시작합니다.

 

 

 

바람 드센 정상인지라 아주 두텁게 피워낸 상고대가 바람에 서걱서걱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를 웅장한 연주 삼아 조금 내려오면 다시 무척 아름다운 풍경이 발걸음을 움켜잡습니다. 바로 서석대의 풍경입니다. 입석대가 성글게 지은 신전의 돌기둥들이라면, 서석대는 촘촘하게 돌기둥들이 우뚝우뚝 솟아 마치 신성한 벽처럼 느껴지는 그야말로 웅장한 신전을 연상하게 합니다. 게다가 춤춤한 바위 틈새마다 피어난 하얀 꽃들이 무척 무척 무척 아름답습니다. 내 동공이 저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 내 마음을 흠벅 풍경에 취하게 합니다. 신전 기둥, 지고한 신의 신전 돌기둥같이 우뚝우뚝 솟은 서석대 돌기둥에 무척 아름다운 상고대, 그 위로 언뜻언뜻 열어주는 파란 하늘, 정말 귀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가던 길 멈추고 에헤라 좀 더 머뭅니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힘듦도 근심도 모두를 풍경이 앗아갑니다. 모두를 무화시키는 아람다운 절경, 이런 절경을 볼 수 있음에, 여기로 나를 오게 하심에 신에게 감사를, 풍경에 감사를 보냅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이 말밖엔 할 말을 잃습니다. 내 안에 들어오는 모든 물질은 모두가 악취를 풍기며 나가는데, 때로는 내 안에 들어오는 언어정보가 내 입에서 나갈 '때는 추한 언어로 나가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운 글로 내 마음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먹고 아름다운 글로 배설할 수 있겠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내 마음에 잠시 머물다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참 아름답습니다. 신이 베풀어준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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