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입의 언어와 몸의 언어의 차이

영광도서 0 2,423

"떠나 보면 알 거야. 알 거야!"

 

이런 노래 가사 있는 거 아시지요?  흔한 말로 세상은 어디서 보느냐,, 어떻게 보느냐,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거, 그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걸 알지만, 네 그렇지요. 그걸 아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아느냐 모르느냐보다는 아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중요합니다.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그건 별로 의미 없는 일이니까요.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으면 나 자신의 변화는 물론 다른 사람 또는 세상에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하니까요. 때문에 무엇을 아느냐보다는 나는 어떻게 하고 있다가 중요하겠지요. 이론적으로만 훤한 게 아니라 행동해 봐야 제대로 아는 것일 테니까요.

 

 

 

영화 <굿욀헌팅>에서 비뚤어진 윌을 치료해주려는 숀 선생은 그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렇게 조언합니다.

 

"내가 너에게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대겠지?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너는그에 대해 잘 알 거야. 그의 걸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본능까지도 알겠지. 그렇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냄새가 어떤지는 모르지? 넌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정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난 봤어.

 

또한 내가 너에게  너의 여자 타입을 물으면, 넌 네 타입의 여자들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겠지. 벌써 여자와 여러 번 잠자리를 같이 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자 옆에서 눈 뜨며 느끼는 행복이 뭔지는 넌 무르겠지?

 

넌 강한 아이야. 전쟁에 관해 물으면, 너는 세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겠지. '다시 한 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면서......하지만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움의 눈빛을 보내며 날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너는 시 한 수 시까지 읊어줄 수 있겠지만. 한 여인에게 완전한 포로가 되어본 적은 없을 걸? 눈빛에 완전히 매료되어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주신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절망의 늪에서 널 구하라고 보내신 천사!  또한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어떤 건지 넌 몰라. 그 사랑은 어떤 역경도... 암조차 이겨내지.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더 이상 환자 면회 시간 따위는 의미가 없어져.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넌 누굴 그렇게 사랑한 적 없지?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어 보인다기보다 오만에 가득 찬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 해. 그 누구도 네 지적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넌 그림 한 장을 달랑 보곤 마치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애인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내가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솔직히...... 젠장 그따윈 알 바 없어. 어차피 너한테 직접 들은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든 필요없어. 우선 너 스스로 너 자신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야. 그렇게 한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널 대해주마.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할까 겁내고 있으니까. 네가 선택해 윌."

 

 

 

이 영화를 보면 이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찔금 나옵니다. 천재지만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문제아 윌, 윌을 제대로 살아가게 하려는 숀 선생의 진심을 읽을 수 있어서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 조금은 꺼내기 망설여지거나 조금은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의 체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그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한 영혼에 대해 야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자신의 치부까지도 그는 윌을 위해 드러냅니다. 선생은 많으나 말로만 선생만 많은 세상에서 그는 진정 말로만이 아니라 속까지 선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치부를 보여주어야, 상대고 그 치부를 조금 보여준다는 걸, 나의 부끄러움을 상대에게 말할 수 있어야 상대도 자신의 부끄러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숀은 알고 있습니다.

 

 

 

그저 책만 많이 읽어서 지식만 머리에 가득 채운 사람들, 그게 세상 전부인 양 여기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을 조언을 그는 합니다.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그는 설파합니다. 입의 언어와 몸의 언어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생각의 언어와 몸의 언어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그걸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남발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으냐고요. 상아탑이란 말, 탁상공론이란 말, 이 말들처럼 공허한 일들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하 세상엔 상아탑 안에서 그게 전부인 양 사람을 농락하고, 탁상공론을 일삼으면서도 그게 진리인 양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세상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판을 치는 세상이냐고요.

 

 

 

출산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남자들이 출산의 고통을 말하는 것, 모순입니다.  직접 상실의 아픔을 겪어 보지 않고 그 상황을 읽거나 보면서 눈물 흘릴 수는 있으나 그 당사자처럼 상실의 아픔을 말하는 것, 그것도 모순입니다. 마취하지 않고  뼈를 깎아 보지 않고, 뼈를 깎는 아픔을 말하는 것, 그건 모순입니다.  나는 마취하지 않고 뼈를 깎았습니다....

 

 

 

머리로 얻은 지식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잘 보여주는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하건대, 정말 아름다운 언어는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몸으로 부대끼며 얻는 언어가 참 아름다운 언어임을 생각합니다.  간접적으로 얻는 공허한 즐거움과 내 발로 걸어서 얻는 즐거움, 상상으로 얻는 짜릿함보다, 내 체온으로 얻은 짜릿함이 얼나마 다른가를 생각합니다. 세상엔 많은 말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 따뜻한 체온으로 말하는 몸의 언어가, 사탕 발림을 한 가식의 언어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는 진실의 언어가  더  필요합니다. 입으로 말하지 않고 따뜻한 체온으로 말하는,  생각으로 구상하지 않고, 몸으로 부대껴 구상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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